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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연재소설] 마루를 구출한 수리 일행, 오크마을로 향하다

수리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바보. 이 계단은 아주 특별하다고.”

사비는 학교 선생님 말투로 말했다. 수리와 모나는 말 잘 듣는 모범생 표정이었다.

“이 계단은 우리가 발로 밟을 때마다 새로 생겨나는 거야. 발걸음이 없어지면 계단도 없어진다고.“

“그래서 계단이 없어졌던 거구나.”

수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비의 말이 맞다면 빨리 움직이자. 시간이 없어.”

모나가 재촉하자 사비가 수리의 등을 확 밀었다.

“수리씨! 우리에게 계단을 보여주시죠.”

수리는 이제 자신만만하게 허공을 걸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계단은 하나씩 생겨났고, 발을 떼면 사라졌다. 수리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만들며 아래로 아래로 갔다. 그리고 마루가 갇혀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 그 앞에는 경비 두 명이 서 있었다. 졸고 있는지 움직임이 없었다. 수리가 눈짓하자 사비는 수정과자를 손에 들고 다가가 헛기침을 했다.

경비들이 놀란 듯 눈을 뜨더니 들고 있던 창을 사비에게 들이밀었다. 수리와 모나는 계단 위에 서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너, 누구야?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어?”

사비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길을 잃었어요. 여기가 어디죠? 나가는 길을 가르쳐 주세요. 제가 이 수정과자 드릴게요.”

경비는 수정과자를 보자마자 귀신에 홀린 듯이 눈동자의 초점을 잃었다.

“나가는 길? 그건 우리도 모르는데. 우리는 교대하는 경비를 데려오는 대장이 와야 나갈 수 있어.”

경비는 사비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눈은 수정과자를 향해 있었다. 사비는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그럼, 여기서 기다릴게요. 같이 있어도 되죠?”

경비의 표정이 문득 어두워졌다.

“그래도 이 수정과자는 드릴게요. 저와 함께 있어주는 것만 해도 너무 고맙거든요. 그동안 미로 같은 곳을 헤매느라 너무나 무서웠어요.”

경비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자 사비가 수정과자를 내밀었다. 경비는 수정과자를 받자마자 두 쪽으로 나누어 각자 반 쪽씩 먹었다. 곧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잠이 들었다. 이 순간을 기다리던 수리와 모나가 계단에서 내려와 모습을 드러냈다.

“서둘러!”

모나가 조용히 방 문을 열었다. 방에는 분홍 돼지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분홍 돼지들 등에 번호가 있어. 마루가 탈출하면 내일 아침에 바로 발각될 거야.”

“다 비슷해 보여.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마루를 못 찾겠다고!”

마루를 찾던 사비가 울상을 지었다.

“마루가 좋아하던 음식이 뭐였어?”

모나가 물었다.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안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 게 더 빠를 거예요. 그중에서도….”

“치킨이지. 치킨. 오메가 고고학교에서도 1일 1치킨 하던 애야.”

사비와 수리가 주고받았다. 모나는 듣고 있다가 갑자기 마루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마루야. 마루야. 치킨 먹자!”

수리와 사비는 뜨악했다. 이러다 분홍 돼지들이 모두 일어나 소란이라도 피운다면….

“마루야. 마루야. 치킨 먹자!”

아뿔싸! 분홍 돼지들이 한꺼번에 잠에서 일어났다. 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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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 얘네들 가만있지 않을 텐데? 모나, 진짜 치킨 가져온 거예요?”

수리의 말에 모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치킨? 그리고 치킨이 뭐야?”

모나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분홍 돼지들이 전부 일어났는데 한 마리만 일어나지 않고 잠을 계속 자고 있었다. 사비가 무슨 자신감이 생겼는지 마루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혼자 잠자던 분홍 돼지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사비를 쳐다보는 눈빛이 분명 마루가 틀림없었다.

“마루야. 마루라고!”

사비는 몹시 기뻐했다. 마루는 천천히 일어나서 사비 쪽으로 걸어왔다. 어쩐지 아파보이는 모습에 사비는 목이 메었다. 앞에 서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마루를 사비가 안아 올렸다. 마루의 몸뚱이는 불덩어리였다.

“마루가 진짜 아파. 빨리 나가자.”

사비는 마루를 꼭 껴안았다. 마루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병이 나버렸다. 음식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픈 마루를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았다. 마루는 사비의 품에 안긴 채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지? 여기 분홍 돼지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보고 있잖아? 두고 가지 못하겠어. 단체로 따라나설 기세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수리는 수정시계를 보았다. 서둘러야 했다.

“모두 탈출시켜야겠어요.”

수리가 모나를 향해 말했다.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좋은 생각인데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수십 마리의 분홍 돼지들을 데리고 나갈 수가 없어. 나가다가 들키고 말 거야.”

모나는 강하게 반대했다.


분홍 돼지의 방에 도착한 특공대는
마루를 비롯한 돼지들과 함께 탈출하고
우왕좌왕하는 수리 일행에게
로드는 나비수정을 주며 떠나라고 하는데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인 것 같지 않아요? 마루만 탈출하면 나중에 마루만 찾아다닐게 뻔해요. 결국 우리를 찾아올 거라고요. 어때요?”

모나는 수리의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경비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사비가 다급하게 외쳤다.

“한 번 해보자. 죽기야 하겠어. 빨리 계단을 열어.”

모나가 소리치자 수리는 계단에 올랐다. 계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 마루를 안은 사비, 그 뒤로 모나, 그 뒤로 분홍 돼지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수리는 빠르게 움직였다. 시간이 촉박했다. 어느새 마지막 계단에 올라섰다. 수리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아래 아직도 자고 있는 두 경비와 빈 방이 보였다. 수리는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사비, 모나, 분홍 돼지들이 따랐다. 드디어 오벨리스크를 나가는 문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교대할 경비를 데리고 대장이 나타난 것이다. 대장은 입구에서 잠이 든 경비를 발견하고 침입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던 중 수리와 부딪쳤다.

“누구야?”

대장이 소리쳤다. 수리와 사비, 모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한 채 쩔쩔맸다. 시간이 흘러갔다.

“침입자다!”

대장이 소리치는 순간 뒤에 있던 수십 마리의 분홍 돼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대장과 경비를 치고 달려나갔다. 대장과 경비는 넘어진 채 자신들의 배 위로 지나가는 분홍 돼지들을 넋 놓고 쳐다보기만 했다.
 
로드와의 이별
수리와 사비, 모나는 오벨리스크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수리는 하늘을 보았다. 글리제 189 별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스터 장군이 깨어날 시간이었다. 아메티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빨리 이쪽으로!”

모두 아메티스트가 이끄는 곳으로 달려 일단 자신들이 머물던 방으로 돌아왔다. 골리 쌤과 썸도 마루를 보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얼마 만이야? 우리 마루.”

골리 쌤은 마루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 그러다 마루의 뜨거운 몸뚱이에 화들짝 놀랐다.

“얘. 왜 이래? 어디 아파? 아무리 굴러도 절대 아픈 적이 없는 애가? 무슨 일이야?”

골리 쌤은 난리였다.

“상사병이요.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 외로움. 마루랑 안 어울리는 단어지만, 맞아요. 어쨌든 그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거 같아요. 죽이라도 먹여야겠어요.”

수리가 말했다.

“그나저나 마루의 모습은 어떻게 되돌리지?”

모나가 물었다. 순간 수리는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마루를 탈출시키는 것만 생각했지, 마루의 모습을 원래대로 돌리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 방법은 이스터 장군만 알고 있을 게 뻔했다.

“어쩌지? 이스터 장군은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야. 절대.”

사비는 크게 걱정했다.

“이스터 장군이 마루를 찾으러 올 텐데… 도망가야 하지 않아?”

골리 쌤이 물었다.

“그렇기는 한데… 우리가 도망가버리면 왕과 왕비가 위험해져요. 아마 이 책임을 물으며 괴롭힐 거예요.”

수리가 말하는 도중에 로드가 방으로 들어왔다. 로드는 친구들을 보며 반가워했다.

“얼른 떠나야 해. 엄마와 아빠 걱정은 고맙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로드는 수리에게 충고했다.

“그건 안 돼. 우리가 피해만 주고 가는 꼴이잖아?”

수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찮다니까. 지금 밖은 난리야. 이스터 장군이 탈출한 돼지들을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로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혹시 마루의 마법을 푸는 방법을 알고 계세요?”

사비가 로드에게 물었다. 로드가 사비에게 나비수정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이 나비수정이 알려줄 거야. 일단 여길 떠나. 어서.”

로드는 자꾸 재촉했다.

“아빠를 두고 왔다고요.”

수리는 도저히 떠날 수 없었다.

“그것도 이 나비수정이 말해줄 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수리.”

수리는 로드를 와락 껴안았다. 물론 로드의 덩치가 거인이어서 겨우 다리 부분을 껴안았지만 말이다. 수리는 울먹였다.

“로드. 로드를 영원히 못 잊을 거예요.”

사비도 울고 모나도 울었다.

“어서 가. 참! 수리야. 이거 가져가.”

로드는 커다란 가방 두 개를 수리와 모나에게 건넸다. 등에 멜 수 있는 가방이었다.

“우리 레뮤리아 왕국에는 널린 게 황금과 수정이잖아? 언젠가 쓰일 날이 있겠지? 기념품으로 가져가. 우리 레뮤리아 왕국을 잊지 마.”

로드도 눈물을 글썽였다.

수리와 모나는 가방을 멨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는 거야?”

사비가 물었다.

“오크마을.”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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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 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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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