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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헌의 경제에 비친 세상 읽기 (3)] 삼성 흔드는 엘리엇의 시도,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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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고민에 빠뜨린 폴 싱어 엘리엇 회장.

지난 9월 말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 강사로 초청된 이는 골드먼삭스 서울지점 정형진 대표였다. 삼성 사장들은 매주 한 차례 삼성전자 사옥에 모여 세계 경제, IT 트렌드와 기술 동향, 인문교양 등을 주제로 외부 강연을 듣는다. 강연자는 대부분 대학 교수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 날은 외국계 금융회사 전문가가 초빙됐고, 주제가 ‘글로벌 헤지펀드의 트렌드’였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필자가 이날 강연에 특히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있다. 삼성은 수요모임 내용을 언론에 자세히 브리핑하지는 않기 때문에 강연 내용을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그런데 강연에 대한 일부 사장들의 반응이 눈길을 확 끌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떤 사장은 “행동주의 펀드를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장은 “주주친화 경영이 중요하다는 게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야기를 받아들이면서도 관점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쨌든 이 두 가지 반응을 결합해 보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주주 가치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강의 주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엘리엇과 같은 펀드들이 삼성을 재차 공격할 수 있다는 예상도 이날 제기됐다고 한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트렌드 강연 일주일 후 엘리엇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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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로부터 일주일 후 묘한 사건이 일어난다. 행동주의펀드의 대표주자 격인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여러가지 공개 제안을 하고 나선 것이다. 엘리엇은 공개 제안의 이유로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다. 수요 사장단 강의 내용에 따르면 삼성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엘리엇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한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에 대한 거액의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다. 삼성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조심해야 할 행동주의 펀드의 액션일까?

돌이켜보면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2008년 4월이다. 이른바 ‘김용철 변호사(당시 삼성 법무팀장) 폭로 사건’ 이후 삼성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에 지주회사에 대한 언급이 담겼다. 쇄신안에는 이건희 회장 및 이학수 부회장 등 주요 수뇌부 퇴진과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 등이 포함됐다. 쇄신안 발표 전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삼성이 내놓을 입장이었다. 삼성은 쇄신안에서 그룹 내 계열사 간 주요 순환출자 고리를 4~5년 내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입장은 좀 밋밋했다. “2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장 추진은 어려우며,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만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하는 정도의, 상당히 신중한 자세였다. 사실 쇄신안 이전에도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과도한 비용 투입’을 이유로 어렵다는 비공식 입장을 언론 매체에 밝혀왔다. 쇄신안에 담긴 내용은 이 같은 수준에서 별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언급했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이 최근 다시 시장의 이슈로 떠오른 것은 엘리엇펀드 때문이다. 지난 10월 초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6가지 제안을 하고, 이를 공개했다. 1년 3개월여 전인 지난해 5월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합병 이후 사명은 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으로 변경)에 반대하며 삼성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잠잠하던 엘리엇이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주주가 되어 컴백한 것이다. 엘리엇 제안의 요지는 삼성전자 인적분할(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삼성전자지주 회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한 삼성지주회사 설립, 삼성전자사업회사의 30조원 특별배당(또는 주당 24만5000원 배당) 실시, 삼성전자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이사회 구성 개선 등이다.

엘리엇이 제시한 지주회사 전환방식 즉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이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그동안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실현 가능성 큰 시나리오로 제시해온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다른 이가 아닌 엘리엇이 제안했기 때문에, 그것도 홍보대행사를 고용하고 홍보사이트까지 개설해 대대적으로 세몰이를 하는 방법으로 공개했기 때문에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그런데, 아직 많은 사람이 왜 이 방법을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기업의 인적분할, 이후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교환, 합병에 대한 지식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인 듯싶다. 그래서 분할, 지주회사, 합병 등과 관련한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삼성의 출자구조를 분석한 후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점검해 보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증시 전문가 전망과 닮은꼴 지배구조 개편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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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그룹 계열사로 스마트폰 제조기업 (주)대한전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대한전자(발행주식수 100주, 자사주 15주 보유)는 [그림 1]에서처럼 여러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대한중공업·대한전기·대한배터리·대한엔지니어링 등이다. 대한전자는 스마트폰 사업부문을 떼내 신설법인을 만드는 방식의 기업인적분할을 단행키로 했다. 우선 분할비율(존속법인과 신설 법인 간 순자산비율)을 정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업 관련 자산은 모두 신설법인으로 이전한다. 대한중공업 등 계열사 지분자산은 모두 존속법인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해서 순자산을 계산한 결과 분할비율이 0.2 대 0.8로 산출됐다고 하자. 신설법인 사명은 분할 전 사명인 대한전자를 이어받기로 하고, 존속법인 사명은 대한전자홀딩스로 바꾸기로 한다. 이 비율에 맞춰 자본금(50만원)과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도 분할하면 [그림 2]처럼 된다. 분할 전 자본금(50만원) 중 분할비율(80%)만큼인 40만 원이 쪼개져 신설 대한전자 자본금이 된다. 따라서 존속법인 대한전자홀딩스 주주들은 분할비율(80%)만큼의 감자를 당하고, 그 대신 분할 후 대한전자가 발행하는 신주를 지분율대로 분배받는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첫번째 포인트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분할비율 대로 나눠지지만 지분율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분할 전의 대한전자에 대한 대주주 이씨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주식이 총 10주였다. 인적분할해 존속법인 주식 2주와 신설법인 주식 8주로 나눠지더라도 지분율은 여전히 각각 10%로 유지된다. 두 번째 포인트는 분할 전 대한전자가 보유했던 자사주(15주)다. 이 자사주는 대한전자홀딩스 소유가 된다. 이것도 역시 분할돼야 한다. 이 자사주는 대한전자홀딩스 3주와 신설 대한전자 12주로 바뀐다. 따라서 대한전자홀딩스는 자사주 3주(지분율 15%)를 보유하게 되며, 동시에 신설 대한전자에 대해 15%의 지배력(12주)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분할 전의 대한전자가 보유한 자사주가 15주가 아니라 25주였다면 어떻게 되나. 분할 이후 대한전자홀딩스는 신설 대한전자에 대해 25%의 지배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분할 전 회사가 자사주를 많이 가지면 많이 가질수록 신설법인에 대한 존속법인의 지배력은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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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단계는 대한전자홀딩스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하고 신주대금으로 현금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전자홀딩스는 대한전자 주주로 부터 신주대금으로 주식을 받기로 한다. 즉 대한전자 주주들이 현물(대한전자 주식)을 대한전자홀딩스에 출자하고, 대한전자홀딩스 신주를 받아가는 일종의 ‘주식스왑’을 하는 것이다. 대한전자의 일반주주들은 현실적으로 이런 주식스왑에 잘 응하지 않는다. 대한전자홀딩스 같은 지주회사 성격의 주식보다는 대한전자 같은 사업회사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자 주주들 가운데 대주주 이씨와 특수관계인들만 보유주식 총 8주(지분율 10%)를 주식스왑한다고 본다면, 대한전자홀딩스는 이들에게 24주의 신주(교환비율 1대3 가정)를 배정하면 된다. 그 결과, 대한전자홀딩스는 대한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25%(15%+10%)로 끌어올리게 된다. 대한전자홀딩스에 대한 이씨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0%(2주/20주)에서 거의 60%(2주+24주/20주+24주) 수준으로 올라간다. 이제 지배구조는 ‘이씨와 특수관계인-대한전자홀딩스-대한전자’라는 연결고리를 갖는다[그림3].

지주회사로 전환 과정에서 지배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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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 거의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데, 대주주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자. 대한그룹 계열사인 대한물산이 있다. 대한물산은 대한보험을 지배하고 있다. 또 대한보험은 대한카드·대한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대한물산의 대주주도 이씨인데, 지분율이 30%로 꽤 높다. 대한그룹은 이제 대한물산이 대한전자홀딩스를 흡수하는 방식의 합병을 추진키로 한다. A사(시가총액 10억원)가 B사(시가총액 8억원)를 흡수합병한다는 것은, A사가 B사의 자산·부채를 인수하고 B사 주식을 모두 소각해 B사를 소멸시키는 대신 B사 주주들에게 합병대가를 지급한다는 말이다. 이 경우 A사가 B사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합병대가 가치는 B사 시가총액(8억원)만큼이 돼야 하는데, 대개 A사의 신주를 발행해 나눠준다. 대한물산(합병 시 존속법인) 주주이자, 대한전자홀딩스(합병 시 소멸법인) 주주인 이씨도 합병 시 대한전자홀딩스 주식 소멸에 대한 대가로 대한물산 주식을 받는다. 이씨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한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더 높이려면 합병 시점에 대한전자홀딩스의 주식가치가 높은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합병이 종료되면 이씨가 합병대한물산을 지배하고, 합병대한물산이 제조계열사들과 금융계열사들을 두루두루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의 밑그림이 완성된다[그림4].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전환 시나리오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가상의 대한그룹을 예시했다. 이처럼 된다면야 지주회사 전환이 얼마나 쉽겠는가. 그러나 현실의 삼성은 계열사 간 출자구조과 지분율이 좀 더 복잡하고 각종 법 규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작업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우선 시장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전후 그림을 간략하게 그려보면 [그림5]처럼 나타낼 수 있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그 다음 수순은 이재용 부회장이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이다. 이 같은 기본 구도는 엘리엇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편안과 별 차이가 없다. 삼성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밑그림 역시 이틀 안에 있을 것이라고 시장 분석가들은 추측한다.

이 시나리오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13%)다. 현행 법대로라면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하면 분할 이후 삼성전자홀딩스는 삼성전자에 대해 13%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앞의 사례에서 본 대로 신설법인 삼성전자가 신주를 발행해 이 자사주 지분율(13%)만큼 삼성전자 홀딩스에 배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법인 삼성전자가 자사주에 대해 신주를 발행배정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삼성전자홀딩스 또는 삼성물산이 막대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 비용을 지출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개정안(국회 계류중) 등에 얽혀있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매각해야 할 판인데, 이 또한 풀어야 할 과제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절묘한 시기에 삼성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시했다”고 말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중기 과제로 선정해 놓았을 것이고, 삼성전자 분할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인데 마침 엘리엇이 공개 제안을 하는 바람에 분할을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고 30조원 특별배당을 요구하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성의 가려운 곳 긁어줬나 삼성 움츠러들게 만들었나

그러나 이런 분석에 대한 반론도 강하다.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 제안은 새로울 것이 없는데다 오히려 30조원의 특별배당 요구가 더 부각돼 행동주의펀드의 부정적 측면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엘리엇의 제안을 계기로 삼성전자 인적분할에 시동을 걸었다가는 엘리엇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삼성이 오히려 지주회사 전환을 더 늦출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선제적 행보는 오히려 지주회사 체제 리스크에 고민하고 있는 삼성을 더 민감하게 만들어, 앞으로 삼성의 자세를 더 보수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엘리엇은 이미 지난 4월부터 2개의 펀드를 만들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왔고 우리나라 상법 규정에 맞춰 내년 3월 주주 총회에 주주제안을 넣기 위해 치밀한 준비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개 제안은 내년 주총에서 좀 더 강력한 주주 제안을 제기하기 위한 세력 확보용 전초작업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일부 삼성 계열사들을 지배구조개편 이슈주(柱)로 분류하고 엘리엇의 행보가 주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이다.

정말 엘리엇은 삼성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일까.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삼성의 의지는 어느 정도일까. 스케줄을 가지고 있기는 한 걸까. 시장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 말고 삼성이 구상 중인 ‘묘안’은 혹시 없을까? 모든 것이 의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년여 만에 재등장한 엘리엇이 이렇게 많은 궁금증을 다시 한번 던져줬다는 점이다.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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