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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성난 민심이 무섭지도 않은가

‘병신년 국치(國恥)’로 비유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거센 해일처럼 나라 전체를 휩쓸고 있다. 엄중해야 할 나라 기강은 시장바닥의 조롱거리로 내팽개쳐졌다.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성난 민심은 부글부글 끓다 못해 폭발할 기세다. 과거 어떤 정권의 친인척 비리가 터졌을 때도 이토록 허망하고 비참하지는 않았다. 통치권자 주변이 썩었을지언정 지금처럼 현직 대통령 본인의 일탈과 비정상에 분노했던 기억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본인 문제로 도덕적 권위·정당성 상실
대학가·시민단체선 하야 요구 봇물
뇌사상태서 주도권 쥐겠다는 건 헛꿈

지금 우리는 백척간두의 북핵 위기와 경제의 성장 동력이 한꺼번에 꺼져 가는 위기의 상황에 던져져 있다. 난국을 헤쳐 가기 위해 정부와 국민, 기업이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데도 나라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해야 할 청와대가 스스로의 부도덕과 부패로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러기에 대학가·시민단체에서 대통령과 측근들을 규탄하는 시국선언과 하야 요구가 쏟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일각에는 이번 사태를 광우병 쇠고기 파동 때와 비견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당시는 시위대가 일부의 선동에 휩쓸려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다며 오히려 정부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세대·이념을 막론하고 어느 누구도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지 않는다. 민심의 분노지수가 임계점을 한참 넘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통치에서 손을 떼라”는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다각적으로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제시된 ‘청와대 참모 및 내각 총사퇴’ 등과 같은 수습책을 받아들이는 대신 국정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한마디로 어이없고 몰염치한 넋두리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의 도덕적 권위와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런 식물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건 헛된 꿈이다. 민심이 떠나버린 집권세력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우선 난마처럼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청와대부터 최소한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사표를 내도록 지시 받은 참모진 중 최순실씨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의혹에 등장하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최씨의 농단을 막는 데 실패한 우병우 민정수석, 그리고 문고리 3인방부터 교체해야 옳다.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최씨가 독일에 숨어 지내면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하늘을 덮는 인터뷰나 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전 세계는 혹세무민의 비선에 놀아난 한국의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향해 조롱을 보내고 있다. 국가적 수치다.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스스로 수사를 자청해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게 분노한 민심을 달래는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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