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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유라 준우승 불만 민원 뒤, 박 대통령 “체육비리 척결”

최순실 국정 농단 문체부선 무슨 일이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7월 23일 국무회의에서 “경기단체 임원들이 본인 명예를 위해 협회장을 하거나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우리 체육 발전을 위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번 태권도 심판 문제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사건이 있어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실력이 있는데도 불공정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새 정부에선 있어선 안 되겠다”며 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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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내용은 3시간 전인 오전 7시16분 이미 최순실씨 PC에 고스란히 저장됐다. JTBC가 최씨 PC에서 입수한 ‘제32회 국무회의 말씀 자료’에 따르면 이 파일 최종 저장자로 기록된 아이디 narelo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것이었다. 최씨가 이날 이례적으로 국무회의 발언 내용까지 받아 본 이유는 뭘까.

최순실·차은택 사단에 휘둘린 문체부
대통령 “실력 있는데 불이익 안 돼”
당시 태권도 승부조작이 쟁점인데
문체부, 승마 끼워넣어 우선 감사
최순실은 대통령 발언 미리 받아

당시 감사 진행한 노태강·진재수
“최순실 관련 파벌싸움” 보고 뒤 경질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 내용은 당시 큰 파장을 불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 달쯤 뒤인 8월 26일부터 같은 해 12월 24일까지 대한체육회 산하 2099개 전국 및 시·도 경기단체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문체부는 동시에 검찰·경찰과 함께 스포츠 4대 악(승부조작·폭력·입시비리·조직사유화) 척결 합동수사본부도 만들어 수사까지 벌였다.

당시 체육단체에 대한 대규모 특별감사와 합동수사를 벌인 표면적인 배경은 2013년 5월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선발전에서 한 선수 아버지가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자살한 사건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감사와 수사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문체부가 승마단체에 대한 우선 감사를 언급하고 나선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2013년 10월 7일자 문체부의 ‘스포츠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추진방안’ 보고서에선 “3개 팀 30명으로 전 체육단체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 중”이라며 “승마·태권도 등 언론 지적 또는 민원 발생 경기단체를 중심으로 우선 감사를 실시한다”고 적혀 있었다.

대한승마협회의 경우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같은 해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춘계 승마대회에 출전해 다른 승마 유망주 김모씨에 이어 준우승을 한 뒤 당시 심판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해 놓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지시가 최씨의 딸이 출전한 승마대회에 대한 조사도 촉구하게 된 셈이다.
기사 이미지

차은택

승마협회는 문체부 특별감사 이후 “심판이 자신의 소속 선수에 대해서는 심사를 기피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순위 배점방식 등을 경기 당일에 변경해 공지하는 등 대회를 불공정하게 운영했다”는 시정 요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특별감사를 주도하던 문체부 주무국장과 과장이 경질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이 감사 도중인 2013년 9월 갑자기 대기발령을 받고 교체된 것이다. 당시 문체부에선 “새 인물에게 새로운 체육정책을 맡기기 위한 인사”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이듬해 물러난 유진룡 전 장관은 “두 사람이 ‘승마협회 내부의 최순실씨와 관련된 파벌싸움을 정리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박 대통령이 직접 두 사람을 거명하며 ‘참 나쁜 사람들’이라며 경질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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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장관은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승마협회가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 중 미미한데 (청와대에서) 굳이 승마협회를 지적해 조사하라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며 “장관으로서 보호해 주지 못해 자책을 했다”고 말했다. 정유라씨는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가 끝난 뒤 2014년 6월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그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문체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승마협회 사건을 보면 최씨가 체육계의 비리 척결을 강조하는 국무회의 발언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그 후 문체부 인사에 개입까지 하면서 국정을 농단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진룡 전 장관도 “2014년 7월 내가 물러난 후 장·차관이 ‘모르면 차은택(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CF감독)에게 물어보라’고 할 정도로 최순실·차은택 사단이 문체부를 장악했다는 이야기가 직원들 사이에 파다했다”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이게 뭣하는 짓인가 자괴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임장혁·문희철·채윤경·정아람·정진우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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