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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아이 손그림으로 자투리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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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온유가 그린 물고기 그림 쿠션을 들고 있는 안지혜 대표. [사진 전민규 기자]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 지하에 들어서면 색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횟집이 몰려 있는 입구 쪽 상가를 지나니 별안간 피규어와 도자기·금속·매듭 등을 제작하는 작은 공방들이 나타난다. 쇠락한 지하상가를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으로 내준 ‘신당창작아케이드’다. 지난 20일 지하상가 한편에 있는 잡화 브랜드 ‘오운 유(OWN U)’의 작업실을 찾았다. 구석엔 자투리 천이 산처럼 쌓여 있고, 벽에는 삐뚤빼뚤 아이들의 크레파스 그림이 붙어 있다.

‘오운 유’의 안지혜(42) 대표는 아이들의 스케치북에서 건져올린 그림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디자이너다. 대학에서 공업디자인·패션디자인을 공부하고 쌈지, 키플링, EXR 코리아 등 패션 브랜드에서 잡화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일했다. 일은 즐거웠지만 디자이너로서의 갈증도 커져 갔다.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생기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정성이 배어 있는 핸드 드로잉(손그림) 등에 관심이 많았죠.”

어느 날 네 살배기 딸 온유가 낙서처럼 그린 그림에 시선이 꽂혔다. 원통형 몸매에 입만 삐쭉 나온 펭귄, 갈기가 이글이글 뻗어 나간 사자, 눈이 부리부리한 부엉이…. ‘이거다’ 싶었다. “아이들은 대상을 단순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죠. 거기에 마음을 움직이는 순수함이 있더라고요.” 아이의 그림을 재해석해 열쇠고리를 만들어 봤다. 주변 반응이 좋았다. 2014년 7월 론칭한 오윤 유는 현재까지 가방·지갑·열쇠고리 등 40여 개 제품을 선보였다. 팔리는 디자인도 중요했지만 시작부터 ‘나눔’을 고민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활용한 디자인이잖아요. 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일모직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 스토어 ‘하티스트’와 손잡고 자투리 천을 활용한 ‘DIY 애니멀 쿠션 키트’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악어와 물고기 디자인을 활용해 구매자가 키트에 담긴 천과 실로 쿠션이나 가방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 삼청동 하티스트 매장 등에서 판매되며, 수익금은 전액 시각장애 아동 지원에 쓰인다.

키트와 제품의 일부 라인은 제일모직과 인근 가죽 공방 등에서 버리는 자투리 천과 가죽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안 대표는 “의류회사에 다닐 때 어마어마한 양의 천과 부자재가 버려지는 게 너무 속상했다”고 했다. 자투리 원단을 활용한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제품마다 컬러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니 결과적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한정판”이 탄생하는 셈이다.

현재까지는 딸 온유와 안 대표 지인의 자녀인 아라와 유이 등 3명의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활용했다. 내년 초 공모전을 열어 ‘스페셜 크리에이터 4기 어린이’를 발굴할 계획이다. “자녀의 어릴 적 그림을 고이 보관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서랍에서 잠자는 아이들의 작품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가치 있는 디자인으로 풀어 내려 합니다.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에게 환원하는 다양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어요.”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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