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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와인 실크로드’ 키우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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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기
술 박물관 리쿼리움 관장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시 팡샨구(房山區)에서는 제1회 ‘포도주 실크로드’라는 아시아 와인 품평회 행사가 열렸다. 필자는 심사위원으로서, 또한 한국 전통주 역사와 전망에 관한 발표자로서 초대받아 참석했다.

5일 동안 팡싼구의 여러 군데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보다도 더욱 요란한 홍보였다. 행사장으로 사용한 리조트의 로비에는 품평회에 참가한 수백 가지의 와인이 진열돼 자유롭게 시음을 할 수 있었다. 필자가 놀란 것은 규모 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와인들의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팡샨구 와인의 역사는 1991년 파오롱바오 와이너리(波龍堡葡萄酒業有限公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팡샨구는 베이징의 서부 교외지역으로 서울시 면적의 3배 정도 (2019km²) 되는 산악 지역이다.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봉우리들이 산맥을 이뤄 풍광이 좋아 많은 리조트들이 있었다. 이 지역은 강수량이 연 600mm 정도며, 옛날에는 매우 척박한 불모지였다고 한다. 이곳에 양조용 포도 품종을 심고 최신식 발효 장비와 숙성 시설을 해 양질의 포도주를 생산하게 됐다. 99년 설립된 ‘샤토 라이온’은 유럽의 고성을 방불케 하는 호화 와이너리로 광활한 포도원 위에 양조 시설과 함께 세계의 와인 전시관과 레스토랑을 갖추고 관광객을 유치해 와인을 홍보 판매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제1의 맥주 생산·소비국이다. 전통 바이주(白酒)도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전세계 2억 명의 화교와 자국민의 소비로 매년 3%씩 성장하고 있다. 70년대 이래 미국의 나파벨리가 포도주만 만들던 곳에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된 것처럼, 북경의 팡싼구는 야심차게 ‘와인 실크로드’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들은 2000년 전 사막을 개척해 비단길을 만들었듯이 농업과 술 그리고 관광업을 융합해, 황무지를 황금의 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요즈음 한국의 농촌에서는 한숨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벼농사 짓는 이들은 쌀값 하락에, 사과 농가에서는 판로에 시름을 앓고 있다. 정부에서는 벼농사 직불금, 과수 폐원 보조금 등으로 농산물 감축에 수조 원을 퍼붓고 있다. 자급률이 21%에 불과한 식량 부족 국가에서 농산물 감산에 집중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농업과 식품산업 그리고 관광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의 보고다. 농산물 감축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가공업을 육성하고 원료를 많이 생산하는 농가에 증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스토리로 무장한 유럽 와이너리들의 전유물이었던 와인산업이 중국의 황무지에서 꽃을 피울 줄이야! 조선시대 각지에 수많은 명주(名酒)가 있었듯이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는 양조장을 육성해 지역 한류(韓流)를 불러일으키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이종기 술 박물관 리쿼리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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