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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번역 시조집이 없다니…”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일본 정형시인 ‘하이쿠(俳句)’를 쳐넣으면 줄잡아 수십 종의 책이 뜬다. 『하이쿠의 사계』 『바쇼 하이쿠 선집』 같은 책이 보인다. 중국 정형시인 한시(漢詩)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이땅에도 전해져 우리 한시도 많지만 어쨌든 ‘산책’ ‘미학’ 등의 수식어가 붙은 선집이 부지기수다.

우리 정형시인 시조는?

일본이나 중국의 인터넷 서점에서 별로 검색되는 게 없을 것 같다. 실제로 그렇다는 게 시조시인들의 증언이다. 현대문학뿐 아니라 전통문학 장르에서도 한·중·일 3국 사이에 번역·보급과 그에 따른 이해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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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이 참가하는 청도국제시조대회를 열어 시조의 국제화 가능성을 찾는 민병도 시조시인협회 이사장. “1000년 역사의 시조 탑을 쌓는 심정으로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청도=프리랜서 공정식]

27일부터 3일간 경북 청도군민체육센터에서 열리는 ‘청도국제시조대회’는 그래서 의미 있다. 중국과 일본의 한시·하이쿠 전문가들을 초청해 3국 정형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살피고, 중국어·일본어 번역 시조선집도 출간해서다. 특히 일본 하이쿠의 해외 소개 창구인 국제하이쿠교류협회의 후지모토 하나(藤本はな)가 근 100년에 이르는 하이쿠의 해외 진출 역사를 들려준다. 시조의 우물안 벗어나기 노력이다.

이 대회는 한국시조시인협회 민병도(63) 이사장이 주도했다.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동양화가로도 활동하는 민 이사장은 청도 출신 오누이 시인으로 유명한 이호우·이영도를 기리는 시조문학상을 1991년 설립해 지금까지 사실상 이끌어왔다.

올해 경북도와 청송군으로부터 2억원씩을 지원받아 판을 키웠다. 민 이사장은 이를 위해 별도 법인인 국제시조협회를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다. 대회에 힘을 보탠 면면을 보면 시조단 전체가 거드는 모양새다. 시조시인 김제현·이우걸·한분순·권갑하·이정환·정수자, 문인협회 문효치 이사장, 문학평론가 장경렬·유성호씨 등이 자문·조직위원 등으로 참여했다.

민 이사장은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대회 준비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니혼대의 한 교수로부터 난감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말도 웬만큼 구사하는 그가 한국 시조에 대해 알고 싶은데 읽을 만한 일본어 번역 시조집이 없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번역에 힘써달라고 신신당부하더라는 것.

민 이사장은 “중국과 일본의 정형시 전문가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한국 시조에 관심 있어 한다. 특히 감각적이고 그래서 가벼운 느낌의 하이쿠에 비해 시조가 더 무게감이 있고 철학적이라고 일본 하이쿠 전문가들도 얘기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정체 상태지만 국제적으로 얼마든지 주목받을 수 있는 매력을 시조가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시조의 활발한 외국어 번역은 해외 진출의 첫 단계다.

민 이사장은 유치환과의 순애보로 유명했던 이영도(1916∼76)의 제자다. “눈이 부시네 저기”로 시작하는 이영도의 ‘진달래’는 운동가요로도 만들어졌다. 행사 기간 중 이호우·이영도 문학상 시상식, 이영도의 시조를 서예가·화가가 그림·글씨로 표현한 시화전, 이호우·이영도 자료전이 함께 열린다. 민 이사장은 “사정이 허락하는 한 대회를 매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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