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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고 징한 무대, 내 성격 닮았죠”

소극장 창작뮤지컬 ‘인터뷰’는 올해 한국 뮤지컬계가 길어올린 최고의 수확중 하나다. ‘해리성 장애’라 불리는 다중인격자 스토리다. 주인공은 전혀 맥락이 없는 듯한, 내면에 자리한 다섯 자아를 연기한다. 선·악을 넘나드는 ‘지킬앤하이드’의 확장 버전이다. 작품은 인터뷰 형식을 빌려 10년 전 살인사건을 파헤치고, 그 와중에 충격적 사건과 상처가 하나씩 드러난다. ‘이쯤에서 멈추겠지’라는 예상을 비웃듯 1시간50분의 뮤지컬은 숨 돌릴 틈 없이 내달린다. 관객은 진이 빠질 정도다. 커튼콜 땐 저절로 기립박수를 치게 된다.

지난 5월 쇼케이스 공연때부터 입소문이 났다. 해외 러브콜이 이어져 이미 9월에 일본 교토 공연이 성사됐다. 1000석 규모 극장에서 8회 공연했는데 유료점유율이 무려 94%였다. 내년 1월 일본 도쿄, 2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이 예정돼 있다. 지금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 중인데, 빈 자리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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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화는 “추리물을 좋아한다.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동기를 파헤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의 작가 겸 연출가다. 배우 출신 추정화(43)가 1인 2역을 했다. 추정화는 1998년 뮤지컬 ‘넌센스’로 데뷔해 18년간 개성 뚜렷한 조연 배우였다. 그가 처음 대본을 쓰고 연출한 건 2013년. 3년 만에 대박을 터뜨리며 배우에서 창작자로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나.
“어느 순간 뮤지컬 배우로서 한계를 절감했다. 나름 노래 좀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성량 풍부하고 가창력 짱짱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니 설 자리가 없더라. 내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작가 이외 딴 일 할 수 있었을 텐데.
“성격이 워낙 세, 선배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스스로 ‘세상이 나를 왕따시킨 게 아니라, 내가 세상을 왕따시킨거야’라고 떠들고 다닐 정도니. 특히 남편(작곡가 허수현, 이번 뮤지컬 ‘인터뷰’의 작곡가이기도 하다)이 적극 지지해줬다. 평상시 작품할 때 내 대사는 내가 고치곤 했는데, 그게 좋았다고 하면서. 한번 써보니 욕심나서 드라마 아카데미 과정도 다녔고, 습작도 하나씩 써내려갔다.”
뮤지컬 ‘인터뷰’의 모티브라면.
“나 같은 무명 작가가 좋은 남자배우 캐스팅하는 거 너무 힘들다. ‘어떡하면 주인공을 멋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다중인격장애란 걸 알게 됐다. 사실상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셈이니 배우들이 탐내지 않을까 싶었다. 탐구하다 보니 다중인격의 근원엔 가정폭력이 도사리고 있음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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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 정윤학이 출연한 뮤지컬 '인터뷰' 교토 공연의 한 장면. [사진 新’s WAVE]
 

작품의 현실감이 생생하다. 경험담 아닌가.
“(잠시 생각하더니) 난 맞고 자라진 않았다. 대신 집안은 어두웠다. 어릴적 아빠가 엄마를 툭하면 때렸다. 서너살 때였는데, 아빠가 엄마를 때릴 기색만 보이면 난 울었다. 거의 토할 때까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그래야 아빠의 폭력이 멈추니 말이다. 그게 작품에 투영됐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작품보다 몰입을 했던 거 같다.”
연출가로 독하다는 소문이다.
“솔직히 내 성격, 내가 봐도 ‘지랄’ 맞다. 끝까지 가야 직성이 풀린다. 엉성한 코미디 연기하거나 폼 잡으면 가만 놔두지 않는다. 우리 연습실은 흡사 고해성사실처럼 숨기고픈 상처도 다 드러내게끔 한다. 진짜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도 소리를 질러대 늘 목이 쉬어있다.”
배우들이 따라오나.
“연출가란 선장이다. 험한 바다에선 우선 살아남아야 하지 않나. 독설도 있지만 중요한 건 책임지는 거다. 그 믿음을 갖고 여태 달려왔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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