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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어떤 대통령이 될지는 어떻게 이기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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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

양당제는 정치 안정으로 생산적이지만 다당제는 그렇지 않다고 정치학 교과서엔 적혀 있다. 하지만 막장으로 달려가는 미 대선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전국 유통망을 장악한 독과점 양당이 한쪽은 비호감, 다른 쪽은 저질 후보를 내놓고 선택을 강요하는데 대선이 끝나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선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번 선거는 조작”이란 대선 불복의 밑밥이 뿌려졌다. 증오감으로 뭉친 죽고살기식 드잡이에 골병이 깊어 가는 미국 양당제다.

다자필승, 콘크리트 지지만으론 100% 대한민국 어려워
선택 다양성과 안정적 정부 위해 결선투표제 도입할 만


대통령제는 정치 안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지만 내각책임제는 그렇지 않다고 배웠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강력한 정책이란 건 도대체 떠오르지 않고, 아베 내각에서 정국이 불안하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한때 제왕적이라고 불렸던 전임 대통령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운하나 세종시 수정안조차 관철해 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베는? 법대론 최소 2021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같은 내각제 국가인 영국·독일처럼 당 대표직을 연임할 수 있다.

개헌 논의란 게 어차피 권력 구조 개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에 고개가 크게 끄덕여지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권력 구조를 바꾸면 동맥경화에 걸린 한국 정치가 과연 살아날까 하는 의문 말이다. 청와대나 여당이 생각하는 개헌론은 아마도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인 걸로 보인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듯한데 핵심 친박 의원 다수가 그런 얘기를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들고나오는 명분은 분권형이란 거다. 하지만 동기의 순수성을 접어 놓더라도 예외 없이 무너진 역대 대통령을 보면 우리 대통령이 정말 안정적으로 제왕적인지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오히려 소수 대표가 지지층에 얽매이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을 내뱉는 게 익숙한 모습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 대통령선거는 2002년과 2012년을 제외하면 모두 다자가 다퉜다. 이합집산을 거듭한 끝에 60~70% 투표율에 절반 지지율로 당선되는 게 하나의 패턴이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를 포함하면 전체 유권자 3분의 1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나머지 3분의 2 국민도 끌고 갔다. 선거에 졌지만 승복하지 않는, 절반이 훨씬 넘는 나머지 반대자들은 집권의 정통성에 끝없이 시비를 거는 구조다. 중앙정부 신뢰도(43.8%)가 지방정부(49.3%)보다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정치 문화와 무관치 않다.

당장 내년 대선이라고 다를 게 없다. 잠재 주자만 넘쳐날 뿐 국민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대세론은 없는 상황이다. 여권이 기대는 건 야권이 분열하면 누가 나가도 이긴다는 3자 필승론이다. 그럴 법도 한 게 1987년 대선 때 노태우-YS-DJ-JP는 각각 37, 28, 27, 8%를 얻었다. 야권은 셈법이 다르다. 다자 구도면 친노와 같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판세를 가른다고 본다. DJ가 독자 출마를 강행한 명분도 이와 비슷한 4자 필승론이었다. 현재대로면 다자가 나서는 선거판이다. 여든 야든 소수 대표 경쟁인데, 이런 정치 공학과 지지율로 당선된 차기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환호 속에 통치할 수 있는지는 우리 눈으로 몇 번이나 확인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건 누가 되느냐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이기느냐는 방식도 중요하다. 지지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 당선자를 피하기 위해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를 헌법에 도입했다. 과반수 지지율로 당선자에게 강한 정통성을 주되 선택의 다양성도 확보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어차피 대통령발 개헌은 최순실 쓰나미에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동력이 유지된다 해도 권력 구조나 임기를 바꾸는 문제가 쉽게 결론 날 리 없다. 대선후보만큼이나 셈법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출 방식을 바꾸는 거라면 뜻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개헌은 개헌이다.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꾸준히 모아갈 필요가 있다. 다만 권력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의 큰 수술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어떤 권력을 만들어 낼 것인가의 디테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1년 내 선거 방식을 바꾸자는 정도는 여야 모든 후보가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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