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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독립노조의 의견은 왜 무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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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꼭 7년 전이다. 당시 전국이 파업 열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해 근로손실일수는 80만일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다.

그 와중에 산업현장에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바람이 불었다. 각 기업의 노조가 노동세력을 양분하고 있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른바 독립노조의 길을 택했다.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영진약품 노조 간부는 판촉행사에 나섰다. 당시 홍승고 노조위원장은 붉은 머리띠를 내던지고, 자사 의약품 광고문구가 담긴 어깨띠를 둘렀다. 경기도 화성시의 약국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연방 고개를 숙였다. 당시 홍 위원장은 “연말에 조합원에게 성과급을 한 푼이라도 더 챙겨주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한다”며 땀에 젖은 와이셔츠를 고쳐 입었다. 울산의 NCC, 포스코의 협력사인 ㈜심팩ANC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독립노조 행렬을 이뤘다. 하나같이 “노총이 투쟁이나 갈등만 조장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 바람이 잦아드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노조조직률을 조사한 결과 독립노조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려 23%가 독립노조였다. 한국노총(43.5%), 민주노총(32.8%)과 함께 당당하게 제3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태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독립노조로 외부 간섭 없이 기업의 경영과 근로자를 챙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한국에도 조용하지만 강하게 계속 불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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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한데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이들의 목소리가 정부정책을 결정할 때나 노사정 대화를 할 때 반영되고 있는가. 왜 지금도 두 노총의 목소리만 들리는가.’ 대통령선거와 총선,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이들을 애써 끌어안았다. 비례대표를 선정할 땐 빠지지 않고 노총 인사를 끼워넣었다. 두 노총의 주장만 노동계의 의견인 양 변질됐다. 정부·사용자단체와 협상할 때도 이들이 노동계를 대표했다. 근로자 전체를 대변하는 듯 움직였고 정부나 정치권도 그렇게 대접했다. 노사정 대타협 파기나 총파업 같은 힘 과시를 하고, 그에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두 노총이 싫다며 나간 이들의 목소리를 찾아줘야 할 때가 아닐까.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건 정치투쟁이 아니다. 그저 일하고 싶어 하고, 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한다. 독립노조의 조용하지만 큰 물결을 수용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고용시장의 변화방향을 제시해 줄지 모른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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