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디지털 입힌 미래 먹거리 농업 전쟁 한국만 ‘쌀의 정치학’ 발 묶여 뒷짐


사양산업으로 내몰렸던 농업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더해지면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선 농업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해 디지털 농업으로 사업전략을 바꾸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달 독일의 화학·제약업체 바이엘이 세 차례나 인수금액을 올린 끝에 세계 최대 종자회사 몬산토를 품에 안았다. 인수금액만 660억 달러(약 74조원)에 이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은 바이엘이 막대한 자금을 내면서 몬산토를 인수한 것은 ICT를 접목해 ‘농업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엘은 단순한 농약·종자 판매에서 벗어나 농약 살포 시기 등 과거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정보를 제공한 뒤 생산 수량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화학기업인 듀폰은 200여 년간 주력 사업이었던 섬유와 화학사업을 정리하고 종자·농약·효소 기업을 잇따라 인수해 지난해 농업생명공학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식량위기 가능성도 농업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가뭄·태풍 등 이상기온 현상이 늘고 30년 뒤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도달하면 심각한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ICT 농업이 뜨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쌀의 정치학’에 손발이 묶여 있다. 주식인 쌀 자급률이 지난해 100%를 넘었고 정부가 창고에 묵혀둔 쌀 재고량이 175만t에 이르지만 정부 지원은 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러다 보니 가축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23.8%(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과 함께 꼴찌 수준이다. 쌀을 제외한 밀(1.2%), 옥수수(4.1%) 등도 자급률이 낮아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도은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곡물 수입처도 미국의 카길처럼 세계 유명 곡물 메이저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제 곡물 가격 변동이 커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농업전문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농업계가 농민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앞세워 대기업 진출을 막고 있어서다. 2013년 LG화학의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이 아시아 최대 규모 유리온실 사업에 나섰다가 포기했고 올해 LG CNS의 새만금 스마트 농장 사업도 농민단체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와 달리 중국이나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밥상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생산만으로 부족한 곡물 생산량을 충당하기 위해 세계적인 농업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 중국 최대 화학회사인 켐차이나가 세계 3위 농약·종자 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중국 정부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나설 수 있도록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도 내놨다. 일본은 곡물 자급률이 28% 수준으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걱정이 없다. 이미 40년 전에 식량 조달 시스템을 갖춰놨다. 1970년대 후반 한국의 농협중앙회 격인 젠노가 미국 시장에 진출해 대형 저장·유통 시설을 확보한 뒤 미국의 곡물 기업인 CGB사를 인수했다. 현재 전체 곡물 수입물량의 90% 이상을 젠노를 비롯한 자국 종합상사가 맡는다. 또 농지법을 바꿔 적극적으로 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009년 ‘경자유전’ 원칙을 없앴고 올해부터는 대기업의 농지 소유를 허용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일본은 40년 앞서 준비하고 중국은 풍부한 자금으로 농기업을 사들이며 농업 기술력을 키우는 데 한국만 제자리걸음”이라며 “더 이상 기술 격차가 나지 않도록 국내 기업은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해 기술을 개발·수출하는데 주력하고 생산은 농민이 맡는 새로운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7면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