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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만 본 브리태니커, 숲까지 본 위키피디아에 밀려

백과사전으로 유명한 브리태니커는 혁신의 딜레마를 겪은 해외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진 SEWilcp]


해외에서도 혁신의 딜레마 사례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백과사전의 대명사’인 브리태니커(Britannica)가 대표적이다. 1768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초판의 첫 부분을 간행해 세계 최고(最古) 백과사전 출판사로 꼽히는 브리태니커는 1980~90년대에 중대한 혁신을 결심한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이 두꺼운 백과사전을 점차 PC로 보길 원하게 될 것으로 예견한 브리태니커 경영진은 1989년 26권짜리 ‘컴튼(Compton’s)’ 백과사전을 CD로 만들어 발매했다. 이 백과사전은 1961년 브리태니커가 출판권을 사들였다. 경영진은 먼저 컴튼으로 노하우를 쌓은 뒤, 향후 모든 백과사전을 CD로 선보일 계획이었다.


다가올 디지털 시대에도 대비했다. 93년에 ‘이비닷컴(EB.com)’이란 도메인을 등록했는데, 웹브라우저가 미처 나오기도 전의 일이었다. 정교한 인쇄물로 승부하는 백과사전 출판사가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최신 정보기술(IT)과의 조우라는 혁신의 길을 택한 셈이었다.


그러나 CD도, 도메인도 시시각각 급변하는 환경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브리태니커의 판매량은 90년 12만 질에서 96년 4만 질로 급감했고, 이후로도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결국 2012년 3월엔 오프라인 발행의 중단을 선언했다. “20년 전 디지털 백과사전을 만들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인쇄물은 갈수록 시대에 뒤떨어질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브리태니커는 왜 일찌감치 혁신을 하고도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까. 가장 중요한 변화상 중 하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해서였다. 바로 디지털 환경이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공유에 대한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집단지성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실제 브리태니커의 쇠락을 몰고 온 선봉장이 된 위키피디아(Wikipedia)는 누구나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있게 한 참여형의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인터넷 사용자들을 열광시켰다. 무료 서비스라는 점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이런 위키피디아의 첫 서비스는 2001년 1월 시작됐다. 브리태니커가 CD나 도메인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만 헛심을 쓰면서 눈앞의 사용자 니즈만 고려한 채 ‘나무’를 혁신할 동안, 위키피디아는 사용자들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바뀔지 그 미래를 연구하면서 ‘숲’을 혁신하고 있었다. 지미 웨일스(50) 위키피디아 창립자는 90년대 후반 들어 학계와 산업계 일각에서 탐구되던 집단지성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철저한 연구와 사업 준비 끝에 2000년 전문가들이 자원봉사 방식으로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누피디아(Nupedia)를 위키피디아에 앞서 선보였다. 누피디아는 전문가들의 느린 업데이트 속도로 실패했지만, 웨일스는 이때 경험을 토대로 전문가 대신 일반 사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 위키피디아를 선보일 수 있었다.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의 혁신 사례와 상반된 결과는 ‘기업들이 너무 빠르고 어설프게 혁신을 시도했다가 이에 매몰돼, 느리되 철저하게 혁신을 준비한 기업들에 오히려 뒤처지게 되는’ 딜레마에 언제든지 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나무보다 숲을 헤아리는 파괴적 혁신만이 딜레마 해결의 묘책임을 일깨워준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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