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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하는데 수익성 악화 … 새로운 플랫폼 개발, 해외시장 개척 서둘러야


김범수(50)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범석(39) 쿠팡 대표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가방끈’이 길다(김 의장은 서울대, 김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 각각 30대의 젊은 나이에 창업했다. 자수성가했다. 이름 이니셜이 ‘KBS’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둘 다 기업가정신의 으뜸인 ‘혁신’으로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다는 데 있다. 카카오는 국내 시장 점유율 96%로 독보적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쿠팡은 자체 물류 시스템과 배송 인력(쿠팡맨)으로 24시간 내 초고속 배송해주는 ‘로켓 배송’ 서비스로 새 지평을 열었다.


[카카오택시 등 호응 크지만 돈은 안 돼]


두 사람은 최근 달갑지 않은 공통점 하나를 추가했다. 두 기업 모두 수익성이 눈에 띄게 악화되면서 나란히 고민에 빠진 것이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 3분기 예상 매출은 3780억원, 영업이익은 2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65%, 44%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9.5%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7.7%로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경쟁사인 네이버는 23.4%→27.9%로 개선될 전망). 카카오 주가는 1년 새 11만~12만원대에서 7만~8만원대로 하락했다. 쿠팡은 지난해 국내 소셜커머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 중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손실이 5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배의 적자가 났다. 올해도 적자가 심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교롭게도 혁신이 두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택시’에 이어 올 들어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같은 혁신적인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서비스를 선보이며 O2O 붐을 일으켰다. 이들 서비스 자체는 소비자들의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지만, 정작 수익 창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택시는 누적 호출 2억 건을 돌파했지만 사내에서는 “돈이 안 되는 사업”이란 말이 나올 만큼 수익성이 떨어졌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O2O 신사업은 뚜렷한 이익 창출을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만만찮게 투입된 마케팅 비용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O2O 서비스가 단기간 내 수익 구간에 진입하긴 어려우며, 적어도 내년 말까진 기다려야 본격적인 수익이 날 것으로 분석한다. 사정이 이러자 카카오는 O2O 서비스 접목 시 흑자 가능성이 큰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들기로 하는(중앙일보 18일자 E1면 보도)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혁신 노력은 뒤로한 채, 급한 불을 끄려고 골목상권이나 침해하느냐”며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쿠팡은 로켓 배송에 드는 막대한 비용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위탁 배송을 하는 타 업체들과 달리 하나하나 직접 관리하면서 배송하고, 직접 고용한 쿠팡맨을 활용하다보니 배송 한 건당 5000원 이상(위탁 배송 시는 2500원)이 든다는 후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은 로켓 배송에 인건비(급여+용역비)로만 약 3000억원을 지출했다. 마케팅 비용도 560억원 정도가 들었다.


자체 배송 차량과 물류센터 운영 등에 들어간 비용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적자의 90%가 로켓 배송에서 비롯됐다. 소비자 열광, 그 이면의 어두운 그늘이다. 결국 김범석 대표는 반발을 무릅쓰고 비용 절감에 나섰다. 쿠팡은 이달 들어 로켓 배송 서비스의 기준 금액(주문액)을 9800원→1만9800원으로 두 배 인상했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모른다’ ]


카카오와 쿠팡처럼 혁신이 독이 된 경우를 경영학에선 ‘혁신의 딜레마’라고 한다. 눈앞의 기술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에 몰두하다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해 수익성 악화를 초래, 위기에 처하는 현상이다. 이 개념은 미국의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64)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석좌교수가 1997년 출간한 『혁신가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 국내엔 ‘혁신기업의 딜레마’란 제목으로 출간)』에서 처음 소개됐다(김범석 대표는 “HBS에서 그의 강의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책에 따르면 시장 선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더라도 혁신이 한계에 봉착하면,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그쳐 후발주자들에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존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그들을 만족시키는 데만 주력하는 혁신을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 novation)’으로 분류한다. 여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더 들여다보자. ‘기존 고객은 혁신을 리드할 수 없다. 그들에게 너무 의존해선 안 된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모른다. 오늘날 언뜻 보기엔 유용하지 않아 보이는 제품들이 내일 소비자의 욕구를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그는 존속적 혁신과 대비되는 개념인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새 수요를 창출할 때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파괴적 혁신은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시장의 밑바닥을 공략한 다음, 빠르게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방식이다. 즉 기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보다 낮은 기술을 가졌더라도 현재 고객의 니즈에 매몰돼 기존 제품·서비스를 더 혁신하려 애쓰는 대신, 전혀 다른 분야에서 혁신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라는 것이다. ‘보지 못했던, 숨어 있던’ 고객을 찾아 그들의 시장을 지배하라는 얘기다. 그러려면 경영자들은 멀리 보고, 작은 시장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파괴적·구조적 혁신으로 재도약 필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예전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진다. 성장률 유지를 위해 매출 규모를 늘리는 데 힘쓰다보면 금세 한계가 온다. 그럴수록 소규모 시장에 주목해 새 수요를 창출해라. 너무 많이 계획하지도 마라. 초반 계획이 틀렸다면, 이를 수정할 수 있는 자원을 남겨둔 채 시장에 신중하게 나아가면 된다. 처음부터 누가 이 제품을 원할 건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디자인이나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측면에서 다양하게 탐색하고 융통성 있게 접근하라. 새로운 걸 시도했다가 실패해도 빨리 배우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융통성을 갖춰라.’


『파괴적 혁신의 딜레마(The Disruption Dilemma)』를 쓴 조슈아 갠스(48)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에 더해 ‘구조적 혁신(architectual innovation)’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특정 요소만이 아닌, 근본적 사업 구조를 뜯어고쳐야 할 때 망설이지 말라는 얘기다. ‘시장을 바꿀 만한 신기술이 등장했을 땐 이에 맞게 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


두 경영학자의 분석 내용을 카카오와 쿠팡의 사례에 적용해본다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매듭지어진다. 카카오는 지금까지처럼 카카오톡에만 의존해 카카오톡 기반의 O2O 서비스 곁가지 확장에 주력해선 한계가 따른다. 카카오톡은 해외에서 힘을 못 쓰고 있고, 카카오는 내수 시장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 우물은 포화 상태다(그사이 네이버는 새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해외를 공략해 고속 성장했다). 전혀 다른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노림으로써 새 수요를 창출하고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


쿠팡은 로켓 배송의 리스크를 조금씩 줄이되, 틈새시장에 주목해 적극 공략함으로써 소셜커머스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만하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지금의 사업에서 유통 마진 개선을 기대하기보다 제2의 수익 모델을 찾아 자금을 조달,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 개편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혁신가와 혁신기업이 파괴적·구조적 혁신으로 재도약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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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