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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 달린 드론이 농작물 생육 측정 인공지능 트랙터, 알아서 씨앗 뿌려

지치지 않고 2~3초에 하나씩 오렌지를 수확하는 미국 에너지드의 오렌지 로봇. [사진 에너지드]


지난해 8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비행사 3명이 붉은 로메인 상추에 발사믹 식초를 뿌린 샐러드를 먹는 장면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 샐러드에 들어간 상추를 우주에서 재배했기 때문이다. 영화 ‘마션’처럼 다른 행성에서 농사를 짓는 게 가능해졌을까. 사실 상추는 우주정거장 내 농작물 재배 시설인 ‘베지(Veggie·식물의 줄임말)’에서 키운 것이다.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태양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식물의 생육을 돕는다. 일종의 수경재배에 가깝다. 이처럼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봤을 법한 기술들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농업 기술을 세계 각국의 대학이나 기업에서 개발 중이다. 임지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ICT 발전으로 토양과 작물 상태에 맞춰 적합한 농자재를 투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정밀농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앞으로 농업 업체들은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농업 환경을 확 바꿀 세 가지 기술로는 드론 농사, 인공지능(AI) 농기계, 농부 로봇 등이 꼽힌다.

미국 애그리보틱스의 적외선 센서가 적용된 드론이 농작물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애그리보틱스]


[과수원의 나무 3차원 지도로 그려]


드론(무인항공기) 농사는 재배환경을 과학적으로 모니터링해 농작물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애그리보틱스의 드론은 농장 상공에서 적외선 센서(감지기)로 농작물의 생육 상태를 측정하고 비디오로 촬영한다. 세계적인 드론 전문가 비제이 쿠마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 드론을 활용한 농작물 지도를 연구 중이다. 예를 들어 수십 대의 드론을 편대비행 방식으로 띄워 과수원의 모든 나무를 3차원 지도로 그리는 것이다. 이때 나무에 달린 과일 수를 세서 수확량을 측정하고 잎사귀로 광합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측정한다. 한마디로 ‘농작물 건강검진’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단 후엔 농부는 3차원 지도를 보면서 나무 상태에 따라 물과 비료 등을 ‘처방’하면 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과학자 3명이 2010년 창업한 플래닛랩스는 독특한 사업을 하고 있다. 드론 대신 인공위성 ‘큐브샛’을 여러 대 쏘아 올려 대규모 농장을 관리한다. 큐브샛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인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몇 개의 과학장비만 탑재해 큰 위성에 비해 발사비용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 농장주는 큐브샛이 다각도로 찍은 위성사진들로 농장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인공지능 농기계도 개발 중이다. 이 분야 선두업체는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업체인 미국 존디어다. 알파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존디어가 개발한 트랙터는 씨앗을 심는 간격, 씨앗의 양 등의 정보를 무선으로 받으면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자동으로 씨앗을 뿌린다. 트랙터를 비롯해 비료 변량 분사기, 콤바인 등은 모두 위치추적기를 탑재했고, 작물 종류 등의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료 변량 분사기는 작물과 토질의 상태에 따라 비료의 양을 조정해서 분사한다. 미국 블루리버테크놀로지는 기계학습 엔진이 들어간 레터스봇을 만들었다. 겉모습은 평범한 트랙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밭을 경작하면서 시각 정보를 학습하기 때문에 싹이 난 작물과 잡초를 식별한다. 따라서 트랙터는 잡초만 골라서 제초제를 살포하기 때문에 화학물질 사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시각 정보 학습해 잡초만 골라 뽑아]


디지털 농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 농부도 늘고 있다. 특히 각국의 대학에서 로봇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 중에서도 호주 시드니대의 호주 필드 로보틱스센터에서 개발 중인 로봇 카우보이 ‘스웩봇’이 눈에 띈다. 이 로봇은 네 개의 긴 다리가 특징이다. 돌이나 웅덩이가 많은 평원에서 넘어지지 않고 소떼를 몰기 위해서다. 로봇엔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농장주는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원하는 장소에 소를 방목할 수 있다. 또 과일이나 채소를 전문적으로 수확하는 로봇을 개발한 곳도 있다. 스페인 업체 애그로봇이 만든 로봇(SW6010)은 이미 농업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로봇 팔에 달린 센서를 이용해 딸기의 모양과 크기로 숙성도를 파악한다. 지치지도 않고 잘 익은 딸기만 수확한다는 게 애그로봇의 강점이다. 이 밖에 이스라엘 농업연구소에선 과일로 주스를 만드는 로봇을,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에선 치즈 만드는 로봇 등 다양한 로봇들을 개발 중이다.


그렇다면 국내 농업에 유용한 디지털 기술은 뭘까. 농업 전문가들은 ICT를 접목한 농장인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다. 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습도·햇볕양·토양 등을 측정한 뒤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PC로 제어장치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김강현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연구소) 박사는 “농촌 인구가 갈수록 줄고 농가 고령화로 농업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며 “농부가 논이나 축사 등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려면 네덜란드처럼 스마트팜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한국의 절반 크기도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세계 2위 농업 수출국이다. 좁은 내수시장에서 탈피해 일찍부터 수출에서 활로를 찾았다. 주로 파프리카·토마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원예작물을 유럽으로 수출한다. 비가 많이 내리고 일조량이 부족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원예작물을 생산하는 비결은 뛰어난 스마트팜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 스마트팜 산업은 아직 도입 단계다. 김철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스마트팜 기술의 핵심은 농작물 생육 환경과 관련된 빅데이터 구축”이라며 “소규모 자작농 위주로 농사짓는 한국 농업 특성상 ICT와의 융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강현 농협중앙회 박사도 “국내 스마트팜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술력과 자금을 갖춘 기업들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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