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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통해 성장하고 미국 ‘실존적 보호’는 받아야

로빈 니블렛 대표는 옥스퍼드대(학사·석사·박사)에서 공부하고 미국 싱크탱크에서 14년간 일했다. 김현동 기자


대략 정책연구원을 뜻하는 ‘싱크탱크(think tank)’라는 말은 1959년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 있는 행동과학센터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세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싱크탱크’가 있느냐 없느냐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의 기준이다. 세계 20대 싱크탱크에 우리나라는 없다. 최근 J글로벌·채텀하우스·여시재 포럼(10~11일)에 참석하기 위해 로빈 니블렛 채텀하우스(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대표가 방한했다. 그를 11일 조선호텔에서 인터뷰해 세계 2위로 평가받는 채텀하우스를 중심으로 싱크탱크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영국 고유의 국제관계학 연구 전통은 채텀하우스의 연구와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영국 국제관계학 학파는 상대적으로 이론보다는 역사와 경험을 중시한다. 채텀하우스의 연구자들은 제너럴리스트이기보다는 지역학 전문가다. 우리는 지역학을 에너지·기후·사이버안보 같은 테마 분석과 결합한다.”


-채텀하우스와 영국 정부는 어떤 관계인가.“우리는 영국 정부에 대한 강박감이 없다. 영국 정부와 정책은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의 청중(audience)은 국제사회다. 영국은 한때 제국이었지만 지금은 나라와 나라 사이를 잇는 연결자(connector)다.”


-채텀하우스의 연구 기조는 초당파적인가.“우리는 칙허장(royal charter)에 따라 설립됐기 때문에 우리의 후원자는 영국 군주다. 영국 군주는 비정치적이다. 그래서 우리 또한 국내 문제에 대해 비정치적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우리의 칙허장을 바꿀 수 없다. 게다가 우리의 연구 대상인 국제 문제는 초당파적이다. 국내 정치는 항상 당파적이다. 세금·보건·사회복지개혁정책은 정파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하지만 중동정책, 기후변화, 러시아 제재 같은 국제 현안은 당파를 초월한다.”


-채텀하우스의 운영자금은 석유회사 등 사기업에서도 나온다. 그들의 이익과 상반된 말을 할 수 있나.“늘 그렇게 한다. 회사들이 우리를 후원하는 이유는 우리가 객관적인 분석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홍보가 필요할 때는 협회나 로비스트를 찾는다. 지적인 토론이 그들의 이익과 반드시 부합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토론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채텀하우스의 토론에는 전직 관료, 시민사회단체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경쟁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출한다. 회사들이 바라는 것은 토론에서 다른 집단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오히려 싱크탱크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싱크탱크에 대한 관심을 접게 될 것이다.”


-운영자금은 충분한가, 아니면 항상 부족한가.“우리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수익을 많이 남기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컨설팅 회사처럼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그렇게 되면 비즈니스 기회를 찾게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가장 중요한 연구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것이지 돈벌이가 아니다. 또한 우리의 규모가 너무 비대해지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다. 크게 되면 아이디어보다 돈을 추구하게 된다.”


-채텀하우스가 세계 2위의 싱크탱크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싱크탱크마다 각기 매우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힘들다. 우리는 런던이라는 글로벌 수도의 입지를 이용해 국제적인 토론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중 하나라는 것은 확실하다. 1등에게는 내려갈 길밖에 없다. 나는 우리가 2등이라는 사실에 만족한다. 또 언젠가는 1등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싱크탱크의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는가.“채텀하우스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은 160명에 불과하다. 그중 연구인력은 85명이다. 외부 연구인력을 포함하면 300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책 결정을 둘러싼 토론과 맥락을 바꿀 수 있다. 정책 결정자들의 정책보다는 그들이 행동하는 맥락(context)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 한데 일단 집권한 다음엔 외부 사람들의 말을 듣기가 매우 힘들다. 미국 싱크탱크의 경우 현 정부보다 차기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크다.”


-한국에 조언할 게 있다면. 한국은 외국 전문가들의 말에 경청하는 경향이 있다.“알고 있다. 내 신념 중 하나는 국제적으로 강한 나라는 국내적으로 강하다는 것이다. 국내적으로 약하면 국제적으로도 약하다. 민족주의적·공격적이 된다. 한국은 고령화·이민 문제를 고민하는 가운데 경제·기술 혁명의 새로운 국면에서 생존해야 한다. 한국의 특수성은 북쪽의 이웃이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북한은 거의 컬트(cult·광신적 종교집단)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고, 컬트는 매우 불안정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긴밀한 한·미 관계가 한국에 중심축이다. 한국은 중국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잡아야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받는 ‘실존적인 보호(existential protection)’를 상실하면 안 된다. 중국이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자체 국방력을 강화해 미국의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무임승차할 수 없다. 지금은 미국이 세계로부터 뒤로 빠지는 시기다. 미국은 특히 스스로를 챙기지 않는 나라들로부터 물러날 것이다.”


-영국이 한국을 시기하기 때문에 영국 매체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싣는다는 ‘설’이 있다.“그렇지 않다. 나는 영국이 한국을 시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국은 지난 5~6년간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커넥션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적합한 파트너를 찾고 있다. 한국이 그런 나라다. 한국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중간 규모 국가다. 한국은 산업이 강하고 영국은 서비스업이 강하다.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가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완료되면 한국과 영국의 장기적 파트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앙SUNDAY 독자들에게 강조할 게 있다면.“한국은 동아시아를 넘어 글로벌화되기 위해 노력한다. 채텀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영국에 있지만 보다 큰 아이디어를 향한 야심과 결의가 있다. 나는 한국이 동북아라는 지역에 함몰되지 않고 항상 글로벌 야망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


 


 


김환영 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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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