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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에 비틀스 있듯, 스톡홀름엔 아바가 있다

1 스톡홀름 아바 박물관 내부. 아바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AP=뉴시스]


아바(ABBA)는 유럽 팝 음악을 말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그룹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경쾌하고 명랑한 힘으로 여전히 세상을 풍미하고 있다. 올해는 ABBA의 멤버가 처음 만난 지 50주년이 되는 해. 팬들이 성지로 여기는 스톡홀름을 찾아 ABBA의 흔적을 느껴보며 스웨덴 음악산업의 현재를 점검했다.


 

2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 당시의 의상과 기타.

3 앨범 ‘어라이벌’ 표지에 쓰인 헬리콥터를 타고 사진 찍는 관람객들. [사진 조현진]


1974년 4월 6일,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 브라이튼에서 유럽 최대의 대중음악 경연 대회인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가 열렸다. 공연을 마친 17개국 대표들은 이제 우승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회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올해의 우승자는…스웨덴 대표 아바입니다.” 이날 이후 이 남녀 혼성 4인조 밴드는 그야말로 절대적이고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팝 음악 역사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와 함께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이들의 출발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웨덴에서 가수로서 인지도를 높여 가던 베니 앤더슨(Benny Anderson)과 비요른 울바에우스(Bjorn Ulvaeus)가 처음 만난 것이 계기였다. 밤새 비틀스 노래를 부르고 음악 얘기를 나누며 우정을 다진 둘은 서로가 추구하는 음악 철학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면서 금방 친해졌다. 6월 5일의 일이다. 일부 대중음악 사학자들과 골수 ABBA 팬들은 이날을 “비틀스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처음 만난 1957년 7월 6일 만큼이나 중요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후 비요른은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던 금발의 여가수 아그네사 팰트스코그(Agnetha Faltskog)를, 베니는 일찍이 스웨덴에 정착한 노르웨이 출신의 여가수 애니프리드 린스태드(Anni-Frid Lyngstad)를 만난다. 4인조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비요른 & 베니, 아그네사 & 애니-프리드’라는 긴 이름으로 1972년 ‘피플 니드 러브(People Need Love)’를 발표해 최초로 히트시킨다. 이들은 다음해 ‘링, 링(Ring, Ring)’을 준비해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 참가를 결정했으나 자국 예선에서 3위에 그쳐 출전이 좌절됐다. 그 이듬해 밴드 이름을 멤버 네 명의 앞 머리글자를 따 ABBA로 바꾼 이들은 ‘워털루(Waterloo)’를 들고 나와 당당히 스웨덴 대표가 됨으로써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미 한 번 쓰라린 경험을 한 ABBA는 순위에 대한 욕심보다 자신들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고 남자들도 통굽부츠를 신는 등 당시로는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훗날 ‘워털루 기타(Waterloo Guitar)’로 더 잘 알려진 별 모양의 기타도 특별 제작했다. 공연 전 비요른은 “이쯤 되면 우리가 9등을 해도 사람들이 ABBA는 기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ABBA를 기억했고 이는 공식 활동을 중단한 1982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ABBA의 음악 22곡을 중심으로 제작돼 1999년 발표된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는 2016년 현재 한국을 포함해 세계 440개 도시에서 6000만 명이 넘게 관람할 정도로 성공했다. 뮤지컬의 흥행에 힘입어 2008년에는 동명의 영화도 제작됐다. ABBA는 또 2010년 로큰롤 아티스트의 최대 영광으로 간주되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엘비스 프레슬리 팬들이 미국 멤피스를 찾고 비틀스 팬들이 영국 리버풀을 찾듯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ABBA의 흔적을 살펴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여드는 음악도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스톡홀름 시립미술관의 토발드 올슨선데린 기획담당은 “많은 시민은 ABBA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스톡홀름 대중문화의 큰 부분이다. 많은 외국 관광객이 ABBA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다”고 얘기했다. 스톡홀름시는 그런 재미를 느끼기에 좋은 관광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박물관과 도보 투어, 보트 관광이 대표적이다.

스톡홀름 시내 유르고르덴 지역에 2013년 5월 7일 개관한 아바 박물관.

페리를 타고 아바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관람객을 아바의 5번째 멤버로 대접]


‘박물관의 섬’으로 불리는 스톡홀름 유르고르덴(Djurgarden) 지역에 자리 잡은 ABBA 박물관은 2013년 5월 7일 개관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ABBA 로고 ‘공연 전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ABBA는 전성기 때 공연 마지막 두 곡에서 이 소품을 이용했다. ABBA의 조명 디자이너였던 패트릭 우드로프는 “깡통 안에 전구를 설치한 단순한 소품이다. 공연 때 끝에서 두 번째 곡에서는 전구 불을 그냥 환하게 켰고 마지막 곡에서는 전구 불이 반짝이도록 했다. 관객은 여기에 늘 열광했다”고 얘기했다.


ABBA의 매니저였던 스티그 안데르손 소유로 시내에 위치했던 폴라(Polar) 뮤직 스튜디오는 ABBA 사운드가 확립된 장소로 유명하다. 도시개발 계획과 함께 2004년 철거됐는데, 박물관은 원모습을 복원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76년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음반 ‘어라이벌(Arrival)’ 표지에 사용된 벨47기종 헬리콥터를 타고 관람객이 사진 찍는 공간도 늘 인기다.


ABBA 박물관은 주제와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33개 전시공간을 마련해 밴드의 역사와 그들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관람객이 ABBA의 다섯 번째 멤버가 돼 기존 멤버 네 명과 함께 관람하도록 설계했다. “무엇보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 관람에 주력했다. 방문객은 입장과 동시에 개인 ABBA 홈페이지가 생긴다. 방문객이 박물관 안에서 부른 ABBA 노래, 입은 ABBA 의상 등은 모두 저장된다. 전시된 피아노는 베니의 개인 스튜디오 피아노와 연결돼 있어 그가 실제로 연주하면 전시된 피아노가 같이 연주되도록 설계됐다.” ABBA 박물관 카타리나 포켄하브 홍보이사의 설명이다.


약 2시간 길이의 도보관광은 크게 늘어난 ABBA 팬들의 요청에 따라 2010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ABBA의 흔적이 담긴 명소를 직접 보면서 스톡홀름의 역사까지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점이 매력이다.


매년 노벨상 시상식 전야 만찬행사가 열리는 스톡홀름의 주요 랜드마크인 현 시청건물(Stadshuset)은 베니가 여덟 살이던 1955년 이곳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해 음악인으로서 데뷔 무대가 된 곳이다. 반세기 뒤인 2008년 9월 26일, 베니는 스톡홀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데, 이 행사도 이곳에서 열렸다.


ABBA는 오페라 가수는 아니었지만 스톡홀름의 왕립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설 기회도 있었다. 1976년 6월 18일 현 스웨덴 국왕인 칼 구스타브 16세와 왕비 실비아 소머래스의 결혼식 전야제가 계기였다. 이 축하공연에서 ABBA는 그들의 최고 히트곡이자 대표곡이 될 ‘댄싱퀸(Dancing Queen)’을 선보였다. 이 곡은 수십 년 뒤 같은 무대에서 왕비를 위해 또 한 번 연주됐다. 왕비의 50번째 생일을 맞이해 1993년 12월 22일 열린 축하공연에서였다. 이 공연에서 애니프리드는 스웨덴 출신의 리얼 그룹(The Real Group)과 함께 이 노래를 아카펠라 형태로 멋지게 편곡해 선사했다.


[베니 소유 호텔서 영화 개봉 행사도]


스톡홀름 곳곳의 많은 호텔도 ABBA와 크고 작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1977년 작 영화 ‘아바: 더 무비’는 ABBA의 호주 공연을 주 내용으로 하지만 후속 작업 일부는 스웨덴에서 진행됐다. 영화에서 ABBA 멤버들은 호텔방에 모여 신문에 실린 공연평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아그네사 엉덩이가 공연을 지배하다(Agnetha’s Bottom Tops Show)’는 신문 헤드라인이 나타난다. 당시 아그네사는 매력적인 엉덩이로 남성 팬들 사이에서 섹스심벌과 같은 존재였는데 이를 염두에 둔 기사였다. 이를 본 아그네사는 “내가 그래도 공연을 위해 뭔가 기여를 했네!(At least I did something for the show!)”라고 웃으며 얘기하는데, 이 장면은 실제 호주가 아닌 스톡홀름 시내 셰러턴 호텔에서 촬영된 것이다. 영화에서 워낙 인상적인 장면이라 이 호텔은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호텔 리발(Rival)은 소유주가 다름 아닌 베니여서 늘 화제다. 2008년 7월 4일 영화 ‘맘마미아!’의 스웨덴 개봉 행사가 이 호텔에서 열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날 영화 출연진은 물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ABBA 멤버 네 명까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장관을 연출했다.


스톡홀름에서는 2만4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群島) 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기후 조건이 좋고 관광객이 몰려드는 여름이면 수십 종류의 관련 상품이 등장하는데, 이 가운데 ‘ABBA 보트 관광’은 페리를 타면서 ABBA 명소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상황에 맞게 선곡된 13곡의 ABBA 노래들도 즐거움을 더해 준다.


ABBA의 수많은 흔적은 아름다운 운하도시 스톡홀름을 더없이 매력적인 음악도시로 거듭나게 만든다. 음악의 힘이다. 아쉬운 것은 멤버 네 명이 모두 건재한데도 재결합 얘기는 여전히 소문뿐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스톡홀름을 떠날 즈음이 되니 ABBA가 고맙기만 하다. 그들이 남긴 아름다운 곡들 때문이다. 생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


 


 


스톡홀름(스웨덴)= 조현진 국민대 특임교수 gooddream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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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