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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안전 자산’ … 69조원 콘텐트 시장 잡기 총력전

넷플릭스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캐스팅하고 만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위), 아마존이 만든 수사물 ‘보슈’(가운데), 유튜브를 통해 구글이 내놓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파이트 오브 리빙 데드’.


“돈이란 건 10년만 지나면 무너지는 대저택과 같지. 권력이야말로 수세기를 버티는 단단한 석조 건물이야. 그 차이를 못 보는 사람을 도저히 존중할 수가 없어.”


냉소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케빈 스페이시가 나직이 읊조리는 이 대사에 마음이 홀린 건 비단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백악관 생활을 하고도 안주인이 아닌 진짜 주인으로 재입성을 노리는 힐러리 클린턴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움직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 드라마의 열혈팬이 됐다. 이 정치 스릴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든 곳은 한때 DVD 대여점에 불과했던 넷플릭스. 내년 3월이면 이 드라마의 다섯 번째 시리즈를 방영할 정도로 넷플릭스는 불과 4년 만에 성공한 기업 반열에 올랐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마법은 넷플릭스의 몸값(시가총액)을 2013년 219억 달러에서 524억 달러(9월 말 기준·약 59조원)로 배로 불려 놨다. 최근 넷플릭스는 요금을 10%나 올렸지만 올 3분기 기준 가입자가 줄기는커녕 전 분기보다 357만 명 늘어났다. 3분기 매출은 22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드라마의 힘이었다.


넷플릭스의 약진을 지켜본 정보기술(IT) 공룡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장 전망이 밝은 데다 시냇물이 흘러가듯 동영상을 통신망을 통해 ‘흘려 내보내는(streaming)’ 기술이 확산되면서 운신이 더욱 가벼워졌다. 2014년 253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였던 스트리밍 동영상 시장이 2019년 614억 달러(약 69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라는 시장조사기관(마케츠앤드마케츠) 발표까지 이어지면서 아마존과 구글, 애플 같은 IT 기업들은 속속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비디오 서비스(위)와 애플 TV. [사진 플리커]


[영화 ‘아가씨’ 북미시장 배급권 사들여]


먹거리가 있는 새 시장을 눈치챈 공룡 가운데 가장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아마존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은 일찌감치 콘텐트 사업에 눈을 떠 2010년 아마존스튜디오를 세웠다. 2014년엔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트위치를 9억7000만 달러에 사들였고, 자체 제작한 드라마 ‘보슈’를 선보였다. 강력반 형사 ‘해리 보슈’를 앞세운 이 드라마를 연간 99달러를 내는 ‘아마존 프라임’ 유료 회원들에게 먼저 공개해 반응을 살폈다. 파일럿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자 아마존은 보슈를 10부작으로 만들어 지난해 2월 내놨다. 올해 4월엔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별도로 떼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로 독립시켰다. 온라인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부가 서비스처럼 제공했던 드라마를 아예 별도의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요금(월 8.99달러)도 넷플릭스 이용료(월 9.99달러)보다 낮췄다. 아마존은 드라마 제작만이 아닌 영화 투자와 배급으로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 초청작인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북미 시장 배급권을 사들인 곳도 아마존이었다.

유튜브 레드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영역 넓히기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사들인 건 2006년. 유튜브가 10년 사이 한 달 평균 10억 명이 방문하는 동영상 사이트로 자리 잡자 지난해 구글은 변화를 시도했다. 동영상 시청 중 툭툭 튀어나오는 광고를 없앤 ‘유튜브 레드’였다. 한 달 9.99달러에 광고가 없는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자체 콘텐트 제작에도 도전했다. 대표작은 서바이벌 게임 프로그램인 ‘파이트 오브 더 리빙 데드’(2015). 가능성을 확인한 구글은 아예 콘텐트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엔 미국 방송사인 CBS와 손을 잡는 공격적인 행보까지 보였다. 콘텐트를 갖고 있는 CBS와 손잡고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트를 유튜브를 통해 내놓겠다는 것이다. ‘유튜브 언플러그드’로 알려진 이 서비스는 한 달에 25~40달러의 이용료를 받는 대신 여러 방송 채널을 묶어 제공한다. 100달러대의 유료 방송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도 CBS의 대표작인 범죄수사물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시즌 12까지 나온 ‘크리미널 마인드’ 드라마 한 편당 평균 1300만 명이 시청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CBS와의 동맹은 구글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CBS 외에도 NBC와 월트디즈니·폭스·타임워너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초 구글이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가게 되면 기존의 TV 시장 구도까지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LG경제연구원은 “구글이 서비스 명칭에 ‘언플러그드(unplugged)’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선(plug) 기반의 유료 방송 사업자들과 경쟁하려는 전략적인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분석했다.애플도 변화를 모색 중이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과 같은 애플 제품에서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콘텐트 사업을 해 왔다. 아이튠즈 가입자 수는 8억 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지만 달라진 이용자들의 입맛이 변화의 불을 댕겼다. 듣고 싶은 음악을 내려받기(download) 하는 것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흘려듣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애플의 에디 큐 수석부사장이 “애플의 음악 사업이 죽어가고 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애플은 2014년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하는 비츠를 30억 달러(약 3조원)에 사들였다. 시장은 애플이 비츠를 사들인 시기에 주목했다. 고급 헤드폰과 스피커를 파는 비츠가 음악 스트리밍 사업으로 발을 뻗은 직후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비츠 인수 이후 전략을 크게 틀었다. 애플 제품 이용자들만을 상대로 하던 폐쇄적인 사업구조를 깨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적용된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쓸 수 있는 월 9.99달러의 ‘애플 뮤직’ 서비스를 내놨다. 애플이 문호를 개방하자 애플뮤직 이용자는 서비스 1년 만에 1500만 명으로 치솟았다. 애플 뮤직 서비스를 기점으로 애플의 수익구조도 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전체 매출의 6%에 불과하던 콘텐트 서비스 사업은 올해 2분기 12%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아이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69%→65%)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장은 애플이 “넷플릭스와 경쟁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조만간 스트리밍 동영상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5월 애플이 타임워너 인수를 검토했다는 사실을 보도했고, 뉴욕타임스 역시 같은 달 애플이 비츠 창업주인 래퍼 닥터 드레의 일대기를 6부작 드라마로 제작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도 새로운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4년 중국 차이나비전미디어를 인수해 ‘알리바바픽처스’를 만들고 ‘미션 임파서블 5’를 비롯해 ‘닌자터틀’ 등 할리우드 영화 투자까지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가 중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 진출을 보류한 사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중국 스트리밍 시장은 연 30%씩 성장해 2020년에는 160억 위안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를 비롯해 바이두·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이 시장 장악을 위해 콘텐트 확보 경쟁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50%로 급증]


달라지는 경쟁구도에 미디어 회사와 유료 방송 서비스 회사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이들 기업의 성장세를 보면 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월트디즈니(9.1%)와 CBS(3.9%)를 제외한 기업들의 매출이 최근 1년 사이 일제히 꺾였다. 비아콤(-3.1%)·타임워너(-1.2%)·21세기폭스(-5.7%)가 나란히 뒷걸음질 친 데 반해 넷플릭스의 매출 성장세는 매년 20%를 뛰어넘고 있다. 스웨덴의 통신장비 회사인 에릭슨은 시장의 물줄기가 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스트리밍 기술로 인해 소비자들의 시청 습관이 변했다는 것이다. 2015년 에릭손의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010년 30%에서 2015년 50%로 크게 늘어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널리 보급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같은 기간 소비자들의 스트리밍 동영상 시청 시간 역시 일주일 2.9시간에서 6시간으로 훌쩍 증가했다. 반면 TV를 보는 사람들은 점차 줄고 있다. 포춘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미국 시장의 유료 TV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0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시장 주도권을 잃을 처지에 놓인 전통의 미디어 강자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타임워너는 지난 8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훌루의 지분 10%를 인수했다. 지분 인수대금은 5억8300만 달러(약 6500억원)로 알려졌다. 시장은 타임워너가 훌루의 지분 투자에 참여하게 된 것을 유의미하게 해석했다. 월트디즈니와 21세기폭스, 컴캐스트가 세운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면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훌루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비롯해 뉴스·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드라마 자체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탓에 가입자가 1200만 명에 그쳐 넷플릭스를 견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전통 미디어 회사들의 연합전선이란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신재욱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에 금값이 오르는 것처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검증된 사업 기회에 몰리게 된다”며 “IT 기업들이 콘텐트 사업에 나서는 것은 콘텐트가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가 검증된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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