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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로 다시 태어난 은하수·오작교

stpmj의 ‘그림자 다리’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뷰티 브랜드 설화수(雪花秀)가 주최하는 ‘설화문화전’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전통 문화 장인과 현대 예술 작가들의 어우러짐을 추구하며 2006년 시작된 ‘설화문화의 밤’은 2009년부터 ‘설화문화전’으로 이름을 바꾸고 매년 다채로움과 의미를 더해왔다.


올해의 주제는 ‘설화(說話): 견우 직녀’(10월 13일~11월 13일). 지난해 ‘설화: 백일홍 이야기’에 이어 옛날 이야기의 현대 예술적 승화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전통 문화와 현대 미술에 젊은 세대들이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설화(雪花)가 들려주는 설화(說話)라는 댓구가 흥미롭다.


게다가 지난 3월 서울 신사동 도산대로에 국내 최대 규모인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면서 설화문화전 역시 새 터전을 갖게 됐다. 특히 이번에는 건물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도산공원으로까지 전시의 터전을 넓힘으로써 공공미술 영역으로의 확장이라는 가치까지 덧붙였다.

오영욱의 ‘마음의 벽’

전가영의 ‘공간 접기’


[‘그림자 다리’ 등 5개 작품, 도산공원 전시로 공공미술성 강화]


이번 전시에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선정한 현대미술 작가 11개팀이 참여했는데, 도산공원에는 5개 작품이 설치됐다. 공원 초입에서는 우선 ‘그림자 다리’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승택·임미정 부부 건축가(팀명칭 stpmj)는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 까치와 까마귀가 놓아주었다는 오작교를 형상화하기 위해 그림자까지 멋지게 사용했다. 높이 3m에 달하는 자작나무 설치물에는 새 모양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매일 오후 3시30분 무렵이 되면 이 설치물의 그림자가 뒤에 있는 벤치에 딱 연결된다.


그 옆 잔디밭 한가운데에는 건축가 정규동(OAA)이 나무와 철제로 만든 벤치 ‘공오작(共烏鵲)’이 있다. 까마귀와 까치의 날개를 형상화한 듯 역동적인 형태인데 둘이 같이 앉는 공간과 혼자 앉는 공간을 절묘하게 나누어 배치했다.


건축가은 두근대는 심장을 형상화한 붉은 색 공간이다. 붉은 호스를 층층이 쌓아 서로 단절된 공간을 만들었는데, 비어있는 호스에 대고 소곤대면 반대편에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한 구조가 이 불통의 시대를 은유하는 듯하다.


공원 가운데로 이어지는 벽돌길에는 금색·은색·흰색·분홍·주황의 형광색 테이프가 기하학적 무늬로 붙어있다. 설치미술가다. 그대로 접으면 뭔가 입체물이 만들어질 것 같은 색색의 선이 별의 미로 같다.


공원 가운뎃길 한복판을 장식한 작품은 디자이너 안지미+이상홍의 ‘눈물 방울 속 수천억 개의 별’이다. 24개의 철제 프레임 중간 중간에 구름이나 네 잎 클로버 같은 조형물을 집어넣고 유진목 시인의 『연애의 책』에서 발췌한 문구를 타이포그래피로 형상화했다. “마치 창문 밖에도 당신이 있는 것 같았다”같은 구절이 견우와 직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박여주의 ‘Magic Hour on the Milky Way’

패브리커의 ‘이음·일루전

FriiH의 ‘은빛 강 건너편에는 너가 있다 하던데’


[‘자自-연緣; 스스로 이어지다’는 시각·청각·후각 자극]


세계적인 건축가 네리애후의 설계로 만들어진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가늘지만 단단한 황금색 격자 형태의 프레임이 전관을 촘촘하게 뒤덮고 있다. 현관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은 설치미술가 이수진의 ‘은하철도의 밤’이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에 영향을 준 미야자와 겐지의 동명 동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이 격자 프레임 사이에 푸른 색 천을 물결치게 설치함으로써 견우와 직녀를 가로막고 있는 은하수와 만남의 기적을 성사시키는 오작교를 동시에 은유하고 있다.


건물 밖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장식한 작품은 설치미술가 박여주의 ‘매직 아워 온 더 밀키 웨이(Magic Hour on the Milky Way)’다. 매직 아워는 태양이 진 후 완전한 어둠이 다가오기 직전의 짧지만 아름다운 순간을 지칭한다. 계단 난간과 천장에 설치된 래


디언트 라이트 필름과 LED 조명은 보는 방향과 시간에 따라 오묘한 빛을 뿜어낸다. 1층에서 관람객을 맞는 것은 디자이너 김동규와 김성조(패브리커)가 만든 2점의 아트 퍼니처. 하나는 두 개의 버려진 탁자를 반투명 에폭시 수지를 이용해 연결한 ‘이음’이고 다른 하나는 웨딩드레스를 재활용해 두 개의 조명으로 만든 ‘일루전’이다. “결혼식이라는 너무나 짧은 순간에 사용된 웨딩드레스에 영원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는 설명은 견우와 직녀의 단단한 결합을 위한 축사가 아닐까.


3층 VIP룸으로 올라가면 살아있는 두툼한 이끼 위에 세운 잘라낸 소나무 가지가 보인다. 가지 위엔 스피커도 여럿 설치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준의 ‘자自-연緣; 스스로 이어지다’다. 인연을 뜻하는 연(緣)자를 썼다. 견우와 직녀의 재회를 인간과 자연의 만남으로 해석했다. 직접 채집한 벌레소리, 바람소리가 들리는 설화수를 대표하는 윤조지향까지 뿌려놓아 왠지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그 옆 고화질 TV 화면에서는 미디어 작가 조애리의 ‘시각적 운동학 No.20: 시간의 존재방식’이 상영 중이다. 우주선을 타고 은하수를 날아가는 듯한 현란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4분간 이어진다.


루프탑에는 미디어 작가 배정완·황상연·조진옥(FriiH)의 ‘은빛 강 건너편에는 너가 있다 하던데’가 설치돼 있다. 격자 무늬 프레임 사이에 각기 다르게 구부러진 푸른색 철판을 설치해 파도를 표현해냈다. 프레임 양 옆으로 설치돼 있어 가운데를 걸어가면 마치 모세가 갈라놓은 바다 아래를 걷는 느낌이 든다.


설화수는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장인과의 협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올해의 주인공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보유자인 정관채 염색장이다. 장인의 숨결이 깃든 쪽빛 손수건(6500원)과 쪽빛 천커버 노트(1만6000원)의 판매 수익금은 문화재청에 기부돼 형편이 어려운 무형문화재에게 전달된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8시(기간 중 무휴). 문의 02-541-9270 ●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설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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