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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예, 세상을 깊이 이해할 기회 제공”

박원민의 ‘희미한 연작_책장’

강승철의 ‘흙의 기억으로부터’


지난달 8일 오후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2층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공예 및 디자인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윤선)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정철)이 주관한 ‘크리에이티브 릴레이션십’ 행사였다. 제21회 밀라노 트리엔날레 국제전람회(4월 2일~9월 12일)를 마무리하며 한국관의 성취를 확인하고 현지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 및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은 ‘새로운 공예성을 찾아가는 공동의 장(Making is Thinking is Making-New Korean Craft)’을 주제로 28명 작가의 작품 154점을 이곳 1층 전시장에서 5개월여간 선보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한 ‘법고창신’전이 전통 공예 측면에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전통 공예는 물론 한국적으로 해석한 현대적 디자인까지 시야를 확대했다. 덕분에 새로운 디자인과 첨단 테크놀로지를 선보이는 밀라노 디자인위크와도 예년에 비해 거리감을 훌쩍 줄인 모양새다. 전시장 외벽은 방문객들이 남긴 낙서와 멘트로 빈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탈리아 공예 및 디자인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와인 오프너 ‘안나G’로 유명한 생활용품 디자인 회사 알레시(Alessi)의 알베르토 알레시 대표를 비롯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딕슨·마크 뉴슨 등과 협업하고 있는 가구·조명회사 카펠리니(Cappellini)의, 카림 라시드·알레산드로 멘디니 등 톱 디자이너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가구 브랜드 파올로 카스텔리(Paolo Castelli)의 파올로 카스텔리 대표, 콜로니 공예예술재단(Fondazione Cologni)의 알베르토 카발리 이사장 등이다.


행사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전 미리 도착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작가들로부터 작품 설명을 듣거나 제작 방법 및 과정, 가격 등에 대한 담소를 나눴다. 또 갤러리스트들과 전시 교류를 논의하는 등 향후의 협업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간도 가졌다. 이어 이탈리아 건축가 마리오 트리마르키의 사회로 양국 전문가 대담이 진행됐다. 그는 “이 세상은 물체라는 전형적인 카테고리에 포함된 보이는 것들과 오래 지속되는 교육과 전수의 노하우 같은 보이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며 “한국의 공예는 보여지는 것의 한계를 넘어 세상을 더욱 깊이, 그리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알레시 대표는 “이탈리아 기업은 비관습적 기술을 탐구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지식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다”며 한국 디자이너와 기업들도 이런 점을 참고해 볼 것을 주문했다. 카펠리니 대표 역시 “각국의 흥미로운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전통적인 재료를 현대적으로 다시 사용하고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병훈의 ‘애프터이미지 08-282’(명상의자)

전통 직물을 보여주는 심연옥 작가


‘개성있는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콜로니 공예예술재단의 알베르토 카발리 이사장은 “장인과 공방이 그들만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출품 작가 중 최병훈 홍익대 목조형학과 교수, 장연순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 명예교수,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최 작가는 “명상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고 탄소 섬유 같은 신소재를 재료로 사용한 덕분에 21세기에 어울리는 현대적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들려주었다.

쥴리오 카펠리니 대표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시대, 장인의 독창성과 물건의 다양성으로 표현되는 것이 공예”라고 설명한 장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재의 나와 나의 이야기를 연결시키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직조, 절단, 염색의 반복적 작업은 과거에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가 하던 일과 연결되는 것으로 단순한 육체노동을 넘는 신성한 작업입니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의 장인정신을 소개하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와 디자인 또한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고급 한국 전통 섬유를 수작업으로 복원한 심 작가는 “기술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료를 아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며 “전통 직물의 아름다움을 알아야 새로운 미를 창조할 수 있다. 새로운 작품은 전통을 뛰어 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레아 베르통 셰프와 최애경 스타일리스트가 협업해 한식 식재료로 대표적인 한국 음식을 이탈리아 조리법으로 만들어 선보인 자리는 양국 음식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디자인대학 IED의 국제교류처장 안드레아 토시는 “한국 공예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마침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교환 교수 및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만큼 보다 적극적인 교류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정철 원장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파리 메종 오브제, 런던 콜렉트, 시카고 조형예술박람회 등 다양한 국제무대를 통해 한국의 공예 문화를 소개하고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탈리아 디자인 산업과도 창의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밀라노 글 김성희 중앙SUNDAY S매거진 유럽통신원sungheegioielli@gmail.com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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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