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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음색 찾아 나선 국악관현악의 모험


국악관현악 연주를 듣다 보면 의문이 든다. 가야금·거문고·해금·대금·피리·아쟁 등 다양한 국악기들이 모두 함께 연주를 하고 있지만 솔로 파트가 아니라면 영 안 들리는 소리들이 있는 것이다. 여러 명이 열심히 대금을 불고, 해금을 켜고, 거문고를 뜯고는 있는데, 대체 각자 무슨 음을 내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가 아니라면 좀처럼 알 수가 없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이런 의문을 해소하고 나섰다. 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2016 상주작곡가: 김성국·정일련’ 공연에서다.


사실 2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국악관현악은 연주할 만한 곡 자체가 많지 않다. 서양 오케스트라의 시스템을 단순 모방해 급조된 연주 방식이기에 고유의 정서조차 확립하지 못한 채 이렇다 할 히트곡 없이 만성적인 레퍼토리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임재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1월 최초로 상주작곡가 제도를 도입해 완성도 높은 창작곡 개발에 매달렸고, 이번 무대는 그 첫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다.


‘상주작곡가’는 실험성과 대중성 면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는 김성국(45) 중앙대 교수와 유럽을 무대로 국악 기반의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재독작곡가 정일련(52)이다. 국악관현악 뿐만 아니라 뮤지컬·창극 등 음악극 분야에서도 맹활약중인 김성국의 ‘공무도하가’(2012)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인기 레퍼토리로 꼽힌다. 정일련은 2011년 초연한 ‘파트 오브 네이처’에서 국악기의 음색을 치밀하게 탐색해 신선한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총 4차례 워크숍을 통해 단원들을 만나 작곡뿐 아니라 기보법과 악기음향·편성 등을 함께 연구한 결과 각각 위촉 초연곡 1편씩을 완성해 29일 첫 선을 보이게 됐다. 그런데 신곡 발표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이 정일련 작곡가가 제시한 부채꼴 형태의 새로운 악기 배치 실험(사진)이다. 바로 ‘잘 안 들리는 악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액션인 것이다.

김성국(왼쪽)·정일련


음색과 음향에 특출한 재능을 평가받는 정일련은 서양 오케스트라를 그대로 모방한 기존의 악기 배열을 과감히 버렸다. 대신 파트별 솔리스트가 중심원에 위치하는 뒤로 각 파트 연주자들을 일렬로 앉히는 부채꼴 형태의 배치를 구상했다. “서양 관현악을 따라가기엔 우린 이미 졌고, 그것은 지난 역사일 뿐”이라는 그는 “국악기가 진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서 새로운 음악, 새로운 계통을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 국악관현악은 가야금 몇 대, 해금 몇 대 같은 숫자조차 아직 정답이 아닌 것 같아서 실험을 좀 해봤다”고 밝혔다. 중심원의 실내악에서 시작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점차 확대되는 방향으로 구상한 신곡 ‘Centre’도 그 결과물이다.


반면 김성국 작곡가의 작품은 기존의 익숙한 배치로 연주될 예정이라 그 차이를 서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서사와 선율을 강점으로 평가받는 그의 신곡은 고구려인의 민족적 기상과 예술적 혼을 담은 ‘영원한 왕국’이다. 고구려 벽화 ‘사신도’를 소재로 고구려가 아시아의 중심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진취적인 사운드의 곡이다. “우연히 보게 된 ‘사신도’에서 마치 현대미술 같은 오묘한 색감과 에너지를 느꼈다”는 그는 “벽화 속 유려한 선과 생동감 넘치는 색채, 고구려인의 민족적 기상과 예술적 혼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곡의 키워드는 숫자 ‘4’다. “사신도에서 보이는 청룡·백호·주작·현무를 각각 의미하는 4개의 주제선율과 사운드가 네 가지 서로 다른 음악적 내용을 펼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날 공연엔 두 곡의 위촉 초연곡 외에 두 작곡가의 최근 작품까지 총 네 작품이 연주된다. 김성국이 2014년 발표한 바이올린 협주곡 ‘이별가’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의 협연으로 연주되고, 궁중음악 ‘수제천(壽齊天)’을 모티브로 한 정일련의 2015년 초연곡 ‘천(天)-heaven’이 새로운 악기 배치를 통해 재조명된다.


지휘는 2014년부터 객원지휘자로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호흡을 맞춰온 서울시향 부지휘자 최수열이 맡아 탁월한 해석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씨는 “서양의 관점에서 전통음악을 바라보면 한계가 있어 보이지만 동시에 국악만이 가진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악보에 없는 숨겨진 것들을 리허설에 와서 발견해 즉흥적인 소통을 통해 결과를 얻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 변수들을 살려 좋은 공연을 만들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국립국악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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