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校正 -교정-


바로 잡는 일이 교정(校正)이다. 원래는 글의 잘못을 잡는 행위였다. 글자 ‘교(校)’에 그런 새김이 있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게 ‘바로잡다’의 의미를 지닌 ‘정(正)’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뿌리를 좇아 올라가면 이상한 글자와 마주친다. 바로 원수(怨讐)를 뜻하는 ‘수(讐 또는 ?라고도 쓴다)’라는 글자다.


교정이라는 작업과 원수는 어떻게 어울릴까. 과거 중국에서는 글 교정 작업을 수서(讐書)라고 적었다. 교정을 맡은 사람 둘이서 서로 마주 보며 앉아 한 사람은 읽고 한 사람은 내용을 보면서 매우 치밀하게 글을 다듬는 작업이었다. 원래 그 뜻에서 출발한 ‘수(讐)’라는 한자는 글을 다듬는 두 사람의 태도가 마치 적을 대하듯 심각하게 다투는 모습을 닮았다는 이유로 원수의 의미를 얻었다고 보인다.


종이를 발명하기 이전에는 대나무 등을 쪼개 만든 죽간(竹簡)이나 얇은 비단 등에 글을 썼고, 다시 그 내용을 다른 죽간이나 비단 등에 옮겼다. 따라서 한 글자에 쏟아 붓는 주의력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단어가 수교(?校) 또는 교수(校?)다. 아울러 교서(校書),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글을 다듬는다고 해서 대서(對書) 또는 대교(對校)라는 단어도 나왔다. 교감(校勘)과 교열(校閱)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종이가 나온 뒤에는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이 좀 나아졌겠으나 교정에 관한 노력은 여전했을 테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글을 만지고 다듬는 과정은 매우 수월해졌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가 틀리면 그냥 지우고 다시 쓰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요즘 우리사회의 전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산업의 활력을 이끌었던 대기업의 제품 경쟁력 저하가 눈에 띄고, 그에 따른 경기하강의 속도가 현저하다. 정치는 늘 그대로 엉망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침체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진다.


컴퓨터의 편의성에 젖어 있지만, 이제 우리는 얼굴을 붉혀 가면서 원수를 대하듯 글을 다듬고 다듬었던 옛 동양의 교정자들로부터 뭔가를 깨우쳐야 한다. 오류의 시정이고, 잘못의 철저한 바로잡음이다. 그런 치열함이 따르지 못한다면 올해 우리가 맞이할 겨울은 아주 시릴 듯하다.


 


유광종뉴스웍스?콘텐츠연구소장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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