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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 포장마차도 배려하는…

저자: 김태훈 출판사: 남해의봄날 가격: 1만6000원


환갑을 맞은 빵집, 대전 ‘성심당’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모두가 행복한 경제’를 부제로 붙인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이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1년여 동안의 심층 취재 결과를 드라마틱하게 엮어냈다.


성심당 역사의 첫 장면은 6ㆍ25 전쟁이 한창이었던 1950년 12월 흥남부두다. 중공군에 밀려 유엔군은 후퇴를 결정했고, 10만 여명의 피난민들이 철수하는 군인들을 따라 남쪽으로 가기 위해 흥남부두로 모여들었다. 그 중엔 성심당 창업자 임길순(1912∼1997)도 있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아내와 어린 네 딸을 데리고 정처없는 피난길을 택했다. 12월 22일 마지막 피난선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에 몸을 실었을 때, 임길순은 “이번에 살아날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 다짐이 성심당 60년 역사를 관통하는 정신이다.


임길순 가족이 거제ㆍ진해를 거쳐 대전에 정착하는 과정도 극적이다. 서울로 가기 위해 탔던 기차가 고장나 대전역에서 멈춰서는 바람에 대전이 제2의 고향이 된 것이다. 임길순은 성당에서 받은 밀가루 두 포대를 밑천으로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천막을 치고 찐빵을 만들어 팔았다. 천막 앞에는 나무 팻말로 만든 ‘성심당(聖心當)’ 간판을 세웠다. ‘예수님의 마음’을 가리키는 ‘성심’을 내세운 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일종의 신앙고백이었다. 첫날부터 팔고 남은 빵을 역 주변 배고픈 이들에게 나눠줬다.


노점 찐빵집에서 출발한 성심당은 이제 대전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전에서 빵집 3곳과 식당 6곳을 운영하며, 직원 4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1980년 개발한 대표상품 ‘튀김소보로’는 그동안 누적판매량이 4000만 개에 이른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4년 방한 기간 동안 성심당의 빵으로 식사를 했다. 최근엔 대전 대학생들이 뽑은 ‘대전 최고의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성심당이 늘 승승장구 성장 가도만 달린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들어 대전 구도심이 쇠락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매출은 급감했다. 직원들 급여 주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렸을 때, 큰 불까지 났다. 2005년 1월 화재가 발생해 3층 공장이 전소하고, 매장도 4분의 1 가량이 불탔다. 창업자의 맏아들로 성심당을 물려받은 임영진(62) 대표도 ‘끝’을 예감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시 살리겠다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복구 의지 덕에 화재 발생 6일 만에 매장 문은 다시 열렸다.


파란만장한 성심당의 성장사가 책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성심당만의 독특한 경영 철학이다. 성심당의 사훈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다. 사훈의 ‘모든 이’에는 손님은 물론 직원과 거래처ㆍ협력업체, 심지어 경쟁사까지도 포함된다. 그래서 성심당은 매달 3000만원 어치의 빵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고, 만든 지 네 시간 지난 빵은 팔지 않으며, 친환경 종이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한다. 또 제과업계 최초로 주5일 근무를 도입했고, 이윤의 15%는 직원에게 성과보수로 지급한다. 매장 건물 외벽에 수도꼭지를 설치한 것도 사훈에 따른 조치다. 매장 앞에서 영업하는 포장마차들이 물을 마음껏 쓰도록 배려한 것이다. 성심당은 지난 5월 방한한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로부터 “분배와 성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대안이자 시민경제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브루니는 “성심당의 철학과 경영방식이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 100개의 중소기업이 생겨난다면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성심당은 대전 이외의 곳에서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 서울의 대형 백화점들이 삼고초려 입점 제의를 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대전에 와야만 만날 수 있는 빵집으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는 소신에서다.


책을 낸 출판사는 경남 통영에 자리잡은 ‘남해의봄날’이다. “로컬 비즈니스 5년 차인 우리가 성심당처럼 60년을 지나 통영의 자부심이 되기는 꿈꾸는” 출판사 정은영 대표의 바람 때문일까. ‘지역+기업’ 상생의 희망이 책 구석구석에서 반짝인다.


 


 


글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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