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정말 미워서 하는 건 아니라고?


뒷담화


지식iN 오픈국어 사전 [―다마]명사. 합성어. 담화(談話)와 우리말의 뒤(後)가 합쳐져 생긴 말. 보통 남을 헐뜯거나, 듣기 좋게 꾸며 말한 뒤 뒤에서 하는 대화, 또는 그 말.


그여자의 사전 그것을 나누는 동료와의 공감과 연대감에서 시작해서 그것의 대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을 발휘하는 기술로 진화했다가 결국 자신의 못남에 대한 죄책감과 대상에 대한 미안함으로 귀결되는 것.


 


뒷담화는 부끄러운 것인가.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그 사람의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일상생활의 철칙이어야 한다고. 어린 시절엔 분명 이 말은 당구용어에서 비롯됐다는 ‘뒷다마를 깐다’라는 뜻의 ‘뒷다마’로 불렸고 비속어처럼 들렸기 때문에, 그 용어를 듣기만 해도 금기의 대상임이 확 와 닿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말은 한자말 ‘담화’라는 말로 변신해 버젓이 일상적인 용어로 격상했다.


찝찝했던 ‘뒷다마’가 그럴듯한 ‘뒷담화’로 변화하는 동안 초보 직장여성이었던 나도 닳고 닳은 사회인으로 변했고, 뒷담화에 대한 거부감도 어느새 수그러들었다. 말이 변한 건 그만큼 뒷담화에 대한 일상적인 필요가 언어에 반영된 결과라 여겼다. 왠지 머뭇거리며 그것을 망설이는 젊은 친구에겐 “괜찮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세상에 이 많은 타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뒷담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라며 마음 편하게까지 해준다. 어디선가 찾아낸 셰익스피어의 한 구절 “가자, 가십의 향연으로. 오랜 슬픔 뒤에 그런 축제가 있어야지”를 떠올리며.


타인을 제물로 삼은 이 소박한 ‘향연’속에서 그와 나는 벗어날 수 없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공감을 나누며, 서로가 몰랐던 뒷담화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를 속속들이 파헤치며 그 인간의 실체에 조금씩 접근하는 쾌감을 누린다. 상대가 한 가지를 말하면 “너 이런 건 몰랐지”라며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해 예리한 관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어머 어머 세상에”라며 잠시 분노를 터뜨리는 사이 우리는 은밀히 한편이 된다.


그러나 우린 정말 “그 사람이 정말 미워서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내가 오랜 뒷담화의 경력에서 깨달은 현명한 뒷담화의 요령 몇 가지도 있다. 그건 내 마음속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일종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며 실제 그 사람을 정말 미워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일단 뒷담화에서 품었던 마음은 그 자리에서 끝내고 털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앞과 뒤가 똑같아야 한다’지만 뒷담화를 하면서 발견한 미움과 원망을 마음속에 꽁꽁 담아 뒀다가는 그 사람을 정말 미워하게 된다. 그러다간 언젠가 그 사람 앞에서 한방에 터뜨려 버리는 비극이 발생하게 된다.


또 뒷담화는 반드시 둘이서만 하고 여럿이서 단체로 문자의 형태로 남기는 카톡같은 뒷담화는 폭력적인 기록물이 되므로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단둘이 할 때는 싫어도 반드시 “그래도 그 사람은 이런 점은 괜찮은 거 같아”라는 말로 마무리 하려 애써야 한다는 것 등이 그나마 건강하고 현명한 뒷담화를 위해 내가 지키는 최소한의 방법이다(라고 쓰지만 참으로 구차해보인다).


존경해마지 않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뒷담화만 안 해도 성인이 될 수 있다”며 “누가 뒷담화의 폭탄을 투척하면, 차라리 여러분의 혀를 깨물라”고 까지 하셨다고 했다.


아, 그러나 우리는 정말 뒷담화가 깨끗이 절멸된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가 있을까. 그러다간 내 머리와 마음속에는 커다란 암덩어리가 생겨버리는 건 아닐까. 오늘도 밤에 누워 이불을 뻥뻥 차며 부끄러워 한다.


교황님, 오늘도 뒷담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불경스럽게도 정말 그걸 참고 살라고 하시면 차라리 저의 혀를 깨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못난 죄인을 용서해주소서. 대신 내일은 그분을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


 


 


이윤정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