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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oo으로 배웠네-시즌2] 당신은 왜 완벽한 남자를 만나지 못하나

이 글을 쓰는 나의 최대 고민은 이거다. 제목을 완벽한 남자는 죽‘었’다로 해야할 것인가, 완벽한 남자는 죽‘는’다로 해야할 것인가. 두 문장이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완벽한 남자는 소멸을 필연으로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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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니다. 완벽한 남자.


여기 엄청난 남자가 있다. 우선 마음 씀씀이. 여자가 했던 모든 말을 꼼꼼히 기억한다. 유치하게, 또는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여자의 생각과 마음에 완전히 동화됐기 때문이다. 여자가 어릴 적 신었던 스타킹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생일에 그 스타킹을 준비해준다. 연애 중인 남자들이여, 선물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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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스타킹 신고, 한 마리 꿀벌이 되리


그의 정신은 고귀하다. 그가 읽는 책, 보는 영화, 만나는 사람들을 공유한다면 여자의 삶이 끝없이 확장될 것만 같다. 그 남자는 공부를 많이 했고 사람을 많이 만나봤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서도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뒤늦게 거론하는 것이 품위있어 보일 특징들도 들어보자. 그는 잘생겼다. 근육이 멋지다. 돈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다. 성(城) 한 채가 자신의 것이다. 유머 감각도 끝내준다.

이 남자는 누군가. 영화 ‘미 비포 유’의 주인공 윌 트레이너다. 어마어마한 부자집에서 자라 무지하게 멋있는 남자로 성장한 윌은 한 순간 사고를 당해 사지마비 환자가 된다. 그리고 그를 돌보러 온 여자 주인공 루이자 클라크와 사랑에 빠진다. 이야기는 영락없는 ‘키다리 아저씨’ 풍이다. 윌은 신체의 자유가 없지만 루이자에게 자유를 선물할 만한 재력과 능력이 있다. 그는 루이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존엄사를 선택해 세상을 떠나고, 루이자에게 새 삶을 살만한 후원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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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완벽해서 짜증이 나려 한다.


나는 영화를 보던 중간에 심한 짜증을 느꼈다. 남자의 완벽한 정도가 도를 넘었을 때다. 이 남자 윌은 그의 어머니마저 완벽했다. 그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깊이 개입하진 않고, 그가 사랑하는 여성을 지지하고 함께 의지했다. 윌이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루이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 어머니가 펄펄 뛸 거라 생각한 관객은 한국의 아침 드라마를 꾸준히 학습한 나 같은 이들 뿐이었을까. 여하튼 윌의 어머니가 루이자를 따뜻하게 감쌀 때 내 입에선 이런 말이 거의 튀어나올 뻔했다. “뭐야, 시어머니 자리까지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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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내 정신의 천박함을 진정시키고, 나는 이 완벽함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이 남자를 왜 이토록 완벽하게 만들어놨는가. 그리고 왜 죽게 했나. 남자의 완벽함은 소유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이 세상에 사는 여성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설사 잠시 존재했다면 필연적으로 사라져야할 어떤 것이다. 완벽한 남자는 어떤 식으로든 죽고 있다. 온 우주가 나를 총애하며 뚝 떨어뜨려 준 것 같았던 완벽한 남자는 함께 사는 순간 결점 투성이의 일그러진 인간이 된다.

반대로도 생각해본다. 어떤 이유로든 나를 떠나갔던 남자는 내 뇌 속 뉴런들의 희미한 연결 속에서 그럴듯한, 완벽에 가까운 남자로 변신한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완벽한 남자는 사라지게 마련이고, 사라진 남자들은 완벽하다. 처음에 밝혔던 이 글의 제목으로 돌아간다. 완벽한 남자는 죽는다. 그리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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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신은 사라졌어요 ㅠㅠ


완벽한 남자, 그리고 완벽함에 대한 치밀한 은유는 또다른 주인공에 의해 완성된다. 루이자의 원래 남자친구 패트릭이다. 그는 결점 투성이의 남자다. 루이자의 생일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목걸이를 선물한다. 여자 친구와의 휴가 계획은 자신의 취미 생활 위주로 짠다. 별다른 생각할 필요가 없는 코미디 영화만 보고, 루이자의 꿈과 인생에 대해선 그 어떤 생각도 없다. 그런데 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건강하단 거다. 그는 건강 염려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엄청나게 운동하고 관리한다. 단백질만 먹은 채 뛰고 또 뛴다. 아마 그는 오랫동안 죽지 않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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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할거야, 너보다.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한 여성들을 꽤 봤다. 그들이 통속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매혹됐기 때문이라 생각하지 말길. 그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무의식의 한 부분을 강타당했던 것이다. 이 영화에 숨어있는 굉장히 거대한 은유, ‘완벽한 남자는 죽는다’는 명제가 은근슬쩍 관객의 마음을 찌른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제목은 도대체 ‘죽었다’로 해야할까 ‘죽는다’로 해야할까. 두 제목 모두 남성 독자들의 지탄을 무지하게 받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칙릿변호인났네 기자 chicklitforever@joongang.co.k*r
 
'연애를 OO으로 배웠네' 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문화콘텐트에 연애 경험담을 엮어 연재하는 잡글입니다. 잡글이라 함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이며 익명으로 연재합니다. 연애 좀비가 사랑꾼이 되는 그날까지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합니다. 많은 의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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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