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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4차 산업혁명과 비겁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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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논설위원

“4차 산업혁명은 기대이면서 두려움이다. 속도는 쓰나미처럼 덮친다. 범위는 일상을 망라한다. 깊이는 존재를 흔든다.”

슈밥 “전통적 좌·우파 정치 종말”
큰 물고기보다 빠른 물고기 돼야

 그제 출국한 클라우스 슈밥(78) 다보스 포럼 회장이 서울에 체류하면서 남긴 말이다. 그는 속도와 범위, 깊이에서 인간의 지난 10만 년 역사 동안 지금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시대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슈밥은 1차 증기혁명, 2차 전기혁명, 3차 컴퓨터 혁명과 별도로 이 시대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했다. 나는 청년실업과 노인 빈곤에 시달리는 한국의 보통 사람으로서 ‘4차 산혁’이 마뜩잖았다. 실체 없이 우리의 정신을 사납게 하는 이상한 트렌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4차 산업혁명은 바람이다. 손에 잡히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그 바람에 올라타야 하늘을 날 수 있다.

 지난 3개월간 나는 두터운 구름을 뚫고 4차 산혁의 실체와 마주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국회 연구 모임인 ‘제4차 산업혁명 포럼’(공동대표 송희경·박경미·신용현 의원)에 등록비 5만원을 내고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특강을 들었다. 정치부 기자 25년에 숱한 국회 모임을 접해봤지만 청년학생, 창업기업가, 대기업 임원, 연구원, 교수, 관료, 의사, 정년퇴직자, 지방의회 의원 및 국회의원 등 다종다양한 색깔의 시민 200여 명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처럼 뜨겁게 지속적으로 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10회 준비된 특강 중 다섯 번째로 슈밥이 초청된 것이다.

 혁명의 선구자답게 슈밥은 세상이 궁금해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자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흥미로웠던 얘기는 4차 산혁의 성공을 위한 정치적 조건에 관해서였다. “유럽의 정치고립 현상(브렉시트)이 미국 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정당정치의 종말이다. 좌파와 우파의 차이는 줄어들었다. 대신 옛것을 고집하는 정당과 새것에 문을 여는 정당 간 차이가 커지고 있다.” 그는 4차 산혁 시대의 정치는 좌우가 아니라 폐쇄적이냐, 개방적이냐의 태도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정치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일자리의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 것이다. 일자리가 생겨나는 속도가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못 쫓아간다. 의회와 정부가 맞이하게 될 가장 큰 도전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민첩한 정치(agile government)가 필요하다. 기술적 변화를 이해하고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기술 혁신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알맞은 입법 지원이 있어야 한다.”

 슈밥은 강연에서 일자리 문제에 만족할 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도 “700만 개의 전통 일자리가 소멸하고 과거에 없던 200만 개의 일자리가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만 했다. 결국 4차 산혁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답은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슈밥의 미덕은 답안 제시가 아니라 길 안내에 있었다. 그가 안내한 길은 이렇다. ①칸막이 조직의 수직적 리더십은 안 된다. 시스템에 의한 수평적 의사결정이어야 한다. ②대기업은 거대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물고기들의 조합으로 재편돼야 한다. 무수한 창업자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가 돼야 한다. ③전통산업은 폐기되는 게 아니라 개선하는 것이다. 전통에 센서를 부착하고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을 결합하면 새 시스템이 될 것이다. ④평생학습 시대를 열어야 한다. 배우는 교육이 아니라 탐구하는 학습이어야 한다. ⑤교과서(text)적인 지식은 곤란하다.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융합적이고 살아있는(contextual) 지식이어야 한다.

 슈밥의 길을 걸으려면 사람들이 오랫동안 굳었던 마음을 열어야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정치를 무슨 사생결단식 전쟁이나 권력 비즈니스로 여기는 한국형 정치풍토에서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정치인은 진영의 폐쇄성 속에 갇혀 있는 쪽을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느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치는 그런 비겁함에서 벗어나야 열린다. 용기를 내어 정치혁신을 이뤄내야 할 이유다.

전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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