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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경의 Shall We drink] <38> 앱솔루트 ② 중세 건물에 들어선 보드카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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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구시가 풍경.


내 여행의 행복지수는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마시느냐에 따라 좌우되곤 한다. 어디를 먼저 꼽는 이유는 같은 술도 어떤 공간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낯선 도시라는 공간이야 말로 여행의 만족감을 주는 요소다. 그래서 한 도시 안에서도 최대한 다채로운 공간에서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려고 한다.

스톡홀름에서 맞는 마지막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앱솔루트 아틀리에(absolute atlier)’를 찾아 나섰다. 하늘은 수채화처럼 맑고, 거리는 말끔했다. 어깨 위로는 시럽처럼 달콤한 햇살이 쏟아졌다. 앱솔루트 아틀리에 그리고 핀탄(Fintan). 두 이름을 번갈아 되뇌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인 덕에 스톡홀름 본사에서 앱솔루트 보드카 홍보 담당 핀탄과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다. 그는 내 짧은 여행 기간 안에 아후스 증류소를 보여주긴 힘들어도, 앱솔루트 아틀리에는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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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파티가 열릴 것 같은 앱솔루트 아틀리에 내부의 반전 매력.


주소상 앱솔루트 아틀리에는 쿵스레고든(Kungsträdgården)과 감라스탄(Gamlastan) 사이였다. 왕립공원이란 뜻의 중심가, 쿵스레고든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중세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은 섬, 감라스탄이 짠하고 나타난다. 바로크부터 로코코, 고딕 등 다양한 시대에 세운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해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특히 감라스탄의 중심인 대광장은 노벨 박물관, 노벨 도서관, 증권 거래소 등 명소에 둘러싸여 있다. 주변에 노천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아 늘 활기가 넘친다. 대광장만큼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13세기에 건축한 대성당과 왕궁이다.

“이런 곳에 앱솔루트 아틀리에가 있어?”
 

앱솔루트 보드카가 남자라면 어떤 취향을 가졌을지 상상해 꾸민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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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구글(Google) 지도가 이끄는 데로 왔는데, 눈앞엔 고풍스러운 은행 건물뿐이었다. 미어캣처럼 목을 쭉 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키 큰 청년이 나타났다. 핀탄이었다. 그가 육중한 문을 밀어서 열자, 앱솔루트 아틀리에가 속살을 드러냈다. 유서 깊은 은행 건물 안에 은밀하게 숨어있는 공간이라니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파티를 열 수 있는 크고 멋진 라운지에 압도되는 것도 잠시, 구석구석 감각적인 공간에 반하고 말았다. 압권은 앱솔루트 보드카가 남자라면 어떤 취향을 가졌을지 상상해 집처럼 꾸민 2층이었다. 여기 살 수 있다면 보드카가 돼도 좋겠다 싶을 만큼 멋졌다.

앱솔루트 아틀리에를 둘러보다 보니 멋진 바에서 앱솔루트 보드카를 마시고 싶어졌다. 보드카가 들어간 칵테일도 좋을 것 같았다. 보드카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무색·무향·무취인 보드카는 어떤 음료나 재료를 섞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의 변주를 선사하는 술이다. 보드카에 오렌지주스를 부으면 “스크루 드라이버(Screw Driver)”, 사과즙을 넣으면 “빅 애플(Big apple)”, 레모네이드를 섞으면 “보드카 콜린스(vodka colins)”가 된다. 

 “스톡홀름에서 제일 핫한 바도 알려줄까요? 앱솔루트배 바텐더 대회에서 우승한 바텐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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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손길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링룽바의 바텐더.


보드카 칵테일을 떠올리는 내게 핀탄이 툭 말을 건넸다. 독심술을 배웠나? 아니면 내 얼굴에 칵테일 마시고 싶다고 쓰여 있나? 놀란 표정을 감추며, 얼른 바 이름과 주소를 받았다.

그날 저녁 찾아간 링룽(Ling long)바는 입구에서부터 아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란 분위기가 풍겼다. 그렇다고 현지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미 여러 잔의 칵테일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프랑스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바텐더보다 먼저 맛있는 칵테일을 추천하는 오지랖을 떨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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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칵테일 한 잔의 여유.


바텐더는 알겠다는 뜻으로 눈을 찡긋했지만 바로 주문을 받지는 않았다.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칵테일을 만드는 중이었다. 자고로 바텐더는 늘 바빠 보여야 하는 법이니까. 그래야 고객의 주문을 받으러 올 때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윌리엄 래시너(Willian Lashner)의 소설 바텐더에서 읽은 적이 있다. 바텐더는 칵테일 한 잔을 완성한 후에야 다가와 메뉴판을 내밀었고, 앱솔루트 보드카가 들어간 칵테일을 추천했다. 

바텐더가 추천한 ‘타이어드 오브 티니스(Tyred of Tinns)는 보드카와 베르무트(vermouth)에 유자 향이 은은하게 가미돼 상큼하면서도 강렬했다. 바텐더의 섬세한 손끝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이 근사한 공간과 만나니 그 맛이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스톡홀름에서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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