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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폰 아버지” 수만명 검은 상복

태국 푸미폰 국왕 서거
정종문 기자 방콕 르포
온 나라가 비탄에 빠졌다. 공휴일로 지정된 14일 태국 방콕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난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서거 소식 직후 오열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경건한 추모 분위기에 휩싸였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검은색 일색이고, 도시의 빛과 소리는 모두 잦아들었다. 국부(國父)를 잃은 태국은 하룻밤 새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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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시신이 14일 방콕 왕실 사원에 안치됐다. 이날 왕궁 앞엔 국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수만 명이 모였다. 사진은 젊은 시절 푸미폰 국왕의 사진을 들어보이는 방콕 시민. [AP=뉴시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1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한 달간 조기를 게양하기로 결정했다. 공무원에겐 검은 상복을 입으라는 지침이 내려져 평소와 달리 검은 제복을 입은 경찰이 거리에 배치됐다. 태국 정부는 관광객에게도 화려한 옷차림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왕궁 앞 길바닥서 무릎걸음
“70년간 일만 한 국왕” 눈물
정부, 애도기간 1년 선포
TV·신문·인터넷 ‘흑백 추모’
“관광객 화려한 옷 자제를”


장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왕의 시신은 14일 왕궁 옆의 왕실 사원 ‘왓 프라께오’(에메랄드 사원)로 옮겨져 안치됐다. 이곳에서 왕족들이 국왕의 손에 물을 붓는 불교식 예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시내 곳곳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오후 3시20분(현지시간) 운구 행렬이 국왕이 서거한 시리라즈 병원을 출발했다. 병원 앞엔 국왕의 사진을 품에 안고 밤샘 기도하며 영면을 기원하는 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약 두 시간 만에 운구가 도착한 왕궁 앞에도 검은 복장의 시민들이 국왕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기다렸다는 찐따 움푸턴(62)은 “밤새 울다가 마지막 배웅을 나왔다. 70년 동안 일만 하셨는데 이렇게 가셔서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 무릎을 꿇은 수만 명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국왕을 가까이에서 보겠다며 무릎걸음을 걸어 앞으로 나아갔다.

외신들은 통상 왕실 장례식은 며칠간 이어지지만 전국민의 존경을 받은 푸미폰 국왕의 장례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왕세자의 왕위 계승도 최소 한 달은 지나야 이뤄질 듯하다. BBC는 쁘라윳 총리를 인용해 “왕세자가 새로운 군주가 되겠지만 공식 선언은 늦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왕세자가 애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위를 미루겠다는 뜻을 표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국민의 아버지이며 등대였던 국왕의 서거는 태국인들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안겨줬다.

아속역 유흥가 클럽·바 문 닫아…‘불금’인데도 썰렁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세계에서 가장 근면한 국왕이었던 그를 아버지처럼 사랑했다” 고 말했다. 버팀목이던 국왕의 부재에 따른 불안을 나타내는 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위대한 국왕이 안 계신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14일 내내 라디오에선 ‘다시 태어나도 국왕의 신하가 되겠다’는 내용의 국왕을 기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버지의 가르침’이라며 업적을 되새기는 내용도 반복됐다. TV·신문 등 시각 매체에선 색깔이 아예 사라졌다. 13일 저녁 서거가 공식 발표된 직후부터 태국의 모든 TV 채널은 화면을 흑백으로 전환해 방송하고 있다. 태국에서 방송되는 CNN·BBC 위성채널도 흑백방송에 동참했다.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한 채 국왕의 일생과 업적을 전하는 영상이 종일 전 채널에서 방영됐다. 14일자 일간지도 잿빛으로 국왕의 뉴스만 전했다. 구글 태국판을 비롯한 각종 웹사이트도 흑백으로 화면을 전환했다.

한 달간 축제 등 유흥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 측의 요청대로 오락과 놀이도 중단됐다. 일부 극장은 14일 영화 상영을 취소했고, 앞으로 한 달간 영업 중단을 결정한 곳도 있다. 다음주 예정돼 있던 영국 가수 모리세이의 콘서트는 취소됐다.

최대 유흥가 중 한 곳으로 평소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아속역 인근은 금요일 밤인데도 한산했다. 상당수 클럽과 바가 문을 닫았고, 영업 중인 곳에서도 가게는 텅 비어 있었다.

한편 전 세계에선 애도가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태국 국민들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으로 평생을 헌신하며 존경받아 온 푸미폰 국왕의 영면을 기원한다”는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미국 국민을 대표해 푸미폰 국왕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보편적인 가치에 전념하고 인권을 존중했던 푸미폰 국왕의 유산을 태국이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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