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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노벨상” 환호에도, 밥 딜런은 대꾸 않고 노래만

스웨덴 한림원의 파격이 지나쳤던 걸까. 대중가수 밥 딜런(75)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그의 모국인 미국 내에서도 뜨겁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들까지 논쟁에 지면을 할애한 가운데 조이스 캐럴 오츠, 살만 루슈디 등 ‘정통 문학’의 노벨상 단골 후보들마저 의견을 표명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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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논란을 전한 미국 언론들. CNN 기사. [각 사 홈페이지 캡처]

CNN은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이 격한 소셜 미디어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수상에 대한 트위터상의 찬반 양론을 균형 있게 전했다. 뉴욕타임스의 서평란 편집자 패멀라 폴은 수많은 받을 만한 작가가 제외돼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멘션을 올린 반면 SF 작가 존 스칼지는 “노래 가사도 글쓰기다. 밥 딜런은 지난 10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다. 논리적인 선택”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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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논란을 전한 미국 언론들. NYT 기사. [각 사 홈페이지 캡처]

뉴욕타임스는 오피니언 면에 ‘밥 딜런은 왜 노벨상을 받지 말았어야 했나’는 제목의 기고를 게재했고,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자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남편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 칼럼에서 밥 딜런이 시집 『풀잎』으로 유명한 미국의 19세기 시인 월트 휘트먼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NYT·CNN 등엔 찬반 양론 쏟아져
“19세기 유명 시인 휘트먼 넘어서”
“음악 없으면 무기력한 산문일 뿐”
한대수 “한국 포크음악에 씨앗 뿌려”
시인 강태형은 “평화상이 더 어울려”

정작 당사자인 밥 딜런은 13일 오후 8시(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 호텔에서 열린 90분 콘서트에서 청중의 “노벨상 수상자”라는 환호를 뒤로 한 채 노래에만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밥 딜런을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하나”라고 공언해 그가 시인으로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음을 강조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논쟁은 가벼운 인상 비평에 그치지 않고 밥 딜런 노랫말의 문학성 시비,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했던 표절 시비까지 건드리고 있다. 인터넷 잡지 슬레이트의 칼럼니스트 스티븐 맷칼프 는 음악 전문 잡지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시인 리처드 윌버의 시 구절과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서 “전자는 시인 반면 후자는 단조롭고, 음악이 없으면 무기력한 산문일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살만 루슈디는 “그리스 신화의 음유시인 오르페우스 이후 노래와 시는 밀접했다. 딜런은 그런 음유시인 전통의 훌륭한 계승자”라고 반박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도 딜런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환상적”이라며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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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논란을 전한 미국 언론들. WSJ 기사. [각 사 홈페이지 캡처]

월스트리트저널은 ‘밥 딜런의 노래 가사가 문학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밥 딜런이 소설가 잭 런던의 작품에서 몇 줄을 가져다 자신의 자서전 『크로니클스』에 사용하는 등 표절 시비가 있어 왔다고 소개했다. 수상자를 발표한 노벨위원회의 사라 다니우스가 밥 딜런을 가리켜 “훌륭한 샘플러(sampler)”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그에 대한 반론도 있다. 기사는 프린스턴대 미국역사학 교수 숀 빌렌츠 가 그런 표절 시비에 대해 “사람들은 예술과 학기말 리포트를 혼동한다. 예술 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를 보여주는 사례다. 왜 딜런을 문제 삼나. 그는 시인 T. S. 엘리엇 이상으로 표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모든 논란은 그만큼 딜런이 세상에 끼친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수 년째 그를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하는 미국의 대학교수가 있는가 하면 방대한 규모의 밥 딜런 아카이브가 내년에 문을 연다. 자연과학 분야에도 영향을 끼쳐 1970년 이후 세계적으로 생물의학 문헌에만 밥 딜런의 노래 가사가 727차례 패러디 형태로 언급됐다는 통계도 있다. ‘천국 문을 두드리다(Knockin’ on Heaven’s Door)’라는 노래 제목에 빗대 논문 제목을 ‘꽃가루 문을 두드리다(Knockin’ on Pollen’s Door)’라고 붙이는 식이다.

그는 국내 대중음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대수씨는 "한국 포크음악 등장에 하나의 씨앗을 뿌렸다”고 했다. 자신을 포함해 김민기·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양희은 등 70년대 한국 포크음악 1세대의 등장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트로트나 번안한 팝발라드 일색이던 당대 음악계에 저항적·사색적 가사의 청년 음악을 추가했다.

문단은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문학평론가인 고려대 불문과 조재룡 교수는 “하루키가 받더라도 이유를 찾을 수 있겠는데 밥 딜런에게 상을 주기로 한 건 기분이 나쁘기까지 하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시인인 문학동네 강태형 전 대표도 “밥 딜런을 좋아한다. 그의 음악과 생애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다. 밥 딜런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고 썼다.

반면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이번 수상으로 21세기의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범문화계에 던져졌다”며 “시는 태초에 노랫말에서 출발했고, 전통적인 문학의 영향력이 약해진 만큼 활자 안에 갇힌 문학의 개념을 확장할 때”라고 덧붙였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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