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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앙의 서울일기] (18) 유령들과 노닐다

롯데월드의 롤러코스트 앞에 기나긴 줄을 서서 저마다 아드레날린 상승을 고대하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나는 가만히 살펴본다. 많은 아빠가 시간을 죽이려고 스마트폰 버튼을 눌러댄다. 오귀스탱이 내게 귓속말한다. “아빠, 무서울까 봐 겁나요. 근데, 정말 타고 싶어요.” 상상 속의 괴물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면 고요하고 맑은 눈으로 내면의 혼돈을 직시해야 하는 법. 우리는 콩콩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유령의 집’에도 들어가 보았다. 유령 분장을 한 놀이공원 직원들이 죽은 사람도 깨울 듯한 고함을 지르며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나도 질세라 그들을 붙잡고 늘어졌다. 스위스에서 날아온 불청객들의 난데없는 드잡이에 오히려 유령들이 혼비백산했다. 결국 우리 모두 악수와 포옹으로 이 한바탕 소동을 즐겁게 마무리했다.

아이들이 ‘유령의 집’ 두려움 없이 통과하게 만들려면

기계적이고 타성적인 생활의 유혹에 솔깃할 때 유머와 장난은 지혜로 나아가는 첫걸음일 수 있다. 최근 내가 읽은 어떤 과학책은 아이들에게 지루함을 견디는 법도 가르칠 필요가 있음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행동과잉 속으로 도망치지 말고 시간이 주는 불쾌감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자기들 내면의 ‘유령의 집’을 통과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불쾌감을 지우고자 하는 것은 헛된 욕심인 만큼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컴퓨터오락은 시간의 지루함을 속이는 순간의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명상을 통해 내면의 무궁한 우주 속으로 우리의 자녀를 초대해 보는 것은 어떤가.

아이의 교육과 관련해 몽테뉴는 매우 소중한 지침을 남겨주었다. “잘 자란 머리가 가득 찬 머리보다 훨씬 낫다.”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휘젓는 잡다한 감정들에 놀라지 않고 조용히 그것들에 말 걸 수 있도록 유도해보자. “안녕, 두려움아!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왔니?” “게으름아 요즘 잘 지내니? 뭐 좀 새롭고 재미난 일 없어?” 안 그래도 지친 아이를 온갖 학습과 교습으로 골병들게 하기보다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 그 안의 혼란을 다스리는 법부터 가르쳐보자.

요즘은 모든 것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혈안인 듯하다. 내가 자란 시대에는 영화 속에서 살인의 장면만 나와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요새는 우리를 흥분시키고 일상의 근심을 잊게 만들려면 살인은 물론 그보다 더 끔찍한 장면이 필요한 것 같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가. 무엇이 그토록 견디기 힘들어 끊임없이 발뺌하고 몸부림치나. 작가 크리스티안 생제르가 빛나는 처방을 내려준다. “도피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목숨을 구하지만 다른 하나는 생명을 그르친다. 전자가 독사와 호랑이, 살인범으로부터의 도피라면, 후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도피다.”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을 부정하고 소외시킴으로써 삶의 잡다한 목적과 이유들을 긁어모은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기 안에 혁파해야 할 장애물이 없으면 한시도 살아남을 수 없는 존재들처럼. 그 모두가 전적인 긍정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기쁨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과 싸우고 싶지 않다. 신경과민 없이 평화가 내 곁에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 미망에 사로잡힌 기대와 걱정을 뒤로하고 있는 그대로 내게 주어지는 진짜 삶을 온 마음으로 영접하고 싶다.

스위스 철학자 / 번역 성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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