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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장애 이긴 ‘아름다운 긍정’ 작가 강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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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강주혜씨가 자신이 쓴 글을 읽었다.

“빨간 나비, 파란 나비, 찢어진 나비.

미긍 나비는 사고로 찢어진 나비.

혼자서는 설 수 없대.

혼자서는 날 수 없대.”

그녀가 읽으며 울먹였다.

그러다 눈물을 흘렸다.

다 읽은 후 “미긍은 울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며 미소를 띠었다.

눈물 머금은 채였다.

여기서 ‘미긍(美肯)’은 ‘아름다운 긍정’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녀의 필명이 ‘미긍 주혜’이다.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일에 긍정을 해야 하는 게 그녀의 삶이다.

그녀는 2003년 첫 번째 교통사고를 당했다.

음주 차량에 치여 8m가량 나가떨어졌다.

한 달간 뇌사상태였다.

뇌 손상으로 시각장애가 왔다.

그때부터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였다.

오른손이 마비되었다.

다리도 불편했다.

게다가 아이의 지능과 감성으로 돌아가 있었다.

당시 그녀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2007년, 재활 차원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비된 오른손, 똑바로 보이지 않는 눈이지만 그래도 그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오른팔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하루 100장씩 드로잉을 했다.

2010년 일반인들과 함께 일러스트학원을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2011년 두 번째 교통사고가 났다.

다리는 탈골되고 왼손마저 깁스를 해야 했다.

11개월간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다.

다시 오른손 마비가 진행되었다.

더 이상 마비가 되지 않게 하려면 열 시간 이내에 펜을 들고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녀의 그림은 시각장애로 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어떤 그림은 겹쳐진 듯 그려져 있다.

그녀에게 보이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림의 내용은 ‘미긍’이다.

그녀는 2013년 자신의 그림을 모아 첫 전시회를 열었다.

그간 두 권의 일러스트 책을 출간했다.

매주 블로그에 ‘미긍 세상’이란 그림과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림으로 재능기부도 한다.

강연으로 ‘아름다운 긍정’을 전파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눈물을 머금은 채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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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펴지지 않은 꿈을 꾸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 손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게 고마워요.”

겹쳐 보이고 기울어져 보이는 눈, 마비가 되어가는 손으로 더디게 그린 ‘미긍’의 그림으로 그녀가 전시회를 준비했다.

18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 이음센터에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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