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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구 없는 고통 속 철학강사의 징글징글한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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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김연경 지음, 강
324쪽, 1만4000원

지난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날카로운 잽이었다면 올해 대중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정신 혼미한 카운터펀치에 가깝다. 절대적인 문학 입법기관은 아니지만 노벨상위원회가 문학의 정의와 범위를 해마다 갱신하는 마당에 기존 문학 관습이나 규범을 따져 작품을 평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1997년 첫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로 주목받았던 김연경(41)씨의 새 소설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는 그래서 무죄다. 비판인 동시에 칭찬의 잣대이기도 한 세련된 문체, 물 흐르는 듯한 구성 등을 갖춘 표준적인 한국소설과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전혀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독자와 어떻게 교감해, 우리가 흔히 감동이라고 부르는 정서적 반응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 하는 점일 게다.

표제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를 읽으며 이 한 작품만으로도 책을 소개할 가치가 충분하겠다고 느꼈다. 다시 말하지만 아름답다는 느낌을 전하는 작품이 아니다. 실감난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이 징글징글하다, 는 쪽에 가깝다. 소설은 만년 철학강사를 전전하다 끝내 자살을 선택하는 최승휴의 번민을 소상하게 전한다. 술과 담배에 의지하지 않고는 마음에 드는 논문을 좀처럼 진척시키지 못하는 주인공의 딱한 상황이, 성격과 내용이 다르더라도 출구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것 같다.

함께 실린 ‘구토 혹은 청춘의 기록’은 불쑥 남정현의 단편 ‘너는 뭐냐’를 연상시킨다. 구토·배변 등 ‘모양 빠지는’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어서다. 실화를 그대로 옮긴 듯 힘이 있는 소설집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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