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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타락 공화국’을 바꾼 코미디언 시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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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치 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

욘 그나르 지음
김영옥 옮김, 새로운발견
200쪽, 1만2000원

시작은 유머였다. 그는 우스개와 익살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리라 확신했다.

“유머의 시대에 진입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모든 종류의 동물들과 우리를 구별 짓는 발걸음을 한 발 더 내딛은 것이다. (…) 화내고 서로 싸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사실을 다들 깨닫게 될 테니.”(48쪽)

‘유머는 힘이 세다’는 예측은 들어맞았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던 코미디언 욘 그나르(49)는 2010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시장이 되었다. 그가 친구들과 함께 세운 정당 이름이 ‘최고당(The Best Party)’이다. 엄지손가락을 길쭉하게 치켜세운 트레이드마크이자 구호 ‘최고!’는 시민들의 상상력을 야릇하게 자극했다. 공약은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로 치고 나왔다. 정치꾼에 대한 불신을 비튼 해학이었다. 재기 넘치는 엉뚱한 신인 정치인에게 국민은 열광했다.

코미디언 시장의 탄생은 역사적 사건이라 할 만 했지만 시대는 이미 그를 부르고 있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맞은 아이슬란드는 전 국민이 파산 직전이었다. 욘 그나르가 최고당 후보 자격으로 들여다본 아이슬란드는 최고위층에 만연한 부패, 정실 인사로 뒤얽힌 무능한 관료, 불법 소득행위로 엮인 탐욕에 정당과 기업 그리고 언론이 모두 한통속인 ‘타락 공화국’이었다. 국민이 주방기구를 두드리며 기득권자에게 항의하는 ‘냄비혁명’이 욘 그나르를 정치 광장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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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그나르는 시장직을 수행하며 유머 감각으로 시민들이 겪는 불황의 고통을 덜어줬다. [사진 새로운발견]

욘 그나르는 ‘윤리적 행동 규정’을 최고당 웹사이트(bestiflokkurinn.is)에 발표했다. 우리 식으로 치면 ‘김영란 법’쯤 되는 ‘자립’ ‘정직’ 등이 기본이지만 유머를 존중하는 정당답게 기발한 항목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항상 행복하고 유쾌하며 늘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즐거움을 퍼뜨린다”는 ‘즐거움’ 조항이다. 새로운 정치 실험을 시작한 욘 그나르 시장은 ‘더 나은 레이캬비크’ 사이트 등을 운영하며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로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4년 임기를 통쾌하고 독창적으로 마친 뒤 다시 코미디언으로 돌아간 욘 그나르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 정치 혐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인에 대한 환멸을 떨치고 직접 뛰어들라는 것이다. 우리가 정치를 바꾸고 싶다면 그동안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다양한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과 함께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행사하라고 그는 말한다.

 
[S BOX] 열 세살에 무정부주의가 되다
1967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난 욘 그나르는 조숙한 소년이었다. 진리·선·정의를 좇으며 직접행동과 환경보호주의를 지지하는 영국 펑크 밴드 ‘크라스’를 따라 열세 살에 무정부주의자가 되었다. 강력한 유머감각은 그를 자연스레 코디미언의 길로 이끌었다.

2009년 예술가들과 함께 ‘최고당’을 창당한 뒤 미래의 정치는 지역정치, 인터넷에 의지하는 디지털 직접민주주의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시민참여형 예산제도’를 시도했다. ‘관대하고 이성적이며 진실한 사람들’을 모아 인권과 평화 운동을 벌인 공을 인정받아 ‘아이슬란드 윤리적 인도주의자연합’과 ‘존 레논·오노 요코 재단’이 주는 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아이슬란드 드라마 ‘시장(The Mayor)’에서 레이캬비크 시장 역으로 출연 중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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