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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시련의 시간을 건너는 남자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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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소설가

시련의 시간을 건너본 사람은 경험으로 알게 된다. 실패의 순간 친구와 적이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을. 어떤 친구는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면서 차가운 판단과 평가의 말을 던진다. 다른 친구는 “괜찮아?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라고 공감과 배려의 언어를 건넨다. 간혹 가장 가깝다고 믿었던 친구가 제일 냉혹한 비판자가 된다. 가까운 친구일수록 큰 시기심을 내면에 숨기고 있기 십상이다.

실패를 경험하는 당사자의 태도도 두 가지로 나뉜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서 절망 상태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있다. 실패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내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고통과 좌절에 대처하는 태도가 왜 사람마다 다른지, 회복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한 이는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보리스 시릴뤼크이다. 그는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냈음에도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이들의 심리를 연구해 ‘복원력’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심각한 스트레스나 역경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해 인정받을 만한 방식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라고 복원력을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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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복원력의 배경에는 ‘모순어법’이 존재한다고 제안한다. 충격 받은 마음의 한 부분은 파괴되지만 아직 성한 부분은 소중하게 보호되면서 절망의 에너지를 동원해 행복과 희망의 요소들을 끌어모은다. 탄저병과 아름다움, 거름과 꽃이 모순된 상태로 내면에서 결합된다. ‘숭고한 비천함, 생의 눈부신 불운, 나를 흔드는 폭력의 조용함’ 등은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복원력을 지닌 이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언어이다. 반대 요소를 통합하는 심리적 유연함이 탄력성이 되어 시련을 이기는 복원력이 된다는 것.

복원력은 방어기제 쪽으로 연구가 확장됐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 도구 중에서 복원력이 뛰어난 이들은 주로 긍정적 방어기제를 사용한다고 밝혀졌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식으로 이해하기, 유머로 만들기, 승화적으로 표현하기, 이타적으로 행동하기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보통 방어기제는 당사자를 냉동의 마음 상태로 이끈다. 긍정적 방어기제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기능이 내포돼 있어 당사자를 유연하고 사회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실패와 시련을 넘어선 사람이 한층 강하고 관대해지는 배경일 것이다. 그들은 외부의 인정, 경쟁자의 향방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만의 내적 기준을 따라 살아간다. 모순어법과 복원력이 삶을 안내한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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