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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영국·미국·한국 뒤흔드는 예의 없는 정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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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브렉시트로 ‘화장실’ 문 열리자 악취가 퍼져나간다
외국인 보기에 세월호 유족 괴롭히기는 충격적이다

전 서울 특파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최근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세계의 시민이라면 당신은 그 어느 곳의 시민도 아니다.” 메이 총리는 회사들로 하여금 외국인 직원 명단을 만들게 하자는 제안을 했다. 회사들을 ‘부끄럽게’ 만들어 외국인보다는 영국인을 채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제약을 가할 예정이다.

브렉시트 투표 이전에는 영국이 외국인을 환영하는 대외지향적인 나라라는 합의가 있었다. 많은 영국인이 그런 합의에 사적으로는 반대한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었지만, 비즈니스·정치·언론을 운영하는 소위 ‘세계주의적인 엘리트’는 그런 반대를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인종주의적이며 후진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브렉시트가 본질적으로 외국인 혐오와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브렉시트 찬성을 자신의 잠재적인 외국인 혐오를 표출할 기회로 삼았다. 브렉시트 이후 그들은 더욱 대담하게 됐다. 화장실 문이 열리자 악취가 집 전체로 퍼지고 있다. 인종주의 관련 사건과 반외국인 정서가 증가했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나는 예상한다. 또한 중도좌파인 ‘세계주의적 엘리트’가 빈사 상태인 반면 반유대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브렉시트보다 더 나쁜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알파 남성 허풍쟁이인 트럼프는 지독한 인신 공격을 하고 외국인, 특히 멕시코인을 공격한다. 그가 약하다고 보는 또 다른 그룹인 여성도 타깃이다.

슬프지만 트럼프의 바로 그런 성향이 그를 공화당 후보로 만들었다. 누군가 등장해 약자를 괴롭혀도 되는 ‘면허’를 받게 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수가 충분히 많았 다.

내가 보기에 미국과 영국에서 이 새로운 무례함을 즐기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약하다고 느낀다. 인정하기는 싫어도 말이다. 그들은 위협받는 다수의 일부분이며 점증하는 경제 불평등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 또한 뭔가의 희생자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트럼프는 도가 지나친 여성혐오 때문에 선거에서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더욱 그를 사랑할 것이다. 그들은 ‘대안 우파(代案右派, alt-right, alternative right)’ 유형의 사람들인데 ‘cuckold(오쟁이 진 남자)’와 ‘conservative(보수주의자)’를 합친 ‘cuckservative’라는 욕설을 여기저기 내뱉는다. 이 단어는 트럼프와는 달리 사람들을 모욕할 수 없는 온건하고 예절 바른 ‘보수주의자’를 지칭한다. 즉 자기 혐오에 빠졌으며 성적으로는 무기력한 루저다.

이 욕설에 담긴 섹스와 권력의 역학은 페미니즘과도 자연스럽게 연관된다. 남자들은 권력의 일부를 여자와 나눠 가지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이를 싫어하는 남자들이 있다. 반쯤 플레이보이·학대자인 트럼프가 뻐길 때 그들은 영웅을 발견한다. 자신이 원하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을 트럼프가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의 대중 정치문화는 개탄할 정도의 불쾌감을 준다. 지난 몇 년간을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그런 수준으로 끔찍한 언행을 한 유력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약자들을 충격적인 무례함으로 대한다.

일부 인터넷 사용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하며 유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아듀 세월호’ 배너를 내걸고 광화문에서 항의 시위를 하기도 한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일들은 충격적이다. 유가족의 목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겪은 일을 생각하고 그들을 내버려 둬야 한다.

최근에는 백남기씨 사례가 있다. 백남기씨를 그의 가족이 죽였다고 비난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어느 국회의원은 백남기씨의 딸을 공격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의 지위를 생각하면 더 심각한 일이다. 무례함의 문화를 정당화시키는 행동이다. 우리는 모든 문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의 표면 밑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 못된 성향을 억제해야 한다.

다니엘 튜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전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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