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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설현이 투표율을 높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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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휘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2학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4·13 총선에서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의 초상권 사용료로 모두 1억4900만원을 지급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접한 내용이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설현의 모델료는 과연 제값을 했을까?

내가 복무했던 남대문경찰서 방범순찰대에는 120여 명의 의무경찰 대원이 있다. 그중 단 여덟 명만이 총선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나섰다. 투표 당일은 휴무가 아니었기에 사전투표가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권리를 행사한 대원은 극히 일부였다. 선관위가 7월 4일 발표한 세대별 투표율에서 20대는 57.2%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 부대의 투표율을 계산해 보면 겨우 6% 남짓이다.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참여율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인 내게 꽤 많은 대원이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 왔기에 더더욱 그랬다. 주제 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불참한 이유를 물어 보았다.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잘 몰라서”였다. 실망스러우면서도 희망이 남아 있는 대답이라 생각했다. 모르는 건 배우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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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렇다면 누구에게 정치를 배울 수 있을까? 가르침이란 마땅히 학교에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정치를 제대로 배워 본 기억이 없다. 사회탐구에 법과 정치 영역이 있지만 소수의 문과 수험생만 선택하는 과목이다. 대다수 학생은 수박 겉핥기로만 정치를 배우고 학교를 나서 성인이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치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은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에서 교과과정에 ‘현대정치’ 과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에게 정치를 제대로 배울 기회를 제공하자는 뜻이다.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정치가 두려워하거나 혐오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기만 해도 성공이다. 우리는 정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당당하게 무관심할 수 있다.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부터 현대의 대의민주제와 정치철학까지 포괄하는 커리큘럼을 상상해 본다. 기대승과 이황의 이기론 논쟁까지 어렴풋이나마 깨우치고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는 우리 학생들에게는 그저 벅차기만 한 과제는 아닐 테다.

다시 선관위 광고로 돌아가 보자. 하루 종일 걸그룹을 끼고 사는 군인조차 설현을 보고 혹해서 투표를 하러 가지는 않았다. 포스터 안의 모델 설현은 아름다웠지만, 그뿐이었다. 투표장에 설현이 직접 나타날 수는 없는 법이다. 설현이 등장하는 광고가 이 광고뿐이었던 것도 아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뻔한 홍보전략이 아니었다. “잘 몰라서”라는 수줍은 대답엔 “알고는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라는 뜻도 숨어 있다.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킬 세금으로 차라리 대학이나 군부대를 돌며 젊은 층에게 왜 투표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김건휘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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