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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막판으로 치닫는 미국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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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정당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상대 진실성 공격은 자제해야
미국의 유권자들은 탈진 상태
상처 봉합에 수십 년 걸릴 듯

(UCSD) 석좌교수

미국은 지친 발걸음으로 11월 8일 대통령 선거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수가 느끼는 감정은 ‘탈진’이다. 비속한 말싸움 때문에 그 누구도 미국 정치체제나 미국 자체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 가지 설명은 물질에 기반한 것이다. 미국이 새로운 계급 정치를 목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소득분배상으로 하위 50%는 극심한 소득 정체와 불평등을 체험했다. 그 어떤 다른 선진국보다 소득 정체와 불평등이 심각하다.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대중의 감정에 호소했다. 샌더스의 선거운동은 힐러리 클린턴과 월스트리트 사이의 유착, 상위 1%에 지나치게 편중된 부의 분배 등 경제 체제 문제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트럼프는 무역과 이민을 경제 공약의 핵심으로 삼으며 세계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분열의 뿌리는 생각보다 훨씬 깊이 뻗어 있다. 오랫동안 우파 토크쇼 라디오와 틈새 매체는 민주·공화 양당의 내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치체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불만을 증폭시켰다. 뉴라이트 중 일부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이민체제의 경제적·문화적 비용 문제에 집중했다. 그들은 종종 인종주의나 외국인 혐오라는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부동산 개발 업자이지만 지난 20년 동안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보통 사람들의 대변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직설적이고 공격적이기까지 한 그의 어법은 카리스마의 일부가 됐다. 워싱턴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토대는 놀라울 정도로 취약하다. 정당들은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우선 정당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당들은 상대편의 진실성이나 애국심을 문제 삼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신뢰와 정치적 예의가 이번 대선을 통해 손상을 입었다.

가장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은 자신이 당선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이다. 두 번째 TV 토론에서 트럼프는 심지어 자신이 당선되면 클린턴을 감옥으로 보내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의 언설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나 나올 법하다. 민주주의 체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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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체제의 근본적인 특질에 따르면 트럼프가 채택한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공화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트럼프에 열광적인 지지로 반응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의 법칙에 따르면 일단 당내에서 승패가 결정되면 승자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무당파의 지지를 받기 위해 중앙으로 움직여야 한다. 트럼프는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을 거부했다. 여론조사 평균이나 예상되는 선거인단 표를 따져보면 사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한번도 앞선 적이 없다.

최근 트럼프의 선거 캠프가 붕괴한 이유는 예상하지 못한 이슈의 부상 때문이다. 트럼프의 여성혐오다. 지난주 등장한 녹음에서 트럼프는 성관계 제의와 심지어는 성추행에 대해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 스토리가 터지자 다른 사례들이 물결처럼 뒤를 이었다. 그 결과 그를 지지하던 여성 유권자들이 대량 이탈했으며 성별에 따른 지지도 격차는 유례없는 수준이 됐다. 한 분석가의 전망에 따르면 만약 남성들만 투표할 수 있다면 트럼프는 350명의 선거인단 표를 얻을 수 있다. 당선에 필요한 270명보다 훨씬 많다. 여성들만 투표할 수 있다면 결과는 훨씬 더 일방적이 될 것이다. 클린턴의 선거인단 표는 458, 트럼프는 80이 된다.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마저 붕괴할 것이다. 이제 선거에 대한 관심의 중심은 대선이 아니라 대선이 의회나 지역 선거에 미칠 영향이다.

공화당은 트럼프를 버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공화당에 미친 손상은 공화당의 내부 파열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욕설은 보다 광범위하게 정치 담론 속으로 넘쳐흘러갔다. 상처를 봉합하려면 수년,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트럼프가 등장시킨 정치 담론에는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급격한 관세 인상, 동맹국 포기 등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 제안이 포함된다. 트럼프는 또 미국 선거 체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만약 그가 진다면 선거체제의 조작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자들을 공개적으로 거짓말쟁이·사기꾼이라고 불렀지만 자신의 언행에 대해서는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극히 분열적인 공공 담론을 분출시켰으며 수시로 이민자·무슬림뿐만 아니라 여성·장애인, 전쟁 영웅들을 폄하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국은 ‘탈진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제 희망은 추악한 캠페인을 빨리 종결시키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질문은 ‘누가 이길까’가 아니다. 앞으로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냉소주의와 나르시시즘으로 극심하게 분열된 나라를 다시 단결시킬 것인가’이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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