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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웹소설로 글로벌 모바일시장 잡을 것”

할리우드 영화로 개봉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마션’,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드라마로 방영 중인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국내외에서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들 작품의 뿌리는 웹소설이다. 무명 작가가 인터넷에 올린 연재물이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책·영화·드라마로 변주됐다. 강력한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권), 좋은 스토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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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픽션’을 운영하는 이승윤 래디시미디어 대표는 “영어권에서 규모를 키우고 나면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는 인도·필리핀·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아마존 킨들 중심의 전자책이 꽉 잡은 영어권 콘텐트 시장에서도 이런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있다.  런던북페어에 따르면 영어권 출판시장에서 18~23세 젊은 독자의 3분의 3가 연재소설ㆍ웹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반면 전자책 매출은 최근 2년 사이 꾸준히 하락세다. 별도의 전자책 전용 기기보다 스마트폰으로 읽는 사람들이 늘면서다.   

꿈틀대는 웹소설 시장에 도전한 한국인 창업가가 있다. 올해 2월 영문 웹소설 서비스 ‘래디시픽션’을 선보 인 이승윤(26) 래디시미디어 대표다. 그는 지난 2012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학생 자치기구이자 토론 클럽인 ‘옥스퍼드 유니언’에서 첫 동아시아인 출신 회장에 뽑혀 화제가 됐다. 지난해엔 독자들이 탐사보도 기사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크라우드펀딩 저널리즘 ‘바이라인’을 영국 런던에서 창업해 국제적인 주목도 받았다. 

그랬던 그가 엔터테인먼트, 그중에서도 IP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떠오른 웹소설로 눈을 돌렸다. 이 대표는 “아무리 가상·증강현실이 뜬다고 해도 결국은 활자, 즉 스토리가 근간이 돼야 한다”며 “영어권 웹소설 시장이 이미 상당히 커졌지만, 커뮤니티 수준에 머물러 있고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못 찾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봤다”고 말했다. 그는 "'스냅챗(동영상 채팅 앱) 세대'를 위한 모바일 웹소설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왜 2년 만에 다시 창업에 나섰나.
“좋은 보도 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지만(크라우드펀딩 저널리즘에) 솔직히 한계를 느꼈다. 내가 사업을 못했는지도 모르겠다(웃음). 좋은 투자자들을 많이 만났고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저널리즘 자체로 돈을 버는 데 회의적이 됐다.  어느 순간 ‘억만장자들의 선의의 투자에 사업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지 않을까’ , '성장하는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웹소설 시장이 보였다. 현재 바이라인은 영국 탐사보도 기자들이 잘 운영하고 있다.”
래디시는 어떤 서비스인가.
"미국·영국·독일·호주·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영어로 소설을 쓰는 인디 작가 300여 명을 초청했다. 이들의 연재 소설을 유통한다. 스마트폰으로 회당 10분 안에 읽을 만큼 짧은 연재물이다. 독자가 에피소드 별로 소액 결제하면 소설이 업로드된 직후 바로 볼 수 있지만,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무료로 풀린다.”
한국에선 웹툰으로 익숙한 유료화 모델이지만 미국에서도 가능할까.
“우린 넷플릭스처럼 잘 만들어놓은 콘텐트를 모아놓고 월정액을 받는 구독 서비스가 아니다. 인디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이다. 소설을 연재하는 과정 자체에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소액 결제가 승산이 있다. 넷플릭스보단 아프리카TV 모델에 가깝다.
영어권 최대 웹소설 커뮤니티인 '왓패드'는 여전히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는 모델이지만, 중국과 한국에서 증명된 소액결제 기반 웹소설 모델이 미국에서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거 게임이 그랬듯, 아시아에서 먼저 시작된 부분유료화 모델이 미국에서도 정착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마케팅을 전혀 안했는데도 현재 안드로이드와 iOS 앱스토어 도서 분야에서 10위권 이내에 들 정도로 성과가 난다. 현재 속도로 가면 연매출 1억원 이상이 예상되는 작가도 있다. 이런 작가들이 많이 배출해 좋은 IP가 늘어나면 여러 미디어를 넘나들며 IP 자체로 수익을 낼 수 있다.”
텐센트나 마블처럼 IP 비즈니스를 하는 대형 콘텐트 기업이 많다. 차별화 전략은.
“한국어나 중국어 콘텐트 번역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영어권 작가들이 모이는 글로벌 커뮤니티로 키우겠다. 
연재 소설의 강점은 커뮤니티다. 1회 쓰고 독자 반응 본 뒤 2회 쓰고…이런 과정을 5~6회까지 반복하면서 흥행 가능성을 예측해 영화나 출판으로 키울 IP에 미리 투자할 계획이다. 일단 내년부터는 공모전을 열어 독자들과 함께 가장 경쟁력 있는 웹드라마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동영상 창작자 그룹인 MCN들과 손잡고 이를 웹드라마로 제작하겠다. 일부 작가나 제작자의 감(感)이 아니라 콘텐트 소비자가 생산부터 참여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누적된 빅데이터로 특정 IP의 흥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투자할 것이다.”
유명인들부터 190만 달러(약 21억원)를 투자받았다는데.
“‘집없는 억만장자’로 알려진 니콜라스 베르그루엔과 ‘샨다문학’(중국 최대 웹소설 사이트)을 공동창업한 중국 청웨이 캐피털 에릭 리, 페이스북·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했던 그레이락 파트너스와 로워케이스 캐피털 같은 글로벌 벤처캐피탈이 투자하며 래디시의 잠재력을 검증받았다.”
영국과 미국, 한국에서 모두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을 하며 글로벌 유명 인사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창업가들을 만날 때 가장 즐거웠다. 젊어서부터 계속 위험을 감수하며 스스로 뭔가 만들어가는 재미를 아는 분들이라 정치인이나 안정적인 금융·컨설팅 전문가들과 달랐다. 중요한 건 똑똑한 것보다 ‘깡’이라고 느꼈다.”

글=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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