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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J카페] 업무시간에 낮잠 자는 직원을 발견한 그룹 회장님의 반응

회사원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황은 무엇일까요? 아마 업무 시간에 딴 짓을 하다가 상사에게 걸리는 게 아닐까요. 버진항공에서 일하는 한 남성 승무원은 근무시간에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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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그룹의 계열사인 오스트레일리아 항공의 한 직원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단잠에 빠졌다.

마침 버진항공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브랜슨이 라운지를 방문했고, 이 낮잠 자는 직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직원의 상사를 불러 질책했을까요? 아닙니다. 대신 그는 낮잠을 자는 직원 옆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낮잠 자는 직원의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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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브랜슨의 낮잠 사진(richard branson sleeping photo).

“낮잠 자던 직원을 발견했습니다.” 브랜슨은 업무시간 도중 낮잠을 자는 게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은 듯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그는 대기 중이었지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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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브랜슨의 낮잠 사진(richard branson sleeping photo).

휴식을 취하는 직원을 질책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서 직원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브랜슨은 지난 6월부터 ‘사내 e메일·메신저 금지’라는 실험적인 사규를 발표했습니다. 직원 간 모든 대화는 “직접 만나서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이번 조치는 버진그룹 영국 본사와 미국 지사 600여 명이 대상이었습니다.

사내 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①할 말 있으면 직접 찾아가 의논하기
②파일 공유, 회의공지만 부서장 승인 하에 e메일, 메신저로 발송 가능
③휴가 간 사람에 한해 전달사항을 e메일로 보내놓을 수 있음
④불가피하게 보낸 e메일은 읽을 수만 있고 답장은 불가능
⑤프로젝트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은 오전 딱 2시간 정해진 시간에 다 같이 모여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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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버진그룹의 임원(Global Head of Brand & Managing Director)인 리사 토마스는 “직원들이 사람 사는 것 같이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메신저 창을 두드리며 남들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 보고 대화를 하며 진짜 의견을 교환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연결을 차단한다는 조치에 반대가 많았습니다. 특히 다른 부서와 협업이 많거나 지금껏 메신저와 메일로만 소통해온 부서는 격렬하게 항의했죠. 그럴 때마다 경영진은 이렇게 강조합니다. "곧 이게 일상(normal)이 될 겁니다. 우리는 직원들이 하루를 좀 더 균형있게 보냈으면 합니다. e메일에만 의존하는 것이 좋은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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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토론하는 직원들.

몇 달이 지난 지금 직원들은 "고맙다"는 반응입니다. 버진그룹에서 콘텐트 담당 임원(Senior Content Executive)으로 일하는 클레어 켈리는 “대화가 일상화(Casual)되자 회사가 더 나은 공간으로 변했다”라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어차피 메신저로 또 얘기할 건데 뭐’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얼굴 보고 있는 동안 얘기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더 활발하게 토의가 이뤄진다는 겁니다. 켈리는 “돌아가서는 각자 일을 하고, 모여서 함께 일을 처리한다는 생각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잃어버린 삶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털어놓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버진그룹의 미국지사 임원 로라 스토크스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것이 우리 세대”라며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는 죄로 하루 수십 번씩 e메일을 확인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업무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산책을 하면서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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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이름이 ‘버진’이 된 비화. 한 직원이 “우리 회사는 사장이나 직원, 일하는 사람 모두 초보자이니 버진(virgin)이라는 이름을 쓰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실험적인 성과가 아직 성적표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신의 평가는 후합니다. 10월 2일자(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은 브랜슨 회장이 한 일 중 가장 혁신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e메일 금지는 우주왕복선을 띄우는 괴짜 사업가의 기행이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장의 억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직원들을 아끼는 리처드 브랜슨의 철학이 반영됐다. 사내 e메일 금지는 지금까지 그가 해온 혁신 중 가장 혁신적인 일이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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