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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제일주의의 재앙…원인 진단도 교환도 성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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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전 세계 판매 중단을 결정한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 이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속도 제일주의로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삼성전자가 속도 제일주의 때문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국내의 한 경영학자는 스마트폰 세계 1위 삼성전자가 주력 모델 단종(斷種)이라는 사태를 맞게 된 배경을 이렇게 정리했다. 갤럭시노트7에 결함이 발생한 이유와 정확하지 않은 원인 발표, 그리고 교환한 신제품에서 다시 결함이 발견된 것 모두 “서두르다 생긴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결함이 발견됐다”(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던 지난달 2일 발표 자체가 성급했다고 2차 전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로 지목된 삼성SDI 대신 ATL 배터리로 교체했는데도 발화가 지속되자 “배터리 설계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 “배터리가 아닌 다른 회로상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점수 동아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리콜 발표 당시 배터리 전문가들은 ‘어떻게 9일 만에 발화 원인이 배터리 제조 공정의 문제라고 판단했느냐’며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며 “원인 진단을 다소 성급하게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리콜 발표 17일 만에 교환을 시작하겠다던 일정(국내 기준) 역시 너무 무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불량률이 높아져 교환해 준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일정에 맞추기 위해 한국 구미·베트남·중국 공장이 추석 연휴에도 24시간 3교대로 풀가동했다고 협력업체 관계자는 전한다. 이 관계자는 “연휴에 강도 높은 근무 일정이 지속되다 보니 품질 관리에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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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단종 결정을 내린 데엔 배터리 이슈가 지속될수록 이런 허점들이 드러나 시장 불신이 확산할 거란 판단이 있었다. 특히 발화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으면서 시장에선 삼성전자 기술력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하고 있었다.

11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의 신뢰성 그룹을 찾아 노트7 테스트 과정을 함께 지켜본 국가기술표준원 사고 조사 담당자는 “1차적으로 발생한 수십 건의 발화 사고는 배터리 끝 부분의 눌림 현상 등 비슷한 패턴이 있었다”며 “교환 제품에서 일어난 사고에선 공통된 양상이 보이지 않아 단기간에 원인 규명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리콜을 미루거나 결함이 있었다는 걸 숨긴 회사들은 많지만 리콜한 제품에서 다시 같은 문제가 발견되는 건 흔치 않은 경우”라며 “세계 최고 기술력의 삼성이 결함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신뢰를 크게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규제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단종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브랜드 전체를 살리려면 조기 진화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10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나 한국 국가표준기술원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를 진행했다”며 “CPSC 등에서도 ‘미국서 판매를 재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위기 대응 전문가들은 단종 이후의 조치가 갤럭시 브랜드의 향배를 좌우할 거라고 조언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 샐러드 대표는 “단종 및 제품 회수 조치와 별도로 원인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약속하고,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어떤 조치를 할지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내년 출시될 갤럭시S8로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노트7으로 타격받은 갤럭시 브랜드를 살리려면 S8이 기능과 완성도 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노트 시리즈로 출시되던 대화면 스마트폰 브랜드를 아예 새로 내놓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글=임미진·박수련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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