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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 키워드, 육성인가 규제인가

규제 중심의 방산정책
행정소송 급증, 행정력 낭비

현재 미국 및 유럽의 방산(防産) 선진국들은 각종 보호조치를 통해 자국의 방산을 육성·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국은 방산을 규제하는데 더 초점을 둔 정책 및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방사청장 직속으로 ‘방위사업감독관’을 신설,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방위사업감독관은 각종 사업 착수와 기종 선정, 계약 등 모든 주요 단계의 의사결정을 검토하고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현직 검사가 획득 및 방산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방산을 보호, 육성·발전시키는 키워드가 국방·안보인지, 아니면 법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육·해·공 획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문제들 (예: 무기체계 성능저하, 일정지연, 비용초과 등)을 둘러싼 방사청과 방산업체들 간의 각종 소송 쟁의를 보면, 2010년 55건이던 민사 및 행정소송이 2015년 한 해만 163건에 달하고 있다. 또 방산업체가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해 부과하는 지체상금도 2015년 3,239건 313억 원에서 올해 9월 30일 현재 2,307건에 384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가 초래되고, 막대한 소송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비용을 핵심기술 및 부품개발에 투자한다면, 아마도 방산 전문업체 수십여 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력증강 차질 우려
 
방산육성을 위한 정책적 과제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비리나 찾고 소송 쟁의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런 문제들을 개선시키지 못할 경우, 군의 전력증강 차질은 물론 국내 방산기반체계의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래의 세 가지 방안을 실행에 옮길 경우, 현재 발생하고 있는 획득 및 방산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방산 총괄
 
첫째, 청와대에 획득 및 방산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칭 방산비서관)를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획득 및 방산관련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 발생 시, 확고한 의사결정 주체가 없어 협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도 곧바로 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을 조정·중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것이다.그리고 이런 컨트롤 타워가 있으면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방산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시, 업체들 간에 첨예하게 이해가 상충되는 문제들을 조정·중재하는 역할까지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각 군 무기체계 연구소 신설
 
둘째, 육·해·공 각 군 산하에 무기체계 연구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미국처럼 각 군의 소요기획 업무를 지원하고, 또 무기체계 연구개발(R&D)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기초·핵심기술·비닉무기 등에 관한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각 군 연구소는 설립해 체계개발을 하는 R&D 이원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공군을 예로 들면 ADD는 초음속 엔진과 관련 소재·부품기술을, 공군 연구소와 방산업체는 유도무기를 R&D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각 군 연구소가 무기체계 소요기획 및 개발업무를 직접 하게 되면 성능, 비용, 일정 가운데 최소한 성능과 일정상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업체 집중적 육성
 
셋째, 핵심기술 및 주요 부품에 특화된 방산 전문업체를 집중적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국 방산은 체계업체가 중심이고, 여기에 중소 방산업체가 종속되는 구조다. 체계업체 중심의 방산육성책으로 인해 체계업체와 중소 방산업체 사이에 존재하는 핵심기술 및 주요 부품에 특화된 전문 방산업체를 제대로 육성·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각 군의 주요 무기체계 및 장비 수리를 위한 부품 조달 예산의 경우, 육군 23%, 해군 65%, 공군 87%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볼때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전문 방산업체들을 국내에 많이 육성해야 할 당위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도 방산 선진국들처럼 방산기반체계를 체계업체, 전문 방산업체, 중소 방산업체 등 3중 구조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전문 방산업체들은 국가적 자산으로 보호, 육성·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선진국들로부터의 핵심기술 및 부품종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규제보다는 육성과 발전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한국 방산은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과도한 규제보다는 전문가 집단에 의한 보호,  육성·발전전략이 더 필요한 상황에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종하 한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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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