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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은 왜 북핵 반대하면서도 대북제재엔 소극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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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역대 최상’이라는 말을 듣던 한·중 관계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북한 핵이 원인 제공자다. 한데 중국은 왜 북핵 불용을 외치면서도 대북제재엔 마냥 소극적인가? 중국은 또 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한국을 외교·안보적으로 압박하는가? ‘북·중 관계 조정’과 ‘한·중 관계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는 중국의 진짜 속내는 도대체 어떤 계산에서 나오는 것일까.

시진핑의 대외전략 변화와 한반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대외전략 기조는 줄곧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안정적인 주변 환경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江澤民) 그리고 후진타오(胡錦濤)로 이어지는 중국 지도부는 주변 지역이 불안정하고 시끄러우면 중국의 경제발전이라는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것이라 인식했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등장한 이래 이런 기조에 변화가 발생했다. ‘평화발전(和平發展)’ 외에 ‘핵심이익(core interest) 수호’가 추가됐다. 기존의 평화발전 전략은 계속 유지해 나가면서도 이젠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방기하지 않겠다, 또는 중국에 의해 정의된 중국의 핵심이익을 희생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 천명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중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가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시진핑이 제창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선 아시아 역내는 물론 글로벌 차원의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 정권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적인 질서에 도전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역내에서만큼은 ‘중국의 부상’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미국의 집요한 견제다. 미국이 과거 아시아에서 누렸던 지위를 회복하려는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추진하면서 미·일 동맹을 대폭 강화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 깊은 미·중 간 상호 ‘전략적 불신(strategic distrust)’ 또한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불거져 시진핑의 대외 전략과 한반도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 제4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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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무슨 일만 터지면 중국이 입버릇처럼 거론하는 원칙이 있다. 이른바 ‘한반도 3원칙’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그것이다. 여기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과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양대 목표이고 ‘대화와 협상’은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무리 곤란한 질문이 던져져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답변은 이 한반도 3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중국은 겉으로는 말하지 않는 제4의 원칙을 갖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 및 확대’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를 자신들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과는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과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동아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중 전략 경쟁의 영향으로 인해 한반도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하부구조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한반도가 평화발전과 핵심이익 수호를 위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할 대상이자 미국과의 역내 영향력 확대 경쟁을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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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북핵에 반대하며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동참한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의 제재에는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미 주도로 이뤄지는 대북 압박으로 인해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미국과의 역내 영향력 확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딜레마에 빠진 중국

한반도 정책 제4원칙, 즉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 및 확대를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선 현존 패권국 미국과의 전략 경쟁에 대비해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은 남북한 모두와의 관계를 ‘유지’ 또는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시진핑 정부가 ‘북·중 관계의 조정’과 ‘한·중 관계의 발전’을 동시에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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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북·중 관계 조정은 양국이 혈맹 관계를 기반으로 한 ‘특수 관계’인지 아니면 국가 이익에 기반한 ‘정상 국가 관계’인지가 핵심이다. 2013년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중국 외교부는 대북제재 결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북·중 관계를 ‘일반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북·중 관계를 정상 국가 관계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2015년 시진핑은 북한을 방문한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통해 북한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냈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희망하지만 북한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를 통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이 침해받거나 역내에서 전략적 균형이 훼손됐다고 인식할 경우 언제든지 북한 문제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해 자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려 한다. 상황에 따라 특수 관계와 정상 국가 관계 사이를 오가며 북·중 관계를 조정하려는 중국의 속내가 읽힌다.

박근혜-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한·중은 한동안 밀월을 구가했다.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중국경사론(中國傾斜論)’이란 신조어마저 나왔다. 그러나 북핵과 북한 문제, 한·미 동맹, 통일 문제 등에서 한·중 간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강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에 완전히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중국 외교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 증대, 미·중 전략 경쟁 추세 심화, 중·일 갈등, 남중국해 문제 등과 같은 여러 역내 현안을 볼 때 한국과의 관계를 계속 심화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에는 강력히 대처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을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이젠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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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이래 중국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대됐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간 신뢰는 큰 상처를 입었다. 북·중 관계 역시 김정은-시진핑 시기 들어 북핵 문제로 인해 소원해졌지만 양국은 언제든지 각자의 이익에 따라 다시 한번 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핵·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와 중국의 셈법에 차이가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미·중 간 전략 경쟁 관계의 하위구조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의 역할’을 과도하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우리가 대북·통일 정책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마련해 중국에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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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의 목표에 대한 중국과 한·미의 입장을 조율해 우리 주도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한·미·중 3각 협력의 범위를 북핵 문제에 우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대북 압박 조치를 마련하되, 북·미 관계 개선과 같은 외교적 조치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한·중 간 신뢰 강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동아시아 다자협력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지역 전략에서 한국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대중국 통일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통일 한국의 건설이 중국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분단 관리의 기회비용을 감소시키고 중국에 안보적·경제적 편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국의 한반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정책’ 공공외교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신종호
국제정치학 박사. 중국 베이징대학 국제정치학과에서 미·중 관계를 전공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및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및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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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