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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AI폰 시대를 여는 구글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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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논설위원

구글 가라사대, 이제 스마트폰 시대는 저물고 AI(인공지능)폰 시대가 도래할 것이니 새 시대엔 구글이 세상의 주인이 되리라.

구글 자체 제작 픽셀폰으로 시장 도전
AI폰 시장 독주 견제할 전략은 있는가

지난 4일 구글이 ‘픽셀폰’을 선보이며 “우린 모바일(mobile)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움직이고 있다”고 발표했을 때 문득 ‘빅 브러더(big brother)의 야심’이 느껴져 섬찟했다. 개인적으론 교환을 통해 전화를 걸었던 청색전화부터 스마트폰 시대까지 전화의 극적인 진화 과정을 보며 매번 전화가 어떻게 이렇게 편리해질 수 있는지 감탄을 연발했다. 하나 AI폰 앞에선 마음이 복잡해진다.

픽셀폰은 구글 인공지능 기술의 총화라는 ‘구글 어시스턴트’ 소프트웨어가 처음 탑재된 AI폰이다. 스마트폰과 AI폰은 차원이 다른 물건이다. 스마트폰이 함께 놀아주는 친구라면 AI폰은 비서 혹은 내 마음의 복제품을 지향한다. 스마트폰은 정보를 찾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등의 도구 역할을 했다. 한데 AI폰은 말만 하면 스스로 판단해 주인이 필요한 일을 다 알아서 처리한다. 스케줄 관리, 오늘 입을 옷에 대한 조언, 출장 시 적절한 호텔 예약과 집 안의 가전제품 제어 등등. AI폰은 주인의 동선·습관·가족관계 등 모든 걸 파악하고 분석해 조언도 해주고 대화도 나눠준다. 전화기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가 된다.

픽셀폰은 다음주(20일)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되니 아직 물건을 써본 이는 없다. 그래서 추측과 담론만 무성하다. 한편에선 공개된 하드웨어 사양을 보니 삼성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보다 나을 게 없다거나 AI폰 신생아 수준인 애플의 시리 정도일 거라고 추측한다. 그런가 하면 주인 손을 타기 시작하면 딥러닝을 통해 빠른 속도로 자체 진화했던 ‘알파고’처럼 순식간에 개인에게 최적화된 비서 역할을 익히게 될 거라는 담론도 나온다.

한데 시장의 관심은 이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읽고 마음까지 꿰뚫어보는 빅 브러더를 손에 쥐고 살게 될 거라는 미래가 아니다. AI폰 시대는 기정사실이고 구글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이 성공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미국 언론들은 구글이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수직통합한 애플 모델을 지향한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플랫폼 진영의 하드웨어 업체들이 넓혀놓은 시장을 AI폰 시대엔 독식하겠다는 얘기다. 삼성 갤럭시노트7이 생산 중단된 것도 구글엔 호재로 꼽힌다.

반면 국내 업계 반응은 한가하다. “소프트웨어 업체 중 하드웨어에 진출해 재미 본 곳이 없는데 구글이 하드웨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겠느냐.” “기존 구글폰인 넥서스폰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시장 견제용인지 진짜 폰 사업을 하려는 것인지 구글의 진정한 의도를 모르겠다.”

그런 한편에선 삼성전자도 픽셀폰 발표 이틀 뒤 미국의 AI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 랩스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노트7의 연이은 폭발사고는 하드웨어 첨단화 경쟁의 한계와 하드웨어만으론 지속발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또 구글이 AI폰 시대를 독식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이때에 AI 소프트웨어 경쟁에 뛰어드는 건 당연하다. 한데 삼성 관계자들은 AI의 기능을 “사람들이 기계를 쉽게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설명을 다 들어도 그들이 지향하는 ‘AI 기술로 구현하려는 세상’이 뭔지 감이 안 잡힌다는 거다. 오히려 AI 기술을 인터페이스의 혁신 정도로 보는 건 아닌지 그들의 소프트웨어 감수성에 대한 의구심만 남았다.

구글은 포털로 쌓은 방대한 양의 지식·정보에다 엄청난 클라우드 공간까지 열어놓고 AI폰을 통해 더 많은 개인 정보를 빨아들여 사람의 마음을 읽고 통제하는 세상을 눈앞에 들이미는데, 삼성은 하드웨어적 사고 언저리를 맴돈다고 느낀 건 나뿐일까. AI폰 시대엔 ‘사람의 마음 자산’ 확보 전쟁이 벌어질 거다. 이러다간 한국인의 마음도 구글이 다 가져갈까 걱정이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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