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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해경 해체 뒤 ‘산’으로 간 중국 어선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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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2011년 12월 12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87㎞ 해역.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고(故) 이청호 경사(당시 41세)의 왼쪽 옆구리에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가 박혔다. 이 경사가 숨지자 당시 해경은 “중국 어선에 총기를 사용하는 등 강경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해양경비법 17조에도 ‘선박과 범인의 도주를 막거나 자기 또는 다른 생명·신체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경우 무기류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장의 해경 대원들은 “사실상 무기 등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해경은 “총기를 사용하다 사망사고라도 나면 중국과 외교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로) 해경이 해체된 후 ‘더 이상 문제를 만들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 발포는 사실상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중국 선원들이 손도끼·쇠파이프·칼 등을 휘두르고 어선으로 들이받아도 한국 해경은 허공을 향해 총을 쏘고 고무탄과 진압봉만으로 대응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2014년 11월 해경을 해체한 뒤 국민안전처에 편입시켰다. 인천에 있던 해양경찰청 조직을 없애고 대신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신설해 지난 8월 내륙인 세종시로 이전했다. 바다를 지켜야 할 해경이 육지로 간 것이다.

세월호 여파로 ‘안전 강화’를 지나치게 앞세우면서 정작 해경의 본래 업무 중 하나인 중국 어선 단속 업무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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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선체로 힘겹게 진입하는 한국 해경. [사진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지난 7일 중국 어선이 고의로 한국 해경 고속단정을 ‘확인충돌’해 침몰시킨 사건은 해경의 이런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가 관할하는 서해 바다의 면적은 1만7000㎢. 그러나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데 투입되는 배는 300t급 이상 경비함 9척과 이들 배에 소속된 4.5t급 고속단정 12척밖에 없다.

그나마 수리나 임무 교대 등으로 실제로 현장에 투입되는 경비함은 하루 3척밖에 안 된다. 그래서 지난 7일 100t급 이상 중국 어선 40여 척이 불법조업을 하는 현장에 고작 4척의 고속단정만 투입됐다. 경비함 등에 근무하는 인력도 200여 명(의경 제외)이라 3교대는 꿈도 못 꾼다.

한 해경 관계자는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계속 늘고 있는데 관련 예산은 제자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하루 평균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2013년 92척에서 지난해 152척으로 늘었다. 요즘 가을 꽃게철을 맞아 하루 120~130척의 중국 어선이 몰려온다.

그런데도 중국 어선 단속을 위한 해경의 인력·장비 증강 요구에 정부는 미온적이다. 지금처럼 우리가 해경을 계속 ‘버린 자식’ 취급하면 중국 어선들만 좋아하지 않겠나.


최 모 란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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