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글로벌 J카페] 노벨경제학상과 『안네의 일기』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주인-대리인 문제를 연구한 계약이론(contract theory)의 권위자 올리버 하트(68)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6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한국시간으로 10일 저녁 201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는데요. 저는 공동수상자인 올리버 하트 교수의 수상 소감이 재미있었습니다.

“당일 새벽 4시40분에 잠을 깼다. (그때까지 연락이 없어서) '올해도 노벨상을 받기엔 글렀구나' 싶었다. 그때 운 좋게도 전화벨이 울렸다."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하트 교수의 첫 반응은 뭐였을까요. "아내를 껴안았다, 그게 내 첫 행동이었다. 그리고 나서 둘째 아들을 깨웠다."
기사 이미지

리타 골드버그의 모친 힐데 야콥스탈.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의 언니와 매우 가까운 친구였다.
 

아내와의 허그(hug)?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실지도 모르지만 하트 교수의 부인도 남다른 스토리가 있는 분이더군요. 남편과 함께 하버드대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하트 교수의 부인 리타 골드버그(Rita Goldberg)는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와 매우 밀접한 인연이 있습니다. 리타의 모친인 독일계 유대인 힐데 야콥스탈(Hilde Jacobsthal)이 안네 프랑크의 언니(혹은 여동생)와 소위 '베프(절친)'였다고 하네요. 리타 골드버그 역시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딸인 셈입니다. 리타는 안네 프랑크와 긴밀하게 얽혀있는 가족사를 책으로 썼습니다. 『모국: 홀로코스트와 함께 성장하기(Motherland: Growing up with the Holocaust)』가 책 제목입니다.
 
기사 이미지

올리버 하트 교수의 부인 리터 골드버그의 홀로코스트 기록 『모국: 홀로코스트와 함께 성장하기(Motherland: Growing up with the Holocaust)』


노벨상 수상자 가족의 소소한 개인사 아니냐고요? 저는 꿈에 그리던 노벨상 수상 소식을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딸인 아내와 처음으로 나눴던 하트 교수의 가슴이 매우 벅찼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친김에 하트 교수의 가족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하트 교수는 영국 출신이고, 케임브리지 킹스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수학 공식 많이 나오기로 악명 높은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지냈으니 수학 하나는 참 잘했겠지요? 그런 하트 교수가 두 아들의 수학 실력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하네요. 하트 교수의 하버드대 강의를 들었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트 교수가 수학 실력이 형편없던 두 아들 때문에 가슴앓이가 많았다"며 "하트 교수가 '아무래도 수학 잘하는 나보다 인문학자이자 작가인 엄마를 더 많이 닮은 것 같다'는 말까지 하더라"고 귀띔하더군요. 노벨상 수상자도 자녀 교육으로 고민하는 것만큼은 우리들과 비슷한 모양이네요.

아무튼 노벨경제학상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았던 안네 프랑크, 홀로코스트가 인연이 있었네요.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보면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실적응력이 있는 경제학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과거 고전파 경제학이 상정한 완벽한 시장, 완전한 정보를 가진 경제주체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불완전한 정보 아래에서 불충분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우리네 생활에 경제학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주인-대리인 이론과 계약이론이 바로 그런 예가 아닐까요.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제로는 불완전한 우리 현실을 설명하는 경제이론들이 노벨상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