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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브리짓 언니,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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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피플앤이슈부 기자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멀리한 지 꽤 되었지만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사진)는 외면할 수 없었다. 15년 전 시작한 이 시리즈의 (엄밀히 말하면 콜린 퍼스가 연기하는 마크 다시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 게다가 영화를 본 친구의 거부할 수 없는 추천사를 들었던 터다. “콜린 퍼스에겐 ‘노벨 미(美)중년상’을 줘야 할 것 같아.”

2편에서 마크 다시와 결혼해 ‘그 후로도 행복하게 잘 살았’을 줄 알았던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는 43세의 생일을 여전히 혼자 맞는다. 영화의 테마곡인 ‘올 바이 마이 셀프(all by myself)’를 듣다가 “아유 지겹다”며 “이제 연애를 끊고 인생을 즐기리라” 선언한다. 하지만 즐기러 간 록페스티벌에서 인터넷 연애정보회사 CEO 잭 퀀트(패트릭 뎀시)를 만나고, 며칠 후엔 우연히 재회한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 그리고 덜컥 임신을 한 브리짓. 하지만 둘 중 누가 아이의 아빠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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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저출산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판타지다. 브리짓은 마흔이 넘었고, 술에 찌들어 살지만 어렵지 않게 임신을 했다. 작은 방송국의 사고뭉치 리포터였던 그는 이제 인기 TV 뉴스쇼의 PD로 활약 중.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울 만한 능력도 있다. 주변 사람들은 미혼모가 될 수도 있는 브리짓에게 비난이나 염려 대신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넨다. ‘독박육아’의 위기에 처한 걸까 했더니 아빠 후보인 두 남자는 병원으로 산모교실로 열심히 따라다니며 열의를 보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달한다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한 전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유쾌하게 혼자의 삶을 꾸려 온 사십대의 브리짓 역시 ‘진짜 사랑’과 결혼을 하고 엄마가 돼야 ‘해피엔딩’이라는 영화의 결말. 원래 영화의 테마가 ‘브리짓의 사랑 찾기’ 아니었나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브리짓 언니라면 조금은 다른 판타지를 보여주길 바랐단 말이다. 결혼식장에서 “이 정도면 자랑할 만하지 않아?”라고 웃는 브리짓 대신, 낯설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이 시대의 싱글 여성들이 진짜 꿈꿔볼 만한 판타지를 보여줬다면 엄지 척, 이 시리즈를 진심으로 인정했을 텐데.

각설하고, 콜린 퍼스는 정말 멋있었다. 화면에 그가 등장할 때마다 여성 관객들의 의미 불명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인터넷에서 이런 관람 평을 봤다. “아주머님들, 이런 영화 아무리 봐도 콜린 퍼스 안 생겨요.” 안다, 우리도 안다고. 극장 밖 바람은 왜 또 그리 차갑던지.

이영희 피플앤이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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