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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으로] 거짓말하는 얄미운 아줌마와 술주정뱅이 둘 중 하나 뽑는 격…선거 전략가 아무도 예측 못 해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 간의 대결’.

재미 한인 지도자 3인이 전하는 미국 민심

한·미 외교가에서 이번 미국 대선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미국 정치 여론조사 분석 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지난 8월 초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비호감도는 52.7%,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60.8%였다. 워싱턴 조야에선 “누가 되든 4년 단임으로 끝나지 재선은 힘들 것”이란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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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인의 날’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김동석 미국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미국에서 한인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한·미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한 한국 정부의 지원도 주문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이런 분위기는 현지에서 바닥 민심을 접하는 ‘한인 지도자 3인방’과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배기성(63) 애틀랜타한인회장, 임소정(52·여) 워싱턴한인연합회장, 미국 내 한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단체인 미국시민참여센터(KACE)의 김동석(58) 상임이사는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2016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행사가 열린 6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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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직접 느끼는 표심은.
▶배기성=애틀랜타는 공화당 색이 더 짙은 지역이긴 하지만 누가 이기든 51대 49 정도의 박빙의 승부가 될 것 같다.

▶임소정=버지니아는 대표적인 경합 지역이다. 내가 살고 있는 페어팩스카운티는 거의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트럼프 지지 플래카드가 설치된 곳이 수두룩하다. 버지니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동석=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대선 때부터 선거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이번엔 나를 포함해 소위 선거꾼으로 불리는 정치컨설턴트 중 아무도 자신 있게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거짓말하는 얄미운 아줌마와 술주정뱅이를 놓고 둘 중 하나를 뽑으라는 격이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 대 공화당, 클린턴 대 트럼프 구도가 아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 정치권의 프레임 대 이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민심 간의 게임이 됐다. 사회 변화를 읽지 못한 지식인들의 오만함이 만들어낸 결과다.
클린턴이 여성들에게조차 인기 없는 이유는.
▶임=미국에서도 여성이 살아남으려면 독해야 한다. 클린턴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완벽주의자처럼 보여 얄밉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때 그걸 바꿔 보려고 노력한 것 같다. 직접 가서 봤는데 과거 남편 빌과 연애했던 이야기를 하고 어머니의 모습을 강조했다. 그래서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조금 바뀐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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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과 트럼프의 1차 TV토론(9월 26일)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이었다. 언론들은 클린턴의 판정승이라고 보도했는데.
▶김=첫 토론에서 트럼프는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과 달랐다. 네거티브 공격은 오히려 클린턴이 더 많이 했다. 많은 사람이 “어, 저 정도면 트럼프로부터 험한 소리가 나올 만한데 안 하네. 트럼프에게 저런 면이 있네”라고 했다. 클린턴도 전과 달랐다. 강하게 방어하지 않고 어려운 이슈가 나오면 화제를 바꿨다. 그렇게 인내를 발휘하는 유연한 클린턴의 모습은 처음 봤다.
2차 TV토론 등에서 빌 클린턴의 성추문 스캔들이 다시 이슈가 될까.
▶김=1차 토론에서 그 이야기가 안 나온 이유의 절반은 트럼프가 안 한 것이고, 절반은 못하도록 클린턴이 방어한 것이다. 트럼프 옆에는 네거티브의 달인 로저 스톤(※지난해 쓴 책 『클린턴 부부의 여성들과의 전쟁』에서 빌이 1969년 19세 여성을 성폭행했다고 주장)도 있다. 2차 토론에서 트럼프가 그 한 방을 때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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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인의 날’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임소정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사진 김춘식 기자]

그 이야기가 나오면 클린턴은 어떻게 반응할까.
▶배=아마 침묵할 것 같다.

▶김=시인도 부인도 못하고 아예 논쟁을 피할 것이다.

▶임=여성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성추문 스캔들이 났을 때 왜 남편 곁을 지켰느냐는 것이다. 향후 뭐가 되길 바라고 그런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클린턴이 정말 남편을 사랑했다거나 딸을 위해서였다고 답해 여성 표심에 호소할 수는 있겠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저소득 백인층의 지지만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김=충분하다고 본다. 2월부터 트럼프만 따라다녔다. 그는 기존 방식의 선거판에선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침묵하는 다수, 정치에 관심도 없던 시골에 사는 저소득 백인들을 공략했다. 미국 외곽 지역에 그렇게 많은 백인이 산다는 것을 트럼프를 따라다니며 처음 알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침묵하는 소수를 이끌어내 당선됐던 것과 맥락이 같다. 다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침묵하는 다수는 오바마의 침묵하는 소수에 비해 밖으로 나오는 속도가 좀 늦다. 우려되는 건 트럼프 현상이란 게 트럼프가 낙선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밖으로 나온 저소득층 백인들이 정치 세력화할 것이다. 한국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배=동의한다. 미국에서 아시아계는 3%다. 3%를 희생해 4%를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정치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소수민족에 대해 그리 관대하진 않을 것이다.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임=저소득층의 불만은 계속 쌓여가고 있다. 트럼프 현상의 원인이 여기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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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인의 날’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배기성 애틀랜타 한인회장. [사진 김춘식 기자]

재미동포 사회에선 클린턴 지지자가 더 많지 않나.
▶김=틀리지 않는다. 방위비 분담 등 안보 이슈는 미국에 있는 한인들에게도 중요하다.

▶임=아무래도 그렇다. 이민자 불법 체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11월 8일 투표일에 어느 후보를 찍을 것인가.
▶배=난 공화당으로 정했지만 막상 투표장에 가 봐야 알 것 같다.

▶임=아직 정하지 못했다. 정책·공약 등 관련 자료를 보고 결정하겠다.

▶김=클린턴을 찍거나 투표를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트럼프는 안 찍는다.
미국에서 한인들의 정치력과 권익 향상이 필요한데.
▶김=미국의 한인 수는 215만~220만 명이다. 소수 중 소수이며 투표를 많이 안 한다. 투표해 봤자 바닷물에 소금 한 줌 더 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가 유권자 등록과 참여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미 의회가 갖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특히 의원들은 지역구 중심으로 움직이기에 소수의 유권자라도 무시할 수 없다.

▶임=사실 한인들은 한국에서 오는 정치인들의 행사에 더 관심이 많다. 소수민족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미국 정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한인 2세들에게 이를 가르쳐야 한다. 미국인으로만 살고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럴 경우 정치인이 됐을 때 한·미 동맹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지금까지 미 정계에 진출한 한인들은 한인 사회의 지원 덕이라기보다 자력으로 성취했다. 한인 사회 차원에서 정치인을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한인 사회가 외면당하지 않는다.
한인 사회의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김=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재외동포를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거기서 공공외교의 동력을 얻어야 한다. 사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 ‘우리나라’는 미국이다. 한국의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한·미의 국익을 일치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임=한인 2세들을 위해 불합리한 복수국적 제도부터 고쳤으면 한다.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이면 미국에서 태어나도 선천적으로 복수국적을 갖게 된다. 18세 이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후 20년 동안 복수국적을 유지하게 된다. 미국에서 고위 공직 등에 진출하려는 경우 복수국적자는 불이익을 받는다. 미래에 미국에서 한국계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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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한인회,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 등 영향력 확대
한인 지도자 3인방이 한국을 찾은 것은 ‘세계 한인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세계 한인의 날은 10월 5일이다. 200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국민에게 720만 재외동포의 활약상을 알리고, 재외동포들이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년 열리는 세계 한인의 날 행사는 한인 사회의 활발한 활동을 소개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배기성 회장이 이끄는 애틀랜타한인회는 6·25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기념탑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배 회장은 1988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꾸준히 한인회에서 일해 왔다.

임소정 회장이 이끄는 워싱턴한인연합회는 미주 한인의 정치력 신장을 모색하기 위해 해마다 ‘미주 한인 풀뿌리 운동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네트워킹 포럼, 유권자 등록 운동 등도 병행하고 있다. 임 회장은 77년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이민한 1.5세대로, 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보험업에 종사하고 있다.

김동석 상임이사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시민참여센터는 한인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한·미 비자면제협정 체결, 미 연방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 등 굵직한 이슈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 이사는 90년대 미국 유학을 갔다가 LA 폭동을 접한 뒤 한인사회의 정치력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미 연방하원의 대표적인 지한파 마이크 혼다 의원이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재선에 적신호가 켜지자 한인회가 적극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글=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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