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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투사 금지의 세상에서 남자의 새로운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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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소설가

거리를 걸을 때, 남성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낀 지 꽤 오래되었다. 예전에는 좁은 거리에서 남자와 마주치면 당연히 여자 쪽에서 몸을 피했다. 남자의 직진은 너무나 당당해서, 생각에 몰두한 채 걷다가 남자 어깨에 부닥쳐 몸을 휘청거린 경험이 적지 않았다. 요즈음은 완연히 달라졌다. 좁은 거리에서 남자와 맞닥뜨릴 때마다 그들이 재빨리 팔을 등 뒤로 접으며 조심스럽게 몸을 피해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거리에서 여자 손끝도 스쳐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상식이 정립된 듯하다.

그런 광경을 볼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저토록 조심스러운 상태로 살아간다면 그 뒤편의 불편한 감정들은 잘 처리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예전 남자들은 사흘에 한 번씩 가족에게 분노를 쏟아냈지만 요즈음은 그렇게 하면 가정이 해체된다. 예전에는 술김에 분노를 폭발시키면 취중 실수라 용서받았지만 요즈음은 알코올 중독까지 문제시된다. 예전에는 공식적인 매매춘 거리가 있었지만 요즈음 그런 행위는 법적 처벌을 받는다. 성과 관련돼 작은 실수만 해도 사회적·개인적 성취를 한순간에 잃는 풍토가 되었다. 짧은 기간에 다양한 금지 조항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남자들은 저항감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예전에 사용하던 감정 처리 도구 대신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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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세상을 보면 남자들이 해소할 길 없는 불편한 감정을 모두 혐오로 바꾼 것처럼 보인다. 젊은 남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여 여성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언어를 유흥처럼 주고받는다. 여성을 혐오한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하는 남자도 있다. 혐오나 공포는 해결하지 못한 분노의 뒷면이다. 남성들의 여성 혐오는 미디어에 의해 다시 증폭되는 듯 보인다. 여성 소비자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디어는 비현실적으로 강한 여성, 권력을 가진 여성의 모습을 즐겨 그린다. 여성에 대한 분노, 혐오, 두려움이 혼재된 내면을 억압한 채 남자들은 여성을 대하는 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듯 보인다. 남자들이 받는다는 성교육이 곧 금지행동 교육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남자들의 변화가 그들의 심리적 성숙이나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재수 없이 걸려들어 불이익당하는 일 없도록 마땅한 행동 수칙을 지키려는 듯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만 불편한 감정을 성숙하게 처리하고 소화시키는 방법, 여성을 인식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 등도 주입식 교육으로 가능할까, 혼자 생각해보게 된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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