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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김기덕·김태용 감독을 사로잡은 신예 ‘그물’ 이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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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TUDIO 706

‘이데올로기’라는 그물에 걸린 탈북 어부 철우(류승범)의 수난기를 다룬 ‘그물’(10월 6일 개봉, 김기덕 감독)엔 눈에 띄는 신인 배우가 있다. 철우를 향한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 그를 보살피는 인간적인 감시요원 진우를 연기한 이원근(25)이다. 큰 키와 또렷한 이목구비, 웃으면 반달 모양이 되는 눈을 가진 해사한 외모. 그는 거칠고 투박한 북한 남자 철우와 대척점이 되는 멀끔한 남한 청년 진우 역에 꼭 맞았다. 그러나 이원근을 ‘꽃미남 배우’라는 이미지에 가두면 안 될 듯하다. 인터뷰 중 조근조근하고 예의 바른 말투로 연기에 대한 포부를 밝힐 땐 그 특유의 강단이 느껴졌다. 차분하고 진중한 매력이 물씬한 20대 배우를 만났다.


지난 8월 종영한 TV 드라마 ‘굿와이프’(tvN)에선 속물적인 로펌 변호사 이준호 역으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이원근. 올해는 그에게 특별한 해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드라마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주연을 맡은 두 영화 ‘그물’과 ‘환절기’(2017년 개봉 예정, 이동은 감독)가 나란히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최근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영화 ‘괴물들’(김백준 감독)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고, 11월에는 김하늘·유인영과 함께 출연한 김태용 감독의 신작 ‘여교사’도 개봉한다. 2012년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MBC)을 통해 운(송재림)의 아역으로 데뷔 후 한국 영화계가 점찍은 그가 어느덧 훌쩍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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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TUDIO 706


-‘그물’에 캐스팅되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고요.
“오디션 영상을 찍어 보냈어요. 오디션을 위한 시나리오에는 전체 내용이 나오지 않아요. 주인공이 탈북 어부인데, 그가 어떤 경위로 탈북했는지도 알 수 없었죠. 제 생각에 철우는 어쩔 수 없이 남한에 오게 됐고, 진우는 그를 따뜻하게 대하는 인물인 것 같아 그대로 연기했어요. 김기덕 감독님이 그 모습을 좋게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니 무척 흥미로운 스토리였어요.”


-김기덕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영화를 빨리 찍는 것으로 유명하던데요.
“‘피에타’(2012) ‘뫼비우스’(2013) 등 김 감독님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찍는지는 몰랐어요. ‘그물’은 촬영 일정이 총 10회차였고, 그중 제 분량은 8회차였어요. 촬영 현장에 가 보니 모니터(촬영 장면을 확인하는 영상 기기)가 없더라고요. 대사를 틀린 게 아니면 그냥 ‘오케이’예요. 이렇다 할 리허설도 없고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촬영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적응됐어요. 김 감독님을 곁에서 보니 진짜 천재더라고요(웃음). 머릿속에 모든 장면이 들어 있는 것처럼 현장을 지휘하거든요. 그래서 콘티도 없는 거예요. 신기한 분이셔요, 정말.”


-진우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요.
“진우는 철우를 북한 사람이 아닌, 그저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한 사람으로 대한다고 봤어요. 따뜻하게 보살피고, 그와 함께 마음 아파하죠. 저는 평소 감독님께 많이 여쭤 보며 캐릭터를 이해하는 편인데, ‘그물’은 그럴 만한 시간이 넉넉지 않았어요. 밥 먹을 때나 쉬는 시간에 짬짬이 김 감독님께 여쭤 봤죠.”


-개성이 또렷한 배우 류승범과 함께 연기하기가 어렵진 않았나요.
“아, 전혀 아니에요. 한참 후배인 제게 마음을 먼저 열어 주셨어요. ‘같이 밥 먹자’ 먼저 말해 주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고요. 닮고 싶은, 멋진 선배님이죠. 돌이켜보면 김 감독님뿐 아니라 스태프와 배우 모두 서로 잘 챙겨 주는, 끈끈하고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어요.”


‘이원근’이란 이름을 기억하게 한 건, 그의 세심한 연기 덕분이었다. 꼼꼼하고 차분한 성정이 예측될 만큼, 작은 제스처까지도 허투루 하지 않는 섬세한 움직임. 아직 완연히 여문 연기는 아니지만, 그가 김기덕·김태용 등 여러 감독의 눈에 띈 것은 그러한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이원근은 인터뷰 내내 그간 자신이 해 온 연기를 진득하게 분석했다. ‘굿와이프’의 이준호 역에 관해서는 “감정 조절을 잘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할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 인물의 ‘옷’을 하나씩 입어 보는 거죠.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네. 그의 감정을 하나씩 이해하면서 나에게 덧입혀 보자’ 이렇게요. 세세하게 하나하나 따져 보느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감독님들께 질문도 많이 하고요. TV 드라마·영화·웹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봤는데, 아무래도 영화가 가장 특별하게 느껴져요. 찬찬히 오래 집중하며 역할을 만들어 가는 리듬이 저와 잘 맞거든요. 이렇게 인터뷰하며 영화에 관해 많이 이야기할 수 있어 더 좋고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일 영화 ‘환절기’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환절기’는 그간 제가 배워 온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던 영화예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 많이 담겼고요. 이동은 감독님은 매우 세밀하게 연기 지침을 줬어요. 만약 눈물 흘리는 장면이라면 눈물을 똑 떨어뜨릴지, 눈 안에 고이게만 할 것인지 정했을 정도예요. 스킨십 장면에선 숨소리만 다시 녹음했고요. 세 사람의 감정이 고조되는 대목이 정서적으로 잘 이어지도록 공들였어요. ‘환절기’를 통해 영화와 연기에 대해 많이 배웠을 뿐 아니라, 함께 연기한 배우 (지)윤호와 친한 친구가 돼 행복하죠.”


-SNS에 ‘유스’(1월 7일 개봉,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등 여러 다양성 영화 관련 사진을 올린 게 눈에 띄었어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를 특히 좋아해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에너미’(2013)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도 정말 재미있게 봤고요. 최근엔 호스피스 간호사를 다룬 ‘크로닉’(4월 14일 개봉, 미셸 프랑코 감독)을 보고 충격받았어요. 이런 영화가 주는 여운을 곱씹는 시간이 좋아요. 여가 시간에 IPTV 영화를 즐겨 보는데, 지난달엔 VOD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더라고요(웃음).”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길 꿈꿨나요.
“아니요. 기계정비사가 되기 위해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3년 동안 매일 쇠만 깎았어요(웃음). 부모님이 원한 길이었거든요. 졸업 후 우연히 길에서 만난 매니지먼트사 대표님이 배우로 활동해 볼 것을 권하셨어요.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죠(웃음). 그 후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스물한 살에 건국대학교 영화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연기를 해 보니 어떻던가요.
“끝없이 스스로와 싸워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완성된 모습을 내놓아도, 절대 스스로 만족할 수 없죠. 배우는 관객 앞에 몸과 마음을 보여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힘들지만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더 배우고, 더 연구해야죠.”


-데뷔 4년차니 팬들도 많이 생겼을 텐데요.
“데뷔했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팬들이 선물을 주면 받아야 하나 고민해요. 작품에서 대단한 모습을 보여 준 것도 아니고, 팬들에게 제대로 감사하다 인사한 적도 없는데, 제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팬들과 정기 모임을 갖고 있어요. 2012년 제가 데뷔할 때 고등학생이던 팬들이 이제 대학생이 돼, ‘술도 먹을 수 있다’고 장난치거든요. 팬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스타가 되기보다, 지금 이 모습을 지키며 자라는 착실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 가장 닮고 싶은 배우는 데인 드한이에요. 순수한 소년 같은 모습과 어둡고 퇴폐적인 이미지가 신비롭게 공존하잖아요. 그런 매력을 갖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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