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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지막 문장, 어떻게 끝맺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글쓰기에도 해당된다. 신문기사도 마찬가지지만 작가들에게도 소설 첫 머리, 첫 문장은 쉽지 않다. 신경숙이 장편 『엄마를 부탁해』 집필 당시 첫 문장을 두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딱딱한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친근한 호칭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소설이 술술 풀렸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렇다면 소설의 마무리, 마지막은 어떨까. 소설의 시작은 어쨌든 어떤 문장이고 적으면 물리적으로 명확하게 존재하게 되지만 마지막 문장, 소설의 마무리는 아리송하다. 어디서 그만 써야 할지 상당히 주관적인 결단일 텐데, 작가들은 어떨 때 어떤 근거로, 소설을 마무리 짓기로 결정하는 것일까.

마침 조지 오웰 식의 감시사회를 연상시키는 장편 『고요한 밤의 눈』(다산책방)으로 올해 혼불문학상을 받아 최근 간담회를 한 소설가 박주영(45)씨에게 '어떤 순간 작품을 이제 그만 완성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느냐'고 묻자 그는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초고를 많이 써둔 다음 계속해서 잘라내면서 고쳐 쓰는데 여기서 더 했다가는 구토할 것 같다는 일종의 신체적인 반응이 오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그만 둔다." 지겹도록, 지겨울 때까지 고쳐 쓴다는 얘기다. 다른 작가들은 어떨까. 몇 사람에게 물었다. 어떨 때 소설을 마무리지어도 되겠다고 느끼나.
◇김연수
더 이상 고칠 게 없을 때? 퇴고를 많이 한다. 계속 고친다. 글쓰기 전체가 10이라면 퇴고의 비중이 8 정도 되는 것 같다. 더 이상 고칠 데가 없다 싶으면 그만 쓰는데 전체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검토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처음 쓸 때부터 고쳐서다. 가령 하루에 A4 용지로 한 장 분량의 소설을 새로 쓴다면, 그걸 쓰는 과정에서 앞에 써놓은 걸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때 고칠 게 있으면 고친다. 이렇게 하다 보니 글쓰기의 대부분이 실은 고쳐쓰기라고 할 수 있다.
◇성석제
초고 쓰고 나서 며칠이고 글의 내용을 잊어버릴 때까지 묵혀 뒀다가 교정을 보고, 또 며칠 묵혀 뒀다가 다시 교정을 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일종의 단련 같은 건데 그걸 반복하다 보면 비유가 정확할지 모르겠는데 차 만드는 사람이 찻잎을 여러 차례 덖다가 손의 감촉으로 이 정도면 완성됐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어떤 감각이 온다. 이 정도면 내 소설의 첫 독자인 편집자에게 보여도 될 것 같다, 하는 느낌이 든다. 그게 언제라고 콕 찍어서 말하기는 어렵고, 최소한 두세 차례 교정을 보다가 더는 지겹기고 하고 징그럽기도 한 감정이 생기면서 감각적으로 마지막을 느끼는 것 같다.
◇은희경
마감 때가 되면 그만 쓰는 거죠. 실제로 거의 그렇게 되기도 하고. 실은, 소설 쓰다 보면 할 얘기 다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여기까지만 얘기해야겠다, 그런 느낌? 작품의 완성도와는 좀 다른 얘긴데, 내 경우 이야기를 쓰다 보면 항상 다른 방향으로 간다.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면 쓰면서 불안하기도 한데 어느 순간 아, 내가 쓰려던 게 이거였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아 이 작품은 끝낼 수는 있겠구나 한다. 이제부터는 시간문제겠구나, 그런 생각.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고 다음부터는 설명이라고 느껴질 때 그만 쓴다. 작품에서 보여주기만 해야지 작가가 뭔가 설명하면 안 되잖아요. 작품을 다 쓰고 나서 마지막 한두 줄은 절대로 쓰지 않고 남겨 둔다. 마감 직전에 쓴다.
◇이승우
작품이 완성됐다고 느끼는 순간이 실은 잘 안 온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고쳐 쓰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어떤 작품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잘 못 받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가도 변하고 그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고 자기 작품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지 않나. 어떤 작품이든 최선을 다해 쓰지 않은 경우는 없는데 계속해서 가필을 하는 걸 보면 늘 내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 같다. 가령 내 등단작인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의 경우 첫 창작집으로 묶을 때, 장편으로 고쳐 출간할 때, 문고판으로 낼 때, 지난해 출판사를 바꿔 다시 낼 때, 그럴 때마다 상당히 고쳐 썼다. 첫 작품이라 애정도 있지만 불만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어떤 작가들은 초고를 빨리 쓰고 퇴고를 열심히 한다는데 나는 반대다. 초고를 아주 신중하게 쓴다. 뭔가가 완전히 안 잡히면 시작을 안 한다. 그러다 보니 초고와 완성한 상태의 원고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정유정
직관적으로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고 느껴지면 그만 쓴다. 원고를 다시 보면 토할 것 같은 지경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기분이 들면 그만 둘 댈 때가 된 거다. 여기서 더 손대면 망치겠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매번 그렇다. 그것도 습관이어선지 한 작품을 보통 2년 정도 붙들고 있으면 그런 때가 온다. 1년 반은 좀 짧은 것 같고, 2년 넘어가면 벅찬 것 같고….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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