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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입맛 당기죠, 구수한 ‘미꾸리 추어탕’ 한 사발

| 이달의 맛 여행 <10월> 남원 추어탕

미꾸라지를 뜻하는 한자 ‘미꾸라지 추(鰍)’를 보자. 고기 어(魚) 자와 가을 추(秋) 자를 합친 모양이다. 미꾸라지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몸집을 불리고 영양을 축적한다. 가을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이 다른 계절의 것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진한 맛을 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추어탕으로 이름난 고장이 전북 남원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있어 예부터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추어탕을 만들어 먹었다. 추어탕 한 그릇에 남원의 청정한 자연이 응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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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전북 남원에서는 섬진강 지류와 지리산 산자락에서 얻은 재료로 추어탕을 만들어 먹었다. 남원 새집 추어탕의 주방 모습.



# 미꾸리 vs 미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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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대표 관광지 광한루원 주변에 추어탕 음식점 50여 곳이 몰려 있다.


가을은 남원이 가장 들썩거리는 계절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남원으로 전국의 여행객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가을 여행객의 입맛을 달래주는 남원의 명물이 추어탕이다. 남원의 추어탕 음식점은 가을마다 손님을 치러내느라 온종일 분주하다. 남원추어요리협의회 유해조(56) 회장이 남원 추어탕의 내력을 소개했다.

“남원에는 섬진강 지류가 복잡하게 엉켜있습니다. 민물고기인 미꾸라지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지요. 지리산이 인접해 있어 시래기·고추 등 추어탕에 들어가는 채소도 풍족합니다. 미꾸라지가 몸집을 불리는 가을이면 남원은 집집마다 추어탕을 끓였지요. 농사꾼 보양식이자 가을 별미였지요.”

서울, 강원도 원주, 경북 청도 등에서도 추어탕을 즐겨 먹지만 지역마다 요리법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서울에서는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이고, 원주는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춘다. 경북 지방에서는 추어탕에 제피나무 열매 껍질을 간 가루를 향신료로 넣는다. 반면에 남원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 채로 거른 국물에 된장을 풀어넣어 구수한 맛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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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주재료 미꾸라지. 음식점마다 수조를 갖춰놓고 미꾸라지를 보관한다.


원래 남원 추어탕의 특징은 ‘미꾸리’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미꾸리는 미꾸라지 속에 속하는 민물고기지만 미꾸라지와 다른 종이다. 남원에서는 몸통이 둥그스름한 미꾸리를 ‘둥글이’라 하고 몸통이 납작한 미꾸라지를 ‘넙죽이’라고 부르는데,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뼈가 부드럽고 탕으로 끓이면 깊은맛이 난단다. 하지만 미꾸리는 미꾸라지보다 훨씬 귀하다. 미꾸라지보다 오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남원에서도 음식점 대부분이 미꾸라지를 넣어 추어탕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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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선 미꾸리 양식이 활발하다. 논에서 기른 미꾸리를 들어 보이는 농민.


남원시에서는 현재 ‘남원 미꾸리 추어탕’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미꾸리 양식 사업이다. 남원농업기술센터에서 미꾸리를 기르고, 26개 양식 농가에 치어를 나눠주고 있다. 최근 남원미꾸리추어탕협동조합 김병섭(51) 대표가 개발한 미꾸리 종묘 양식기술도 이전받았다. 남원농업기술센터 김영우(28) 주무관은 “양식 산업의 발전으로 미꾸리로만 끓인 남원 추어탕을 맛볼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 입맛대로 즐기는 추어탕

인구 8만 명의 남원에는 추어탕 전문점만 50군데가 있다. 남원의 명소 광한루원 주변에 추어탕을 다루는 음식점이 몰려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집집마다 다른 내력과 맛을 자랑한다. 공통점도 있다. 남원추어요리협의회에 가입된 추어탕 전문점 26곳은 미꾸라지부터 채소까지 100% 국산 재료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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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리로 만든 추어숙회(왼쪽)와 추어튀김.


‘새집 추어탕’은 남원의 추어탕 원조집이다. 1959년 서삼례(2008년 작고)씨가 광한루원 주차장 골목에서 창업한 포장마차가 시초다. 뭉근하게 끓인 국물에 직접 담근 된장을 풀어 넣은 추어탕은 술 안주이자 해장국으로 인기를 끌었다. 가게는 창업주의 조카딸 서정심(56) 사장이 물려받았다. 서 사장은 된장·고추장· 간장 등 직접 빚은 장으로 추어탕 맛을 잇고 있다. 추어숙회 추어튀김 등 색다른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로 끓이지만 숙회나 튀김은 남원에서 잡은 자연산 미꾸리로만 만든다.

“미꾸리는 뼈가 억세지 않아 뼈째로 조리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숙회나 튀김은 미꾸리가 잡혀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손님이 찾아도 내놓지 못하는 날이 있단다. 숙회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고, 튀김은 씹을수록 담백했다. 추어탕 9000원. 추어숙회 2인 3만원. 추어튀김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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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사람이 즐겨 찾는 ‘현식당’ 의 추어탕. 메뉴는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 한 가지뿐이다.


86년 하계숙(68)씨가 개업한 ‘현식당’은 남원 사람이 즐겨 찾는 추어탕 집이다. 메뉴는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 한 가지뿐이다. 추어탕 한 그릇에 미꾸라지 함유량이 10% 내외인데, 현식당의 추어탕은 25%나 된다. 국물이 유난히 진한 까닭이다. 국물도 깔끔하다. 하 사장은 “소금으로 미꾸라지 점액질을 벗겨내는 작업을 7번 정도 반복해 비린 맛을 잡는다”고 귀띔했다. 현식당은 남원의 한 농가와 계약 재배를 해 봄·가을마다 시래기를 받는다. 하 사장은 “봄 시래기는 쌉쌀하고 가을 것은 달짝지근하다”며 “가을 추어탕이 달곰한 맛이 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추어탕 8000원.

전국에서 공수한 자연산 미꾸리로 추어탕을 내는 ‘부산집’, 추어탕을 끓인 다음 24시간 숙성한 뒤에 내놓는 ‘3대원조할매추어탕’도 남원의 추어탕 맛집으로 꼽힌다. 뜨뜻한 추어탕 국물에 후끈후끈 몸을 덥히고 나니 가을 나기 준비가 끝났다.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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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에서 남원시청까지 자동차로 3시간 30분 걸린다. 남원시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남원의 대표 명소 광한루원이 있다.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추어탕 전문점 50군데가 몰려 있다. 현재 남원에서 남원산 미꾸리로만 추어탕을 끓이는 음식점은 없다. 남원 외 지역에서 공수한 미꾸리, 남원에서 잡은 미꾸라지 등을 재료로 쓴다. 미꾸리추어탕협동조합이 남원에서 양식으로 기른 미꾸리로 추어탕을 만들어 포장 판매한다. 지역 특산물 온라인 장터 농마드(nongmard.com)를 통해 남원 미꾸리 추어탕을 주문할 수 있다. 1팩(500g) 8000원. 02-2108-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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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마드는 ‘농부 마음을 드립니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온라인 생산자 실명제 쇼핑몰입니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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